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통이 내 삶에 미치는 영향
일반 병실로 내려온 시어머님을 면회하고
내일 아침 CT 촬영을 갈 거라고
남편은 점심을 먹고는 서울행 기차를 타러 나섰다.
지난번보다는 얼굴이 조금은 나아진 듯하다만
내 컨디션의 들쑥날쑥보다도 더 변화가 심한 것이 암환자의 일상일 듯 싶다만
효자 아드님은 오로지 어머니 걱정뿐이다.
요즘 시대에도 효자상이 있다면 수상자로 적극 추천할 정도인데
물론 나의 하나뿐인 아드님은 절대 그러하지 않다.
유전인가? 환경인가? 나는 도무지 알 수가 없다.
그 부분은 부모님께 데면데면했던 나를 닮았다고 할 수 밖에 없다.
남편과 조치원역까지 걸어가는 시간이 이것저것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시간이다.
아픈 사람이 다른 사람들의 건강 챙기기에 조언이 많다. 무언가 잘못된 듯 하다만.
제법 햇빛이 강해서 이제 산책에 선글라스는 필수인데 아직 모자는 쓰지 않았다.
수치상으로 모자라서 주사로 맞는 천연 비타민D 합성도 노릴겸 말이다.
그리고 돌아왔더니 졸리다.
동생이 차려준 점심도 많이 먹었으니 졸릴만도 하다.
낮잠을 자고나니 여지없이 두통이 찾아온다.
안 그런 적보다 그런 적이 백배는 더 많았으니
이제는 그러려니 한다.
두통과 함께 미식거림도 있다.
내가 제일 싫어라하는 입덧이나 멀미의 아주 초초기 증상처럼 말이다.
그 두통의 실제를 파헤치려면 아마도 대학병원에 가서 여러 종류의 정밀 검사를 거쳐야 할 것인데
그러고 싶은 마음이 1도 없다.
살만큼 살았고
이미 오랫동안 그런 증상으로 고통받았어서 그러려니 받아들이게 되었고
이제 와서 원인을 찾는다해도 뾰족하게 고칠 방법이 없을 듯 해서이다.
모르고 사는게 더 마음 편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그 대신 달달한 간식을 먹어주면
오랜 시간 지나지 않아 괜찮아진다는 경험치도 있으니 말이다.
오늘은 아까 산책 후 사가지고 온 달달구리 양념된 땅콩을 집어먹었다.
아참. 산책 후 거의 1년만에 콜라 한 모금도 먹었다.
딱 한 모금은 맛있었는데 그 뒤로는 못먹겠어서 버렸다.
예전 콜라대마왕은 이젠 없다.
고양이 설이는 요새 내 침대 이불이 바뀐 이후로는
내 옆에서 잠을 자려하지 않고
(이불이 버석거려서 마음에 안드나 보다.)
거실 햇빛을 피해 나무 의자 밑 자신의 바구니에서 주로 잠을 잔다.
동생네가 없고 나만 집에 있을 때는 내 방에서 낮잠을 자지만
자기가 관리해야할 사람들이 있을 때는 거실이 주된 행동 근거지가 된다.
그런데 그렇게 오래 조용히 고양이 설이도 낮잠을 자고나면
두통이 와서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다만 웅웅거리면서 내 주위를 맴돈다.
그러면 나는 멸치나 황태 조각을 간식으로 주고
그러면 그것을 먹고는 만족한 표정으로 부산하게
이방 저방을 돌아다니면서 바쁜듯 자신의 일을 보러 돌아다닌다.
내가 땅콩을 먹고나면 미식거리던 뱃속이 조금은 진정되어서
빨래를 개키고 남편 방을 정리하고 강의 파일을 살펴보는 것과 패턴이 아주 유사하다.
설마 고양이도 나를 닮아가는 것은 아닐테지 하는 의심을 가져보지만 절대 그럴리는 없어야한다.
나는 저질 체력이다.
나의 고양이 설이는 강철 체력이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