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그렇게 살고 있다.
오늘만은 실수없는 하루를 보내자고
가슴속으로는 같은 말을 반복한다만
(소귀에 경읽기 수준이다.)
그 사이 사이에도 차마 웃지 못할 일들이 있다.
어제 빼놓았던 화장품케이스와 레이저 포인트는 챙겼으니 다행이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는 않는다.
단기간에.
그리고 내가 한 실수는 누구나 할 수 있는 단순한 것들이라고 애써 위로해본다.
눈 가리고 아웅이다.
그래도 어제 오늘 도시락을 싸와서
꿋꿋하게 연구실에서 혼밥을 한다.
먹어야 살고 시장이 반찬이고
목구멍이 포도청도 맞다.
흰 바지를 입어서 더더욱 무언가를 또 흘릴까 엎지를까
극도로 조심하고 있어서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내 행동이 약간은 굼띄고 느려보일게다.
보이는게 다는 아니다만 어쩌겠나.
이제는 속도보다 방향성이 더 중요한 나이이다.
이렇게 조심했는데도 빨간 김치 국물 하나를 묻힌다면
도로아미타불인 셈이다.
넘어지고 미끌어지고 부딪히고
흘리고 떨어트리고 재빨리 주워먹고
까맣게 잊어버리고 잊혀지고
심지어 내가 화가 난 이유조차도 기억나지 않는
오늘 제일 중요한 일을 그리 되뇌여도 사라지는
미로속으로 들어서려는 그 조짐이 무섭기만하다.
그래도 그런 나를 일으켜 세워주는 무언가가 있음 된다.
그것이 나처럼 일일수도 있고
누구에게는 종교일 수도 있고
또 누구에게는 좋아하는 덕후놀이 일 수도 있다.
아무렴 어떠하냐.
내 인생은 나의 것.
내가 나를 사랑해야하는게 마땅하다.
(사실 내가 나를 제일 못마땅하게 생각한다만)
전해 내려오는 사자성어나 속담이 점점 딱 들어맞는 나이가 되고 있다.
영 식스티라 불러다오.
(고양이 설이도 보는 눈이 있는지
녹색으로 바뀌는 산을 자주 쳐다보고 있다. 요즈음.
봄바람나는 봄처녀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