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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생적 오지라퍼 May 30. 2024

늙은 과학 교사의 수업 이야기39

남극의 펭귄 구하기보다 나의 더위가 더 중요하다.

오늘 아침 출근길에 쓰레드에 글을 썼다.

사실 쓰레드에 글을 쓴지는 얼마되지 않았고(브런치도 얼마되지 않았다.)

페이스북, 인스타, 쓰레드를 연동시킨지는 더 얼마되지 않았고

학생들과 맞팔한지는 이제 일주일 남짓 된다.

맞팔해달라고 지나갈때마다 이야기해주는 아그들이 귀엽고 고마워서

그리고 교사 생활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괜찮겠다 싶어서 맞팔에 응해주었다.


그리고 습관적으로 오늘 출근 지하철에서 쓰레드에 글을 올린거다.

출근길에 주로 쓴다. 퇴근길은 힘들어서 글을 쓸 체력이 없다.

출근길이니 지하철에서 보거나 느낀 점들을 쓸때가 많다.

그런데 지금까지 1도 없었던 댓글이 달리기 시작했다. 물론 내가 아는 학생들은 아니다. 모르는 사람들이다.

좋아할 일인가 싶은데 내가 오늘 올린 글이 쟁점이 되는 글이었나보다.

그대로 옮겨본다. 쓰레드의 특성상 반말투이다.

<지하철 냉방 때문에 추워서

긴 옷 입고 나왔는데도

콧물 나와서 마스크 착용중.

지금 시간에

널널한 지하철에

냉방이 꼭 필요함?

탑승 인원과 실내 온도 고려한

자동 냉방 시스템 아닌감?>

답글은 이랬다.

<그러면 약냉방칸에 타야> :

그 칸이 약 냉방칸이다. 나는 항상 약 냉방칸에 탄다.

알레르기성 비염이 있어서 에어컨에 취약하다. 콧물 킁킁대는게 죄송해서 마스크를 항상 착용한다. 지금도...

<지하철에서는 추운 사람이 옷 입는게 맞는거>

아침 7시였다. 7시 반 이후가 되어 출근 시간으로 지하철에 사람이 많으면 냉방이 가동되는게 맞다.

빈 자리가 듬성 듬성있었고 냉방은 돌아갔다. 온도를 측정해봤어야 했는데 체감온도는 25 ℃ 이하였다.

물론 반팔 차림도 있었다. 나는 추울까봐 긴 옷도 입었다. 지하철에는 안내 문구도 써있다.

온도에 대한 차이가 커서 자동 냉방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고...

전공을 살린 나의 지식으로는 자동 냉방 시스템은 실내 온도를 반영하는 것일거다.

탑승 인원까지 감지는 못하더라도...

그리고 우리나라 여름철 공공 기관 냉방 권고 온도는 아마도 24~26℃ 내외일 것이다.

름에는 무조건 18℃ 강냉방을 기본으로 두는 것이 맞다는 확신에 댓글이었다.

더운 것은 참을 수 없으니 추운 사람이 참아라...이렇게 받아들여지는 어투였다.


관심없이 지나가는 글에 댓글이 달린 것을 감사해야하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퇴근 길에 검색을 해보니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겉옷을 챙기며

대중교통 실내 온도 기준의 필요성을 이야기 하는 기사들이 몇 건 있었다.

지하철 고객센터 민원의 77%가 냉난방 관련이라고 하고 그런 민원을 듣기 싫어서 강냉방으로 튼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합리적인 대중교통 실내온도 기준이 필요한 이유는 분명한 듯 하다.


학교에서도 비슷한 일에 부딪히게 된다.

점심시간에 체육관에서 열심히 운동하고 온 아그들은 5교시에 덥다고 난리이다.

에어컨을 강으로 튼다. 당연하게...

학교는 강으로 틀어봤자 21℃정도이다. 온도를 제한시켜 두었다.

냉난방비가 너무도 비싸서 학교 예산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그런데 그 반에 한 두명은 감기 환자가 꼭 있다.

옷을 겹쳐입고 마스크를 쓰고도 추워서 힘들어 하고 교실 에어컨 때문에 감기가 더 심해지곤 한다.

감기 환자는 그럼 그날 결석해야 하는 것일까?

더운 것이 힘든 만큼 추운 것도 힘들다는 것을 왜 모르는 것일까?

대부부 더운 사람들은 컨디션이 괜찮은 편이다.

추운 사람들은 컨디션이 저조한 편이고...

그러니 기준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그 기준에서 서로가 약간씩은 양보하고 참아야 하는 것이 같이 사는 삶이다.


에너지 절약이나 지구 온난화까지 들먹이고 싶지는 않다. 늙은 과학교사 티도 내고 싶지 않다.

처음 달린 쓰레드 댓글에 마음의 상처입은 후

오후에는 동아리 활동으로 학생들을 인솔하여 기후변화 사진전 관람을 다녀왔다.

오후 지하철 약냉방칸은 사람이 있어서 적절한 냉방이었다. 퇴근 길에도 무리가 없었다.

퇴근길 내내 지구를 생각하자는 사진들이 계속 머릿속에 맴돌았다.

남극의 펭귄도 야생의 오랑우탄도 하늘 아래 누워있던 숫사자도 안스러워 보이던

그림같은 사진을 보면서 현실감을 느끼기는 쉽지 않았다.

남극의 펭귄을 걱정하는 것 보다는 더워서 끈적거리는 내 피부가 소중한 것은 맞을 것이다.

나도 물론 그렇다.

그런데 내가 조금 땀을 흘리고 더위를 참으면 펭귄을 구할 수도 있다면 고민은 해봐야 하는거 아닐까?

그리고 당분간 쓰레드에 글을 쓰지는 않아야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SNS는 정말 시간 낭비인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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