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다운 주말을 보낸 댓가

생각보다 혹독하다.

by 태생적 오지라퍼

쉬는 것이 일상이던 주말이었는데

가열찬 주말을 보냈다고

힘들지만 좋아했었는데

그 댓가는 여지없이 오늘 밀려온다.

어처구니가 없기도 하고 정신이 번쩍 나기도 한다.


매일 하나 이상씩의 실수 리스트에

오늘은 절대 무언가를 추가하지 말아야지

다짐을 하고 또 했건만

집에서 출발한지 5분후에

강의용 레이저포인터와 USB를 안가지고 온것이 생각났다.

다시 돌아갈수는 없는 위치이다.

다행히 강의안은 사이버 캠퍼스에서 다운 받으면 되고

레이저포인트는 모양새가 빠지더라도

그냥 마우스로 조작해야지 어쩌겠나 나를 달래지만

멍청한 나에게 화는 이미 났다.

그리고 5분 뒤.

화장품 통을 안가지고 온것이 생각났다.

창백하고 볼품없는 얼굴에 그래도 립글로스로 생기를 줘야는데 말이다.

그리고 거기에 비상욕약도 있는데.

그래도 지난번 지갑을 두고 온 날보다는

가슴이 놀라서 뛰는 수치는 낮다.


오늘 발표 코멘터리 자료를 프린트하고

내 강의자료도 다운 받고

도시락으로 싸간 야채찜도 먹으려다가

갑자기 비가오려고 꾸물거리는 날씨와

아침을 안먹은터라

마침 탕비실에 쌀국수 작은 양의 컵누들이 보여서

같이 먹으려 뜨거운 물을 부어두었고

생각보다 맛이 없어서 두어번 먹고는

야채찜을 다 먹고 도시락통을 닫으려다가

순간 손이 쌀국수를 건드렸나보다.

사실 잘 생각은 나지 않는다.

제법 뜨거운 국물이 바지 위로 쏟아졌으니.

재빨리 바지를 벗었어야 마땅한데 그게 되지는 않더라.

여하튼 아주 팔팔 끓는 물은 아니어서 다행이고

양이 많지 않아 그나마 다행이고

검정색 얇지 않은 재질의 바지라 다행이고

피부는 일부분이 조금 빨갛게 되었을 뿐이고

(물휴지로 눌러두었다.)

나만 아는 쌀국수 국물 냄새가 진동할 뿐이다.


오늘도 벌써 실수만 세개째이다.

오늘도 망했다. 마음을 다스린다.

그나저나 화상연고가 집에 있으려나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