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한 날보다 바쁜 날이 두 배는 많았으면 좋겠다.
제일 좋아라하는 <불꽃야구> 정보도 못 찾아보고
어제 기적처럼 이긴 WBC 야구 영상도 못 찾아보고
점심은 도시락 싸간 것을 차에서 허겁지겁 먹고
(반찬 맛집에 들리느라 시간이 애매했다만
당분간 밑반찬을 해결했다.)
커피 한잔 여유있게 마실 시간도 없었지만
그리고 무엇보다도 장거리 운전에 지쳤지만(퇴근길에는 조금 막혔다.)
그래도 바쁘니까 참 좋다.
쓸데없는 잡 생각들도 안나고
안 울리는 휴대폰만 물끄러니 내려다 볼 일이 없으니
참 좋다.
화요일 같은 교과목의 두 반의 강의는 구성원에 따라 같은 내용을 진행해도 그 느낌은 다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 느낌에 영향을 주는 큰 요인은 수강생 숫자이다.
숫자가 많으면 아무래도 한 눈에 학생들이 모두 다 쏙 들어오는 느낌이 덜 들고
그러면 상호작용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따라서 나는 대형 강의를 선호하지 않는다.
비대면 온라인 강의는 더더욱이다.
학생들과의 주고 받는 그 과정이 내 강의에서 발현되는 도파민의 근원이다.
일방적인 이론 주입식 강의는 내가 제일 피하고 싶은 형태이고(물론 기본 개념 설명은 필요하다만)
다행히 지식 내용이 주가 되는 강의가 아니라는 것이
내가 교양 과학 강의에 도전하게 된 근본 이유이기도 하다.
퇴근하고 집에 오니 고양이 설이가 또 눈을 흘겨본다.
늦게 왔다는 꾸중이다.
아들 녀석이 함께 있을 때는 나의 퇴근 여부나
퇴근 시간에 그리 연연해하지 않더니
이제는 내가 고양이 설이의 삶의 중심에 있는 것이 틀림없다.
계속 쫓아다니면서 웅얼웅얼 자신의 하루 일과를 나에게 전달하는 느낌이다.
나중에 손주 녀석을 봐주면 이런 느낌일까 싶기도 하다.
고양이 설이 수발을 들고 나서
항암 주사를 맞고 돌아온 남편의 저녁을 챙긴다.
다행히 검사 결과는 양호하다하고
항암 주사를 맞은 당일에는 어지럽고 목도 잠기고 눈도 따가운데
하루 지나면 많이 호전된다고 한다.
이만하니 다행이라 생각하고
어제 끓여둔 미역국에 각종 나물과
남편이 가장 좋아라하는 양파랑 마늘 장아찌를 내어줬다.
밥 먹는데 시간이 오래걸린다.
그 시간동안 옆에 있어주는 일도 그리 쉬운 것은 아니다.
설거지를 치면서부터 졸음이 몰려오기 시작한다.
그래도 밥 먹고 한 시간은 있다가 누워야지
내가 소는 아니지 않는가?
어제 못 본 야구 하이라이트를 다양한 채널을 통해 돌려보고 있는 중 인데
그 시간을 버틸 수 있으려나는 모르겠다.
바쁘니까 참 좋다. 오늘 꿀잠 예약이다.
내일은 모르겠으나 모레도 분명 바쁠 예정이다.
이 나이에도 바쁘게 살 수 있다는 것은 감사한 일이다.
물론 그 바쁨으로 얻는 수당은 너무 작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