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듀 2월

보내고 싶지는 않다만.

by 태생적 오지라퍼

가는 2월은 항상 아쉽다.

다른 달도 그렇지만 가장 짧은 2월은 더더욱 그렇다.

전국의 많은 선생님들 중 대다수가 오늘 이 시간을

엄청 아쉬워하고 있을 것이다.

2월의 달력 한 장이 아쉬움으로 가득할 것이고

3월이 주는 압도적인 부담감이 시시각각 다가오고 있을 것이다.

오늘 계획대로라면 파주 나들이를 가서

새로운 출발점에 놓인 후배 동료들을 격려해주어야 마땅했다.

한 명은 더 큰 뜻을 품고 면직을

한 명은 장학사로의 전직을

다른 한 명은 아이들 세 명을 어느 정도 키워두고 복직을 한다.

따뜻한 곳에서 맛난 차를 대접하고 그들의 새출발을 격려하고 싶었으나

조치원에서 서울가는 오전 표가 모두 매진이다.

열흘 전부터 시시때때로 찾아봤지만 그랬다.

민주항쟁기념일 행사가 광화문에서 예정되어 있단다.

그럼 그렇지.

무슨 행사가 있지 않고서야 그럴 수는 없었다.


아침을 먹고는 며칠 못간 골프연습장에 잠깐 다녀왔다.

10시 쯤 입장할때는 아무도 없어서 좋아라했는데

곧이어 사람들이 계속 들어오고(공을 잘 못치니 사람이 많으면 부담스럽다.)

옆 타석 아저씨가 왜 내 샷을 보고 굿샷이라고 외치는거냐.

자기 연습에만 몰두해야는 거 아니냐.

나는 이런 관심을 받는 일이 부담스럽고 별로이다.

그 다음 홀을 개판으로 망치고는 창피함에 쫓기듯이 연습을 마무리하고 나왔다.

참 이상하다.

혼자 있는 외로움이 엄청 싫은데

누군가 아는 척 해주는 것도 썩 좋지는 않다.

그냥 적당한 거리에서 적당한 눈빛으로 바라만 봐주는 딱 그정도의 관심이 내가 바라는 바이다.

브런치 글은 직접 만나는 것이 아니라 자신 있게

나를 보여주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점심을 먹고는 따뜻한 햇볕 아래 걷고 싶어서

혼자 산책을 나선다.

천안과 김포 그리고 속초를 다녀온 강행군을 한 남편은 컨디션 난조로 쉬고 있다.

매화나 산수유가 꽃망울을 터트렸다는 SNS 사진들이 올라오는데

이곳은 아직 소식이 없다.

혹시 오늘 산책에 눈에 뜨일까 사방을 위로 아래로 둘러보면서 다녔는데도 없다.

그래도 따뜻한 햇볕이 있어서 아쉽지는 않았다만

돌아오는 길 아파트 담벼락에서 오늘 대문 사진 꽃을 드디어 발견했다.

광대나물 꽃이다.

신대륙 발견 못지않게 흥분되고 기쁘다.

봄이 오고 있다는 객관적인 증거물이기 때문이다.


저녁은 일찍 주문한 대보름맞이 오곡밥과 나물이 마침 배송되어 와서

그것과 청국장 끓이고 생선 구워서 먹으려 한다.

깔끔한 막내 동생이 있어서 엄청 좋다.

만들어준 반찬도 잘 먹어주어서 더더욱 좋다.

막내 동생 부부의 동선을 예의 주시하면서 따라다니면서 <감놔라 대추놔라> 신경을 쓰느라

오전에 잠을 못잔 고양이 설이는

요즈음 최애 장소 중 하나인 내 침대에서

지금 기절각이다.


이렇게 2026년 2월이 나에게 조용히 이별을 고하려고 하고 있다.

아니다. 중요한 일이 하나 더 남아있다.

내가 볼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만.

수성, 금성, 달, 화성, 목성, 토성등 행성이

직렬로 배열되는 아주 드문 천문학적 현상이 일어난다만

눈으로 관측 혹은 사진 촬영이 가능할지는 알 수 없다.

저녁 6시부터 9시까지라는데 말이다.

옛날에는 이런 일이 벌어지면 지구종말론이 꼭 함께 이야기되곤 했는데

이제는 아무도 그런 일을 걱정하거나 믿지는 않는다.

날이 맑아서 몇 개라도 아니 달이라도 볼 수 있었음 2월과 헤어지는데 조금은 덜 슬플지 모르겠다.

아듀. 2월.

원치않았지만 발목 부상이 있었고

원하는 강의를 맡지는 못했다만

이 정도로 넘어가 주는 것도 다행이다 싶다.

2월은 이렇게 나에게서 멀어지려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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