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역량 업그레이드 중
내일 개강인 막내 동생 부부가 며칠 전부터
이곳 조치원에 내려와서 함께 있는 생활 중이다.
둘이 먹다가 넷이 먹으니 어떤 끼는 양이 부족하고
어떤 끼는 양이 남아돈다.
그리고 내가 밥을 너무 작게 퍼주어서 제부가
본의 아니게 다이어트에 돌입하게 되기도 했다.
이런 적이 진즉에도 있었다.
중학교때 과학을 가르쳤던 뛰어난 제자 중에서
고3이 2학기가 되어서 집이 산본으로 이사가게 되어
그 힘든 시기에 통학이 어려워진 녀석이 있었다.
그 때 나는 지금처럼 요리하는 것을 즐겨하던 때도 아니었는데
오지랖이 제대로 발동되어 우리 집에서 몇 달간 통학을 하라 하였고
그게 어찌된 일인지 세세한 기억은 나지 않지만 실현되었었다.
말을 해놓고도 고 3 수험생 도시락 두 개를 싸는 삶이 어떤 것인지는 제대로 알지 못했었으니
무모한 도전임에 틀림 없었다.
닥치니 되긴 되었다만(내가 생각하기에는 된 것이지만 그 녀석 생각은 다를 수 있다.)
나중에 듣기로 내가 밥을 너무 조금 담아줬는데
차마 더 달라고는 못해서
의도치 않게 다이어트를 하게 되었노라 이야기했었다.
그때와 똑같은 경우가 일어난 셈이다.
개강을 하면 주로 학식이나 배달음식만 먹는
막내 동생 부부에게 맛난 것을 해먹이고 싶었다.
고기를 잘 안 먹는 막내 동생을 위해 생선을 구웠고
정월대보름 나물과 청국장을 미리 먹었으며
건강에 좋은 야채찜을 주로 아침으로 먹었다만
오늘 점심은 별식이 필요했다.
골뱅이를 각종 야채와 함께 달달하고 간간하고 맵싸하게 무치고
(나는 약하게 간을 맞추렸는데 동생이 양념을 팍팍 넣었다.)
남은 배추로는 전을 부치고
전 부치고 남은 것은 달걀말이해서 먹었다.
제법 맛난 대체 휴일의 점심이었다.
이제 내일부터 동생 부부는 가열찬 새 학기 대비 강의를 시작한다.
따라서 오늘 저녁도 별식 모드 발동인데 좋은 생각은 나지 않는다.
오늘 대문 사진은 며칠 전 먹은 대창 덮밥인데
대창만 닭볶음으로 대체하면 그럴싸한
간장 닭구이 덮밥이 되지 않을까도 싶다.
그런데 입맛은 이렇게 비슷한 동생이지만
강의 첫 시간의 스타일은 조금 다르다.
동생은 강의 첫 시간은 오리엔테이션만 진행한다고 한다.
나는 첫 시간부터 거의 풀로 달린다만.
첫 시간을 거의 비슷하게 진행해야 내 수업 스타일과 전혀 맞지 않는 학생들은
수강신청 변경을 시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나치게 수강생 편의를 봐주는 시스템일지도 모른다만.
어떤 일이건 남의 돈을 받는다는 것은 참으로 쉽지 않은 일이다.
돈받으면 프로다. 이 말이 맞다.
동생이 나랑 같이 있어서 배달 음식을 안 먹어서 좋다한다.
내가 만든 것보다 훨씬 맛난 음식이면 나도 배달 음식을 선택할 것이다만
그렇지 않다면 시간도 여유있고 심심한 내가 놀이삼아 먹거리 준비를 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그런데 말이다.
제자가 나의 집에서 생활했던 그 3개월 정도는 나도 정말 힘들었다.
요리도 그리 잘하지 못했고 메뉴도 많이 알지 못했고
도시락으로 가능한 메뉴는 더 제한적이었으니 말이다.
그래도 그 3개월이 나의 요리 역량을 한 단계 이상 업그레이드 시켜준 계기가 되었음은 틀림없다.
그때처럼 동생과 같이 있는 이 시기가 나의 요리 역량을 높여줄 것이라 기대된다.
이러다가 조금씩 하는 강의까지 다 끝나고 나면
나는 시골 밥집 주방에서 일하는 거 아닌가 모르겠다.
나쁘지 않다.
너무 많은 양만 아니라면 사부작 사부작 움직여서 요리하는 일이야말로
그리고 그걸 맛있게 먹어주는 누군가를 보는 일이야말로
재미도 있고 의미도 있는 일 아니겠나.
물론 그 한쪽 편에는 싱싱한 텃밭 채소들이 자라고 있으면 더 좋겠다만.
안방에서 내려다보면 보이는 노지에 텃밭을 위해
땅을 갈아 엎어놓은 흔적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동아리 활동 지도나 손을 들어볼까나?
도시 농부반 말이다.
스스로 경작한 작물로 끼니를 해서 먹는 기쁨은 해본 사람만이 안다.
얼마나 건강한 맛인지 글이나 사진으로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