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과 전시관 말고 갈 수 있는 곳이 많아지기를 바란다.
월요일에 회사로 출근했던 남편은 어제 저녁에서야 집으로 돌아왔다.
아프기 전 패턴인 셈이다.
아프기 전까지는 일요일 오후 수원 어머님을 뵙고 회사로 내려갔으니
지금보다 더했으면 더했을 것이다.
그리고는 이 정도는 멀쩡하다고 큰 소리를 쳤고
현재는 양로원에 계신 어머님을 더 자주 뵈러 가야겠다고 했고
회사가 정리되면 도서관에 다니면서 일어 공부를 본격적으로 하겠다고도 했다.
좋아해야할지 슬퍼해야하는 것인지 갈피를 잡기 힘들다.
새롭고 멋진 공간으로 각 지자체마다 도서관을 짓고 고치고 하던데
가보면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만이 책을 보고 있는 그림이던데
남편도 이제 거기에 정물화처럼 앉아있게 되겠구나 싶다.
내가 결혼하고 시댁에서 살았던 1년 반 동안 제일 많이 본 시아버님의 모습이
책상에 앉아서 영어 공부 하시던 모습이었는데
어쩌면 그 모습도 닮아간단 말이냐.
엄격한 시아버님을 그리 좋아라 하지도 않았으면서 말이다.
영어와 일어만 다르고 집과 도서관이라는 것만 다를 뿐 빼다박은 것 아니냐.
얼마 전 남산에 갔을 때 화장실 문제로 잠깐 들렀던 남산 도서관에도 어르신들이 가장 많았었다.
우리 때는 고등학생들의 주 공부 대상이던
새벽마다 줄서서 자리를 맡던 그 곳이
이제는 주된 사용 대상층이 이리 변하다니 말이다.
나도 곧 그 대열에 합류하게 될지도 모른다.
집에서 보다는 쾌적하기도 하고 책도 많고 무엇보다도 저렴한 비용의 식당도 있다.
추위와 더위도 피할 수 있고 말이다.
그런데 내가 도서관에 갈 날보다는 전시관을 다닐 날이 현재로서는 더 가깝다.
각종 시립 미술관과 전시관들은 대부분 무료 입장에 무료 관람이니
문화생활도 하고 분위기를 바꿔 보는데 그리고 무료하고 지겨운 날이 아니게 만들어 주는데 가장 적격이다.
나의 정년 퇴직 직후 지인들과 성수에 있는 미술관을 관람한 적이 있는데
그때 나보다 2년 먼저 퇴직한 선배가 그랬었다.
<이제 곧 이렇게 티켓 값이 비싼 전시회는 피하게 된다>고.
작년까지는 봤었는데 올해 되니 무료 전시에 구미가
더 당기기는 한다.
나보다 먼저 그 길을 지나본 선배의 이야기는 대략 80%는 맞다.
그리고 나에게도 틀림없이 적용된다.
지난 주 서울공예박물관도 무료 전시이니 그리 사람이 많았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일년에 몇 번은 멋진 전시관을 방문하는
여유는 가지고 살고 싶어서
4월 첫 주 나에게 항상 힘을 주는 멋진 후배들과
리움 미술관에 가보자고 약속을 했다.
주변 다른 전시장도 보고 맛난 것도 먹고 말이다.
새로 개관한 무료인 서서울미술관은 언제든지 혼자서라도 갈 수 있으니 일단 미뤄둔다.
전시물도 조금 난해하다는 평도 있긴 하더라만
나는 가벼운 전시를 좋아한다.
그게 더 마음에 끌린다.
노래도 그러하다.
너무 무거우면 덜 와닿는다.
(어제 BTS 신곡이 약간 그런 느낌이었다.)
도서관과 전시관을 제외하고
날씨가 좋을 때, 내 컨디션이 좋을 때,
지하철역에서 그리 멀지않은 곳으로다가
어디든 다닐 수 있을 때 다녀보자는 것이 내 계획이지만
세상일은 한 치 앞도 알 수 없고
(나이들어서 부쩍 운명론자로 바뀌어간다.)
아직은 가급적 아르바이트와 묶어서 그 주변을 방문하는 것을 희망한다.
이번 주 토요일 부산시교육청의 수학여행 사전답사 아르바이트는 대전역에서 시작한다.
지난번 봐두었던 과학관부터 시작이고
예전에 한번 다녀갔던 과학센터도 들린다.
아르바이트와 내 사심의 콜라보레이션이 될 예정이다.
이런 스타일을 선호한다.
성심당 튀소를 살 시간이 될지는 모르겠다만.
도서관과 전시관말고도 나같은 실버세대가 다닐 수 있는 공간들이 많아지기를 희망한다.
절대 시끄럽게하거나 물을 흐리거나 쯧쯧 혀를 차게 만드는 일은 하지 않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