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씩 소소하게 무언가 변하고 있다.
두 대학의 중간쯤에 위치한 조치원 작은 동네가 달라지고 있다.
내가 이사온 것은 지난 학기가 마무리 된 후 였고
그 사이의 동네는 지극히 조용하고도 조용했다.
이제 바야흐로 새 학기의 시작점인데
조금씩 아주 소소하게 생동하는 느낌이 들기 시작한다.
그동안 비어있던 가게들도 영업중 팻말에 불이 들어오고
지나가는 대학생으로 보이는 무리들이 많아졌으며(커플들이 많다. 나의 아들 녀석은 뭐하는거냐?)
새내기 대학생들의 자취방 물건을 사러 나온 사람들로 역전에 있는 다이소에 계산줄이 길게 늘어서있었다.
동네 골목에 생기가 조금씩 불어넣어지는 듯하다.
사람들의 온기로 동네 기온도 0.5도는 올라간 듯 하다.
물론 체감기온이다.
남편은 내일 대학동문 약속을 위해 오늘 미리 서울로 올라간다고 하고
(난 대학동문 모임에 안 나간지 오래이다만)
나는 남편 출발에 맞추어서 조치원시장 나들이에 나섰다.
운동삼아 필요한 물품도 살겸 말이다.
어제 나물과 오곡밥과 구운김은 미리 주문한 것을 받아서 잘 먹었고
(세상에 귀밝이술을 보내주셨는데 식혜인줄 알았다. 열어보니 술 냄새가 나더라.)
정월 대보름 부럼용으로 땅콩을 조금 사고
아버지가 좋아하시던 한과와 떵튀기를 조금 사고
이제는 단골이 된(다섯번쯤 들렀으니 단골이다. 내 수준에서는) 반찬집에서 밑반찬 4종을 샀고
돌아오는 길에 조치원역 뒤로 일몰도 보았으니
3월 첫 날 내가 할 일은 다했다.
하루 종일 톡 연락이 안되던 아들 녀석은 등산을 했다고 한다.
갑자기 안하던 등산을 했다니 조금 수상하기는 하다만.
오늘 가장 기뻤던 일은 나의 최애 프로그램인
<불꽃야구>의 올 시즌 준비가 착착 이루어지고 있다는 소식을 들은 것이다.
응원하고 있는 사람들의 걱정을 덜어주는 사진 두 장이 올라왔다.
하나는 선수 선발을 위한 트라이아웃 진행 사진이었고(그것만으로도 신났는데)
다른 하나는 은퇴 야구 선수 중 아마도
제일 바쁘고 제일 유명한 선수가
그 트라이아웃에 참여하고 있는 광경을 올려준 것이었다.
바쁘고 유명하고 최고인 선수에게는 다양하고 더 좋은 조건의 방송 제안이 밀려들고 있을 것이다만
자신이 제일 좋아하는 야구프로그램이라고 이야기했던 그 마음을 놓지 않고
다시 찾아와주니 엄청 믿음직스럽고 신나는 마음이 든다.
의리가 무엇인지 약속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듯해서 더더욱 기쁘기만 하다.
3월이 되니 이렇게 무언가 새로운 변화가 조금씩 감지되고 있다.
나도 그런 긍정적인 기운을 받아 3월을 신나게 시작해봐야겠다.
3월 3일 날씨가 맑아서 개기월식을 직접 볼 수 있다면 그 시작점이 오랫동안 기억될 것도 같다만
그것은 나의 힘으로 무언가를 해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직접 보지는 못한다해도 행성의 직렬배치와 개기월식은 올해 내 첫 수업의 도입부에 인용될 예정이다.
오늘 산책길에 망울이 터질듯한 산수유도 보았다.
처음보는 이곳의 봄꽃들이 기대된다.
아마도 벚꽃 명소일 듯일것 같은 예상이 된다만.
미리 많이 기대하지는 않겠다.
실망하고 싶지 않으므로.
그런데 생각해보면 자연은 한번도 나를 실망시킨 적이 없었던 것 같다.
3월이 기대되는 이유 중 가장 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