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가 걷히기를 반짝 해가 나타나기를
주말 아침 안개가 가득한 상태에서 출발한다.
쨍하는 날을 좋아라 하는 편이라
비가 오는 것도 눈이 오는 것도 안개도 그닥 좋아라하지 않는다.
그 중 제일 기피하는 날은 바람이 심한 날이다.
애써 공들인 머리가 산발이 되는 것이 사람을 진빠지게 한다.
오늘 아침 이렇게 넓게 퍼진 안개 속에 있는 것처럼
남편은 더더욱 안개속을 헤매이고 다니는 듯하다.
오리무중 인생의 최고점에 있는 듯 하다.
적어도 내가 보기에는 그렇다.
지난 일주일동안 일은 했으나
오랫동안 수당을 지급하지 않는 나쁜 사람들을 찾아다닌다고 돈을 꼭 받아낼거라고
평창으로 김포로 서울로 옮겨다닌다고 문자만 한통씩 왔었다.
별 소득은 없어보인다만 건강이 걱정되지 않을 수 없다.
잘 먹고 잘 자고 잘 쉬워도 될까 말까한
위암 4기에서 출발한 환자가
이래도 되는 것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원래 아프다, 힘들다 등의 단어를 입에 올리지 않는 강철인이기는 하다만
나는 그게 강철 체력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부러워했다만
아마도 통증을 느끼는 감각이 몹시 둔하거나 아니면
통각기제가 발동을 안하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요즈음 느낀다.
항암 중인데 그리고 암이 그 정도로 진행되었었는데
아픔은 조금밖에 안느꼈다고 하니 말이다.
그래도 암 진단 전에는 아팠단다.
그랬으니 코로나 19에 걸려도 참고 버티던(물론 본인은 감기였다고 이야기하나) 사람이
대학병원까지 스스로 가서 검사를 받았던 것이지 싶다만.
귀를 엄청 파서 중이염 균이 뇌로 가서 큰 일 날뻔 했을때도
자동차 사고가 나서 크게 다쳤을 것이라고 경찰까지 놀랬다고 했을때도
퍽치기를 당해서 눈위가 찢어지고 피 범벅이 되었을때도
아무 일 아닌 듯 지나갔던 사람이다.
조그마한 통증에도 엄청 예민한 나와는 정 반대의
아니 도저히 이해불가인 스타일이다.
그런데 요즈음의 남편의 상태를 보면
<나는 암환자가 아니라 정상인이다>라고 본인을 세뇌하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정상 생활을 해야만 암세포에 지지 않는다>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내가 보기에는 과로가 틀림없는 생활을 한다.
물론 겨울까지는 춥고 집에서 꼼짝 않고 쉬었었다만
(실내 운동과 하루 한번 산책은 아주 추운 날 빼고는 했었다)
3월이 되면서 조금 조금씩 회사일에 더 적극적이 되고 있는데
아마도 갚아야할 은행 대출 원금이 있어서 일수도 있다.
나에게는 이야기를 절대 하지 않는다만.
그래서 내가 회사를 손해보고라도 싹 정리하자고 이야기를 예전부터 계속 하는 것인데
내가 일을 못 놓는 것과 같은 마음일지도
일을 안하면 병이 더 심해질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일지도 모르겠다만
그 애증 관계의 사업을 접지를 못하고 있다.
물론 많은 아쉬움이 남을거라는건 알고 있지만
우선 살고봐야는거 아니냐?
오늘 근 일주일 만에 집에 오면 잔소리를 작렬해야겠다.
내 잔소리 작렬을 세상에서 제일 싫어라하지만 말이다.
그나저나 돈을 떼먹는 사기꾼들은 왜 도처에 아직도 있는거냐?
남의 돈은 안주고도 외제차 몰고 다니는 그런 사람들 말이다.
아무리 오리무중 인생이라지만
그런 사기꾼이 작정을 하고 사기를 치면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기 마련이다.
기온이 올라가면 안개는 걷히기 마련인데
남편의 오리무중 인생은 도대체 언제 걷힐 것인가?
불쌍하고 안되었다가도 화가 나는 것으로 마무리되는 내가 나쁜 사람일까?
지독한 안개가 걷히기를, 반짝 태양이 떠오르기를 기도하는 마음이다.
(안개속은 아니지만 며칠 전 후배가 보내준 사진을 대문 사진으로 올렸는데
제법 멜랑꼬리한 안개속인듯 한 효과가 나타난다.
사진은 대부분은 진실 기반이지만 가끔은 뜻하지 않는 효과를 나타내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