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과학교사의 수업 이야기 181

그 많은 경우의 수

by 태생적 오지라퍼

어제 내 승리 루틴을 다시 한번 믿어보려고

(내가 간절히 응원하는 팀이 지는 경우를 막기 위해

그 시합을 직접 보는 것을 가급적 회피한다.

아니다. 어제는 힘든 하루여서 딱히 체력이 받쳐주지 않아서였기 때문이다.)

마지막 국가대표 야구 경기를 초반에만 살짝 보고

잠이 들었었다.

어려운 싸움임은 이미 알고 있었다.

체력은 고갈되었고 부상 선수들도 나타났고

무엇보다도 다 잡은 경기를 놓쳤다는 실망감과

안되나보다하는 마음이 생겼을 테니 말이다.

그리고 그 상황을 뚫고 예선을 통과하기 위한

경우의 수 계산이 등장했는데

누가봐도 힘든 확률이었다.


우리나라가 호주를 이긴다고 했을 때

WBC 규정에 따라 세 팀 간 맞대결 결과를 기준으로

실점 수를 아웃카운트 수로 나눈 실점률을 비교해

조 2위를 가리게 된다.

단순히 이기기만 하면 되는 경기가 아니라

실점을 최소화하면서

다섯점의 점수 차를 만들어야 하는 경기가 되었기 때문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콜드게임으로 이겨도 안된다.

그러면 아웃카운트 수가 달라진다.

따라서 실점을 3점이상 하면 안되고

5점차 승부가 나야하는 아주 힘든 경우

즉 5:0, 6:1, 7:2의 경우만 가능한 상황이었다.

이 내용을 알고 있는 나는

낮은 확률에 기대를 접고(희망을 가지면 더 힘들다.)

초저녁 잠에 들었었다.


신생아 스타일로 두 세시간 마다 깨서 11시쯤

눈을 떠서 습관적으로 휴대폰을 찾아보니

난리가 나있다.

7:2를 극적으로 딱 맞춘 것이다. 세상에나.

가끔은 이렇게 기적과도 같은 낮은 확률을 통과하는 경우도 있는 법이다.

야구 선수 중 누군가가 혹은 우리 국민 중 대다수가 착하게 살아서 복을 받았나보다.

흐뭇한 마음에 영상을 돌려보다 자고 돌려보다 잤더니

오늘 아침 늦은 기상과 늦은 글이 되어버렸다.

이렇게 어려운 일도 하는데

늘상하는 일들이 힘들다고 짜증낼 것은 아니다.

경우의 수와 확률이야기를 강의에 적용해봐야겠다.

스포츠 과학의 시대이고

빅데이터 기반의 확률 경기가 스포츠에 적용되고

스포츠 분야에서도 데이터 분석가의 입지가 높아지고 있는 중이다.

적어도 야구에서는 틀림없다.

어제와 오늘 SNS 에 넘쳐나는 야구 이야기를 즐기는 하루를 보내야겠다.


(선수들과 스탭 그리고 방송과 많은 야구 관계자들의 기쁨의 눈물도 보았다. 늙으면 눈물도 많아지는 법이라는 평범한 사실도 다시금 느꼈다. 이제 다시 확률 5:5 경우의 수에 도전한다. 예선 성적은 리셋이 되기 때문이다.)


작가의 이전글조치원의 다소 이른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