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지 않은 혼밥 요리사의 비밀 레시피 190

외식을 가급적 피한 이유

by 태생적 오지라퍼

하루에 세끼 밥을 꼬박 집에서 차려주는 것을

따박따박 받아먹는 사람을

다소 안좋은 의미에서 삼식이라고 하고

밥을 차려야 하는 입장에서 힘들겠다는

위로를 보내주는 용어로 사용한 것은 한참 되었다.

남편이 몸이 조금 좋아졌는지

거의 1년간 삼식이로 지냈었으면서

자꾸 외식을 하자고 한다.

막내 동생 부부가 함께 있는 날이니 더더욱 그러고 싶은 모양이다.

쿨한 사람이라는 것을 뽐내고 싶던가

아니면 나를 힘들게 하지 않는다는 것을 과시하고 싶어서였던가

여하튼 어제 저녁부터 생뚱맞게 외식 이야기를 한다.

대전 성심당에 가서 밥을 먹자고 한다.

세상에나 아무리 내가 튀김 소보로를 좋아라한다지만 그게 밥은 아니다.

적어도 나에게는 말이다.

어제 저녁에 한번 지나가는 말로 하나보다 했더니

오늘 아침에 또 한다.

주말임을 고려하고 내일 모두 바쁜 상태임을 고려해서 대전 성심당은 빠르게 포기시키고

(내 의미에서는) 할 수 없이 점심을 밖에서 먹는 것으로 합의를 보았다.


내가 남편과의 외식을 피하려는 이유는 두 가지였다.

한 가지는 항암 효과로 손가락의 세밀한 움직임이 둔해져서

혹시 음식을 흘린다던가 그릇을 놓친다던가 하는 일이 벌어질까봐(꽤 자주 있었던 일이다.)

그래서 본인의 자괴감이 들까봐였다.

다행히도 일년이 지나간 지금은 그나마 손가락의 움직임과 힘이 많이 좋아지기는 했다만

어제 저녁만해도 미역국을 바지에다 쏟았었다.

이런 일이 식당에서 일어나면 나도 남편도 그리고

식당 관계자도 당황하게 되고

주변의 시선이 쏠리게 될 것이 분명하

남편이 가장 싫어라하는 민폐가 되니 가급적 피하고 싶었다.


다른 한 가지 이유는 순전히 나의 음식량이 작아서였다.

1인 1음식을 시키는게 당연한데 나는 언제인가부터 대략 음식의 반 정도 밖에 못먹는다.

남편은 식사 속도도 다른 사람에 비해 느리고

나는 소화 역량 부족으로 음식을 반쯤 남기니(아주 맛난 것은 3/4 정도는 먹을 수도 있을지 모른다만)

식사 피크 타임에 한 테이블을 오래 차지하고 있는 것이 미안하게만 느껴진다.

식당 수익 요인 중 제일 중요한 것은 테이블 회전율인데

나와 남편이 간다면 그 식당의 회전율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듯해서 스스로 피하게 된 것이다.

물론 내 솜씨보다도 맛없고 비쌌던 식당을 방문했던

아주 드문 사례도 작용하기는 했었다만.


오늘 점심은 그동안 눈여겨 보았던

멸치국수집으로 어렵지 않게 결정했다.

집에서 멀지도 않고 고기국수를 싫어하는 두 명이 있으니 말이다.

남편과 막내 동생의 식성이 비슷한 것은 얼마 전에 눈치챈 일이었다.

그리고 잔치국수라고 하지 않고 멸치국수라고 이름을 붙인 그 자신감을 믿었다.

국수는 국물이 80%의 맛을 좌우하는 법이다.

그 자신감 그대로 큼지막한 어묵이 들어간 잔치국수는 맛깔났고

비빔국수는 많이 달지 않아 괜찮았는데(내 기준으로 양이 엄청 많기는 했고)

오픈한지 두 달이 채 안된 듯 한데 주말 점심에 제법 손님이 많았다.

맛집으로 소문이 나고 있는 중인 듯 했다.

다행히 남편은 맛있게 잔치국수를 먹었고 그 사이에

젓가락을 떨어트리거나 국물을 흘리지도 않았다.

거의 반년만에 외식인 셈인데 성공적이었다.

만족스러운 외식 이후 오랜만에 산책도 길게 하였으나

끝내 매화꽃은 찾지 못한 것이 흠이라면 흠일까.

만족스런 주말 점심을 마무리했다.

저녁은 호박, 감자, 양파를 춘장과 왕창 볶아서

새우 볶음밥 위에 올려먹을 예정이다.

남편과 동생은 고기를 빼고

나와 제부는 미역국 끓이고 빼놓은 고기를 합체해서 먹으면 되겠다.

그래도 2:2로 나누면 되니 참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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