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 드라마 두 편 찍었다.

기운이 남아있지 않다.

by 태생적 오지라퍼

어제 과한 에너지 뿜뿜의 날을 보내면서

신기하도다를 연발하였었다만

그 에너지가 꿈으로도 이어졌나보다.

장편 드라마 두 편을 뚝딱 찍었다.

나의 꿈은 스쳐지나가는 단편의 경우가 대부분이었는데

어제부터 오늘 아침까지는 장편 드라마이다.

그것도 장르가 아주 확연하게 다르다.

그 드라마 두 편을 주인공으로 뛰고나니

온몸에 기운이 하나도 남아있지 않다.

역시 에너지 보존의 법칙이 맞는 법이다.

이틀치 에너지를 어제 하루에 몰아다 쓴 것이 틀림없다.


먼저 꾼 꿈은 후반에 친정 엄마가 등장했다.

아프기 전이었다면 좋았을 것을

(팩트 촌철 살인에 듣기에는 기분 나쁜 말이었겠다만 기력이 넘치는 엄마의 모습이 그립기만 하다.)

불행하게도 아프고 나서의 모습이셨다.

마냥 나를 불쌍하게만 보는 엄마의 눈빛에는 총기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다.

엄마는 가실때까지도 나를 걱정하곤 하셨다.

정신이 들락날락 하실때도 정신이 들어오는

그 순간에는

<너는 어디서 살아?> 라고 다정하고 안스럽게

물어봐주셨었다.

집을 날려버린 큰 딸이 엄마의 걱정거리로

오랫동안 무의식 중에도 남았던 것이다.

그리고 아마도 막내 동생에게 나를 부탁하신 것도 같다. (나에게는 둘째를 부탁한다고 하셨었다만)

아마 늙으면 내가 막내 근처로 올 것을 예감하신 것처럼 말이다.

그러고보면 우리 엄마는 약간의 신내림이 있으셨을지도 모른다.

그때 그 표정이셨다. 딱. <너는 어디서 살아?>

아마 어제 막내 동생이 부모님을 뵈러 이천호국원에 다녀온 날이라서

엄마 생각이 부쩍 나서 꿈에 나타나셨을지도 모른다.

곧 뵈러가야겠다.


두 번째 장편 영화는 내가 지금 현재 나이와 상황인데

어느 회사의 면접을 보러갔다.

그런데 꽤 큰 그 회사는 일이 엉망진창이다.

한참을 대기하고 또 대기하는데 내가 남자로 되어 있단다. 서류에는.

우왕좌왕 난리 부르스가 펼쳐진다.

우여곡절 끝에 내가 근무하게 되는 근무지가 지정되는데 서교동지점이란다.

내가 어려서 살았다던 곳이고(기억은 전혀 나지 않는다. 외삼촌도 함께 살았다던데. 내가 그렇게나 외삼촌 자랑을 했었다던데.) 지금은 가끔 염색하러 가는 곳이다만.

그런데 집이 조치원인데 서교동까지 매일 출퇴근을 어떻게 한다를 걱정하다가

신입 주제에 재택근무를 희망한다고

말도 안되는 지원서를 작성하면서 잠에서 깼다.

내 새 신발을 담아온 상자에서 잠을 자던

(이불을 바꾸었더니 마음에 안드는지 내 침대에서 안잔다.)

고양이 설이가 나를 건드리지 않았다면

필살기 모닝 애교를 부리지 않았다면

아마 지금도 그 꿈은 계속되었을지도 모른다.


잘 기억이 나지 않고 단편적인 내용만 써서 그렇지

꽤 긴 분량의 장편 영화를 찍고 나서인지

기력이 하나도 없고 마음이 꿀꿀하다.

어제와 이렇게 정 반대의 컨디션이 된다.

반짝하는 날이었던 게다. 어제가.

그래도 꿈에서 만났던 엄마와(첫번째 꿈)

함께 했던 지인들이(두번째 꿈) 반가웠다.

꿈에서나마 얼굴을 봤다.

꿈에서라도 신나는 일이 있었다만 기운이 났을래나 모르겠다만.

나는 해피엔딩 콘텐츠를 좋아한다.

새드 엔딩은 보지도 않는다.

열린 결말도 좋아하지 않는다.

아주 확실하게 못박는 해피엔딩을 꿈꾼다.

스포츠도 이기는 경기만 선호한다.

한번 우울한 감정이 생기면 빠져나오는데 꽤 오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밥심으로 힘을 내보자. 살이 찔래나보다.

먹는 거 생각이 부쩍 많아진다.

(아침 먹으면서 청소에 꽂혔다.

오늘은 먼지와 고양이 털과의 전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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