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은 힘들 오늘의 출근길

퇴근길은 행복하길

by 태생적 오지라퍼

갈 곳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나는 그렇게 생각했었다.

아무것도 갈 곳이 없다는 것은 소속이 없다는 것이고

프리스타일을 좋아라하는 사람이 아니라면(나는 엄청 싫어한다.)

갈 곳이 할 것이 뚜렷이 없는 아침은 멍해지기 마련이다.

그러므로 오늘의 출근길 혹은 등굣길을 즐기는 마음이 필요하다. 쉽지는 않겠다만.


2026년 모든 학교의 개학일인 3월 3일 아침은 대부분의 집마다 바쁘고 힘든 아침일 것이다.

한 집에 누군가는 학교에 갈 확률이 꽤 높기 때문이다.

벌써부터 정신없이 씻고 가방 싸고 아침 먹고

우왕좌왕 시끌벅적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어제까지 이곳 소위 지방대학을 끼고 있는 동네에는

기숙사나 자취방에 짐을 가지고 들어오는 대학생들이 많이 눈에 띄었었고

이제 오늘은 대학뿐만 아니라 초, 중, 고 그리고

어린이집이나 유치원까지 총 출동을 하는

실질적인 교육 대란 등교일의 아침이다.

바쁘지만 아침을 꼭 먹고 가는 날이기를 바란다.

가뜩이나 새로운 출발의 아침.

속이 비어있으면 더욱 추위를 느끼게 되고

(어제 비가 내리면서 다시 겨울로 회귀한 느낌이었다.

그렇지 않더라도 3월 첫 날 학교는 엄청 춥기 마련이다.

따뜻하게 입고가는게 최고이다.)

그러면 예민해지기 마련이고

그러면 불평이 생기기 마련이다.

첫 날 기분이 안 좋으면 그것이

불안과 징크스의 요소가 되면서

꽤 오랜 기간 분위기를 바꾸기가 힘들어진다.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 처음 보내는 부모님들의 안절부절을 십분 이해한다.

나도 당시 유치원에 보내는 아이들 중 제일 어린 나이의 아들 녀석을 보았던 터다.

그 당시 일년 이상 차이나는 아이들과 함께 유치원에 다녔었다.

유치원에서 울거나 배변 처리를 못한다거나 얻어맞지만 않기를 간절히 기도하는 날들이었다.

그 먼거리를 유치원 마치고 난 오후 시간에

나의 아들 녀석을 봐주러 와주었던

지금은 아파서 누워만 있는 동생에게 고마울 따름이다.

나는 동생들에게 아들 녀석을 봐달라고 했던

큰 짐을 지웠던 못난 언니였다.

물론 친정 엄마도 동원되기도 했다만.

내가 조금은 괜찮은 선생님일 수 있었던 배경에는

아들 녀석을 봐준 동생들의 공로가 엄청났고

무난하고 학교와 친구들을 엄청 좋아라하는 성격이었던 아들 녀석의 기질이 많이 작용했다.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오늘 이 글을 쓰면서 다시금 너무나 고맙다.


이 아침.

제부는 이번 학기 첫 강의를 위해 벌써 조치원을 나서서 창원행 기차를 탔고

막내 동생도 오전부터 강의가 시작되고

나만 아직 여유로운 날인데

내일 오후와 모레 오후까지 내가 없는 동안 먹을 음식 준비만 잘 해 두면 되겠다.

어제 저녁 늦게 도착하는 남편을 위해 동태탕을 데우다가

정신줄을 깜빡 놓쳐서 국물을 다 태웠고(이런 일은 또 오랫만이다.)

닭볶음탕은 동생이 해놓았으니

오늘은 내가 정신을 차려야 할 타이밍이다.

누군가가 조금은 힘들 오늘의 출근길와 등굣길을 보낸다면

누군가 조금은 여유있는 사람이 그들의 퇴근길을 따뜻하게 만들어주는 것이 팀플레이 아니겠는가?

단체 운동 선수만 팀플레이를 하는 것은 아니다.

가족이야말로 팀풀의 극대화가 필요하다.

백업 플레이가 잘 되는 단체가 우승하는 법이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아침 여러 가지 다양한 이유로

바쁜 사람들에게 응원을 보낸다.

우리나라 야구 대표팀에게도 말이다.

WBC가 코 앞으로 다가왔다만 옛날처럼 좋은 성적을 무조건적으로 기대하고 있지는 않다.

그러기에는 내가 야구를 너무 많이 안다.

다만 선수들이 최선을 다해주고 거기에 운이 약간 따라주기를 기대할 뿐이다.

오늘 모든 사람들도 최선을 다하고

운이 한 방울 따라주기를

그래서 첫 출발이 순조롭기를 바래본다.

따스하고 행복한 퇴근길이 되기를 말이다.

작가의 이전글늙지않는 혼밥 요리사의 비밀레시피 1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