학교를 믿어봐주시면 안될까요?
교사로 반 평생을 산 나에게 눈에 들어오는 SNS는
극히 제한적이기는 하다.
요즈음은 신학기 대비 다양한 학부모님들의 질문과 불만이 올라오던데
어떤 것은 맞고 어떤 것은 틀리고
어떤 것은 함께 고민할 필요가 있는 것들이다.
댓글과 관심을 유발하기 위해서 적은 게시물은 아닐테지만
답답함이 있어서 내 생각을 조심스레 적어본다.
이 곳에 적는다고 해서 그 민원이 해소될리는 없을테지만 말이다.
<중학생이 되어서 예비소집에 다녀왔더니
교과서 열 몇 권을 나눠줘서 그 무거운 것을 들고
집까지 오느라 얘가 너무 고생했어요.
이럴 줄 알았으면 내가 함께 갈 걸 그랬죠? 차 가지고.>
이 이야기에서 핵심은 두 가지이다.
먼저 학교에서 사전에 교과서를 배부할테니
가방을 가지고 오라고 안내했느냐 안했느냐의 문제이다.
만약에 안내도 하지 않고 교과서를 무작정 나누어주었다면 그건 백프로 학교의 잘못이다.
교과서 업무 담당자의 직무유기이다.
그러나 안내를 했는데 학부모가 그 내용을 모르거나 숙지를 하지 못하고 가방도 못 챙겼다면
그것은 이야기가 달라진다.
학교별로 사용 교과서 종류는 홈페이지에 안내되어 있음에도
교과서를 미리 줘야 예습을 하고 간다는 학부모님들도 꽤 있다.
교과서 종류만 알면 해당 교과서 제작 업체 사이트에서 PDF 파일을 대부분 제공한다만
첫 아이라면 물론 모를 수 있다.
교과서 일년치를 다 들려면 엄청 무겁다.
요즈음 학교에는 교실마다 사물함이 있는데
왜 굳이 오리엔테이션날 배부하는지는 알 수 없다.
나는 사실 오리엔테이션도 필요없다고 주장하던 교무부장이다.
반편성 테스트를 보지 않는다면 왜 굳이 하루 개인 일정을 못하는 날을 만드는 것이냐?
나는 개학하고 혹은 입학식하고 교과서를 배부해서 곧장 이름 쓰고 개인 사물함에 보관시켰다.
어차피 요새 집에서 교과서 가지고 공부하고 다시 학교에 가지고 오는 학생들은 소수이고
집에 가져갔다가 안가지고 오는 것이 더욱 문제이다.
학교 관계자들이여. 참고하시라.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그리고 학교도 마찬가지로
3월 한달의 급식 메뉴가 사전 공개된다.
첫 달이니 3월달 메뉴에 학부모님들의 관심이 가장 집중된다.
학부모님께 문자로 발송하기도 하고 홈페이지에도 공지해둔다.
<몸에 별로 좋지 않은 쿠키나 빵 종류를 이렇게 많이 제공해도 되나요? 메뉴가 이상해요.>
이런 종류의 질문을 SNS에 올린 분들도 종종 있다.
아마도 집에서 건강을 생각해서 몸에 좋은 영양식들만 제공하시는 분들이실게다.
급식은 영양사 자격증을 가지고 있는 전문가분들이 메뉴를 작성한다.
해당 시기의 필요 열량 및 에너지 소모량과 기초대사량등을 고려해서 말이다.
그 분들보다 더 전문가인 사람은 몇 명 없을 것이다.
쿠키나 빵은 대부분 디저트나 대용식 정도로 제공되고
주식은 따로 있을 것이니 그 부분이 마음에 걸리면 안먹고 반납하거나 집으로 가져오는 방법이 있다.
대부분 학생들은 쿠키나 빵을 가지고 있다가 마지막 교시쯤 되어서
몸이 지칠 때 에너지와 혈당 보충용으로 먹는다.
그리고 그 쿠키나 빵의 사이즈는 매우 작은 것이 일반적이다.
사실 메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염도나 당도일수 있는데
그런것은 잘 살펴보지 않는다.
무상급식의 개념이 적용되고 있는데 메뉴를 작성하는 분이나
만드시는 분들이나 엄청 고생하고 있다는 것을
좀 알아주셨으면 한다.
내가 집에서 한 끼 준비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 아니냐?
학교 급식이 마음에 안 들 경우 집에서 만든
정성스런 도시락 지참은 항상 가능하다.
학교의 모든 일들이 학부모님들에게는 관심의 대상이 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은 잘 안다.
그만큼 학교 모든 구성원들이 열과 성을 다해야 한다는 것도 물론이다.
그런데 다양한 민원이 제기되고 있어서
학생에게 그리고 수업에 신경을 써야할 선생님들이
다른 일을 하느라 특히 까다로운 민원 처리에만 정신을 다 쏟다가
점점 수업이 엉망진창이 된다면
이것은 우리나라 교육 발전에 조금의 도움도 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학원 선생님들이 훨씬 더 수업의 질이 높다고 이야기하신다면
이것은 공평한 비교가 되지 않는다.
살면서 나의 자녀가 공주님이나 왕자님처럼 살 수만은 없다는 것을
마음에 안들거나 힘들고 심지어 싫은 것을 견디고 참아야 하는 일도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 그리 나쁜 것은 아니다.
그 악역을 담당하는 곳이 학교나 직장이 될지도 모른다.
물론 말도 안되는 것까지 참으라는 것이 교육이 아니다만
세상 사는 일 내 맘대로 나 편한대로만 살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학교는 다소 마음에 안드는 일을 참아내는 연습도 같이 하는 곳이라고
조금은 안타깝지만 그 과정을 내 자식이 견뎌내고나면 한단계 더 성장하게 되는 것이라는 것을
학교를 조금만 지켜보고 믿어봐주셨으면 좋겠다.
우리가 다들 그렇게 성장한 것 아니었나 말이다.
무조건 참으라는 것은 절대 아니다.
나도 참는거 잘 못하는 사람이다.
학교를 믿어봐주시면 안될까요?
학교는 학부모님들과 대치하는 기관이 아닙니다.
갑자기 교육감 출마자 인터뷰 내용과 같은 글이 되어버렸다.
아직도 나는 학교를 많이 좋아하고 그리워하고 안타까워하는 중인가보다.
새 학기 맞이 학생, 학부모님 그리고 선생님들 모두 화이팅입니다.
진정한 2026년의 시작은 3월 3일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