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무한 대기중

기대는 유한하다만.

by 태생적 오지라퍼

바쁜 일정을 보내고

충무김밥과 어묵국을 많이 먹고

침대 위 수면등도 끄고

초저녁잠이(아니다 식곤증인가) 몰려올 때부터 마냥 누워있었더니

푹 쉬었다는 느낌이 든다.

그 와중에도 중환자실에 계신 시어머님 소식이 올까봐

항암주사를 맞은 남편 소식이 올까봐

뒤척일때마다 별일 없나 휴대폰을 들여다보는 것은 다시 내게 찾아온 일과이다.

무소식이 희소식이라는게 맞는 시간들이다.

인생은 무한 대기중인게 맞다.

어쩌면 오분 대기조의 삶일지도 모른다.

무슨 일이 언제 어떻게 일어날지 모르는 법이다.


어제만 돌이켜봐도 그렇다.

첫 번째 고비는 구로역에서 학교까지 걸어가는 길에서 였다.

넘어지고 삐걱이는 일이 많아서 땅을 보고 걸어가는 것이 주요 사항이다만

잠시 한 눈을 팔았나보다.

길가에 기다란 금속봉이 놓여있었다. 세 개.

그것의 한쪽 끝을 살짝 밟은 모양이었다.

몸의 균형을 잃고 넘어질뻔 했다.

넘어졌더라면 대형 사고가 날뻔했는데

사람들 다니는 길에 그 금속봉을 놓아둔 건 뭐냐.

물론 그 주위가 모두 기계공구 상가들이긴 하다만.

큰일날뻔한 위기를 잘 넘겼다.


시감 한 시간 전에는 다음 목요일 실험 준비를 했다.

과학실무사님이 있지만 없는 것과 다름없는 상황이니

(8월이 정년이라고 아무것도 안하시고

자체 휴가중이시다.)

일단 내가 알아서 챙겨본다.

중간고사를 마치고 나서이니 학생들 기분 전환 겸 실험을 준비하는 것이다.

가끔 그런 탈출구 시간이라도 줘야 학교 생활이

그리 빡빡하지만은 않게 된다.

나만의 노하우일 수도 있다만.

규산염 사면체 모형 만들기가 주 내용인데

나는 거기다가

광물과 암석 사진을 찍어서 디지털 그림과 합성하는 활동을 추가하려 한다.

페이스북을 살펴보다가 수석교사님이 공유해준 활동인데

학생들 수준에 딱 맞지 않을까 싶다.

나름 SNS를 건전하고 영양가있게 활용하는 중이다만

SNS에 그 피드가 나에게 보이는가 아닌가는

어쩌면 운명적 만남일 수도 있다.

물론 좋아요는 눌러드렸다.

나는 좋아요에 후한 편이다.


을지로에서는 길을 헤매이지 않았고(가장 최근에 매일 다닌 곳이니 그럴 것이다.)

오랜만에 간 명동에서 길을 헤매였고(무섭다. 친정어머니의 치매가 확인된 과정에 길을 잃어버린 것이 한몫했었다. 원래 태생이 길치이기는 했다만.)

백화점에서 회현역이 연결되어 있었는데 그 안내판이 안보여서 화가 났었고

(백화점 구석구석에 안내판이 있었야 하는 것은 아니냐. 백화점을 출입하는 사람들이 모두 다 차량을 가지고 다니는 것은 아니다. 결국 직원에게 물어봤는데 신관으로 가면 연결이 된단다. 그런데 나는 그 백화점의 신관을 모른다.)

휴대폰 충전기를 가방에 넣어서 비상용으로 가지고 다녔었는데

아마도 접촉 불량이 된 듯해서 속상하다.

가방속에 늘상 간식 부스러기가 있다.

당 떨어질때마다 흡입하는 중이니.

아마도 그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기기는 이곳저곳에 사용하다보면 접촉 불량이 쉽게 생기는 법이라는 것쯤은 잘 알고 있는데도 속상하기는 하다.

어쩌겠나. 휴대용 충전기는 가끔씩 일어나는 폭발 사고의 무서움으로 사용하고 싶지 않은데 말이다.

아들 녀석이 버려둔 충전기가 혹시 있나 살펴봐야 겠다.


대중교통이 일정한 시간에 약속대로 왔다갔다하는 곳(특히 지하철)에서만 주로 생활하다가

그렇지 못한 곳에 오니 인생이 늘상 대기중인 상태가 된다.

어제는 다음 주 목요일 내려오는 기차표를 안 끊어둔 것을 발견하고는 소스라치게 놀랐는데

다음 날부터 연휴라 기차표가 없었다.

할 수 없이 천안역까지 좌석이고

그 이후는 입석을 불사해야 한다.

다음 주 월요일 대학교 강의는 공룡+동물+식물+놀이기구가 함께 있는 곳을 견학하는 특별 프로그램으로 진행되는데

(이런 일은 왜 자꾸 기획하는거냐.

입으로만 하는 강의가 제일 경제적으로 유리한 것인데 말이다.

내 발등을 내가 찧는다.)

교통이 마땅치 않아서 아직도 탐색과 고민중이다.

그래도 그 무한대기의 끝자락에는 한 조각의 즐거움도 있을 것이라 기대도 해본다.

대기와 기대.

앞 뒤 순서만 바꾼 것 아니겠나.

그런데 하나는 무한하고

하나는 유한하다는 것이 차이점이기는 하다만

오늘도 무한 대기 중에 유한한 기대도 함께 해본다.

(새 신발 신고 늘 그랬듯 열심히 달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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