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청소는 했다.

팔로워 484명의 주말

by 태생적 오지라퍼

어제 과하다싶게 에너지가 넘쳐서 이것저것 일도 하고

오전, 오후 산책도 두 번이나 하고

나의 건재함을 사방에 자랑하고 과시하고 다녔더니

오늘은 아침부터 헤롱헤롱 메롱메롱 상태이다.

그래도 아침을 꼬박 챙겨먹고

삼십분쯤 다시 누워있으니

최소한의 기력이 살아났고

오늘 오전 꽂힌 것은 청소이다.

내 눈에 먼지랑 고양이 털이 수두룩하게 보인다.

청소기도 돌리고

금속으로 된 수전들은 특수 청소 세제로 빡빡 닦고

하기싫지만 욕조와 변기 닦기도 처리하고 나니

정신이 조금 차려지기는 한다.

그리고는 취미인 SNS 탐색을 시작한다.

컨디션이 괜찮다는 증거이다.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그리고 가장 늦게 시작한 쓰래드는 모두 연결되어 있다.

인스타그램에 올리면 나머지 두 개도 연동되는 시스템이다.

주로 꽃과 하늘 그리고 달 사진을 올리는게 대부분이고

아주 드물게는 고양이 설이나 맛난 음식을 게시한다.

누가봐도 특이점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눈길이 갈리 없는 평범한 SNS이다.

그런데 가장 늦게 시작한 쓰래드에는 가끔씩 글을 올린다.

그곳에다만 올리는 것이다.

왜냐면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에는 나를 아는 사람들이 있는데(친구나 제자들이다.)

쓰래드까지는 나를 쫓아온 사람들이 아직 없는 듯해서이다.

그 익명성이 주는 자유로움이 얼마나 큰지

지하철이나 기차 등에서 방금 보거나 생각난 일을

짧은 글로 올린다.

그리고는 대부분은 다른 사람 포스팅에 좋아요를 눌러주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어느 날인가부터 팔로워가 늘어서 500명에 육박하고

최근 조회수가 드러나기 시작했는데(일정 숫자 이상 조회수가 있는 사람에게만 표시가 되는거란다.)

오늘 현재 8.9만회라고 한다.

그렇게 열심히 쓰는 브런치가 팔로워 180명에

하루 글 조회수 평균 130회 정도 내외인 것과 비교한다면 대단한 수치이다.

물론 브런치는 조금 더 긴 글이고 진입 장벽이 존재하기는 한다만.

이렇게 되다보니 쓰래드에 호감이 슬몃 생기기도 하는데 한편 겁이 나기도 한다.

내가 아무렇지 않게 한 줄 쓴 글이나 댓글이 조회수가 많아지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살짜쿵 몰려오는 것이다.

아마도 인플루언서들은 그 부담감을 떨치고 그것을 즐거움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일지도 모른다.

가끔 내 눈에 띄는 인스타그램에

제법 나이든 교사의 일상이 짧게 짧게 올라오는데

그분은 교사라고 굳이 밝혔음에도 학교나 수업 준비 등은 별로 없고

패션과 음식 그리고 운동과 미모 관리가 일상인 것을 보면

내 시선으로는 그다지 좋아보이지 않는다.

이런 보수적이고 편협된 시각의 소유자인데

남들 눈에 내가 그렇게 보이는 것이 아닐까 싶은 두려움이 생기는 것이다.

물론 쓰래드에서의 나는 전직 교사였고

아직도 강의하는 사람이라는 것은 절대 밝히지 않았다만

내 생각과 행동이 항상 옳거나 바른 것만은 절대 아닐것이니 말이다.

다시 한번 조심하자는 마음으로 쓰래드를 본다.

앞으로 무언가를 올릴때는 조금은 옛날보다 부담을 느끼게 될 것 같다.

쓰래드 팔로워가 브런치 팔로워가 되었음 좋겠다는 욕심도 들지만

그것은 희망사항일뿐 내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니다.

점심은 비빔국수에 고기 몇 점 구워 올려먹을 예정이다.

쓰래드 팔로워 484명의 흔한 주말 오전 일상이다.

사방에 자신의 털을 난사해 둔 나의 고양이 설이는

내 옷장 한 구석에 숨어서 오전 내내 자고 있다.

설이도 어제 에너지 과잉 상태였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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