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시간 연강이 더 낫다.

명동역과 회현역 사이를 헤매는것보다.

by 태생적 오지라퍼

세 시간의 시감을 마치고

의기양양하게 을지로4가역으로 향한다.

대낮의 서울은 또 오랫만이다.

1호선에서 자리에 앉음김에 시청역 까지 갔고

거기서 늘상 타던 2호선을 기다리는데 올 생각이 없다.

충정로역 이내에 지하철 차량 표시가 없고

무려 12분 뒤에 온다는 안내만 있다.

아니.

그 사이 서울 지하철 2호선에 무슨 일이 있었던거냐

출퇴근 시간 아니면 배차 간격을 늘린거냐.

도통 알 수가 없다.


을지로 4가역 옛 학교에서 물물교환을 하고는

(서로 시간이 안맞아 007 접선처럼 지킴이실 앞 비상용품 상자함에 넣어두었다.)

4호선을 타러 충무로역까지 추억의 길을 걷는다.

군데 군데 점심을 먹으러 나온

서울 시내 한복판의 젊은이들이 보인다.

멋지다. 그 나이도 그 일도 말이다.

(사실 뭘 하는지는 알 수 없다만 그냥 마냥 부럽다.)

명동역에 내려서 순전히 나의 감과 촉에 의존해서 충무김밥집을 찾아간다.

오늘은 그래도 용케 많이 헤매지않고 찾았다.

옆집에 있던 명동칼국수집은 돈을 엄청 벌어서

옆에 새 건물을 올렸더라.

부럽기만 하다.

내가 보태준 돈도 10여만원 될것이다.


충무김밥은 밥이 엄청 찰지다못해 따갑고

반찬은 맛갈나다못해 혀를 아리게 한다.

그래도 오늘 세운 계획 하나는 달성했다.

동생네 부부몫으로 포장도 하고 다시 길을 나선다.

명확치는 않지만 명동 어디쯤에 분명 신발 모아놓고

파는 곳이 있었을거라는 합리적인 의심에서 출발하여

일대를 쓱 둘러본다.

있다. 외국인 고객이 주 대상인듯 한데

나이들고 어수룩한 표정으로 내 사이즈를 대고

스타일을 지정해주었다.

흰색, 분홍색, 그레이 그리고 벽돌색은 없댄다.

사이즈가 있는것은 오로지 연한 노란색

나는 크림색이라고 우겨본다.

발을 넣어보니 넉넉하다.

기쁨에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구입한다.


그리고는 용산역에서 기차를 타려고

명동역을 찾아갔는데

기껏 찾은 지하철 입구 에스컬레이터가 공사중이고

다시 로를 변경해 회현역을 찾아가다가

회현지하상가를 뺑뺑돌고

용산역에서도 상향 에스컬레이터 고장이라

옆 쇼핑센터에 들어갔다가 길을 잃어 뱅뱅돌고

(물론 리모델링으로 매장이 바뀌기는 했다만)

늘상 갔던 곳인데 처음 간 곳처럼 헤매이다가

그래도 기차에 안전 탑승해서 이 글을 쓴다.

기차에서 글을 한편 안쓰면

조치원까지의 그 시간이 너무도 길다.

세 시간 시감하고

세 시간 자유시간 보냈는데

피로도는 후자가 더 심하다.

그냥 여섯 시간 연강이 더 낫겠다.


(그 와중에 핸드폰 충전하러는데 기차 콘센트고장이라 좌석도 바꿨더니 더더욱 피곤하다. 나는 그 콘센트 때문에 창가좌석을 선호한다. 가끔 창밖도 내다보지만. 승무원이 바꿔준 옆 좌석이 계속 비어서 오늘따라 많은 짐을 옆좌석에 놓고올수 있어서 기쁘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