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부르다.
언제 아들과 외식을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작년 12월 조치원으로의 이사 후에는 당연히 없었고
작년 5월말 아들 녀석이 독립해서 나간 후로도 기억이 없다.
가끔 집에 왔을때 배달을 시켜 먹은 적은 있었다만.
오백년만의 아들과 단 둘이 외식이다.
백화점 식당가에 먼저 도착한 사람이 먹고 싶은걸 고르자했는데
다행히 선호도가 맞아 떨어졌다.
남편이 싫어해서 그간에 못먹은 서울식 불고기이다.
나의 하나뿐인 아들 녀석의 얼굴은 조금 헬쓱해졌고(살찐거보다 백배 낫다)
머리는 조금 뽀글하고(파마를 했나보다)
많이 나이들어 보이지는 않으니 다행이다.
슬쩍 여자 문제를 물어보니
소개팅은 하고 있는데
별다른 진전은 없다하고
자기는 첫 만남에 호감을 주는 스타일은 아닌가보라 한다.
꾸준히 보다보면 매력 발산이 되는 스타일인데
여자들이 다 눈이 삐었나보다.
밥을 먹고 에어컨 렌탈을 마무리 짓고
나는 목동 동생네로
아들은 구의동 오피스텔로
각자의 길을 떠난다.
5호선에 앉아서 이 글을 쓰기에
천호역에서 오목교역까지의 거리는 충분하다.
다행이 타자마자 빈 자리에 앉았다.
배가 몹시도 부르다.
솥밥과 불고기를 너무 많이 먹은 것인지
아들 녀석 얼굴을 봐서 안먹어도 배가 부른 것인지는
알 수 없다.
내일 아침을 위해 오랫만에 알람을 맞춰두었고
아침용 옥수수빵을 백화점 지하 마감세일에서 샀고
아들을 준다고 가져왔던 부럼용 땅콩을 깜빡하고 안줬다.
할 수 없다. 내일 학교가서 풀어놀 수 밖에.
본의아니게 또 새 학교에서 첫 날부터 또 오지랖을 피우게 되겠다.
태어나길 그리 태어났다.
(어제 후배가 찍어보내준 서울 시내 한양도성길 위의
동그란 달이다. 지금 배부른 내 얼굴과 매우 비슷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