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학창 시절에는
어제는 수학여행이 하루 종일 이야기 주제가 된 하루 였다.
결론적으로 이쪽 이야기도 맞고 저쪽 이야기도 맞다.
둘 다 해본 나의 입장에서는 말이다.
수학여행을 좋아라하는 학생들도 있고 학부모님도 있고 그 반대인 경우도 있다.
문제는 수학여행이 법적으로 필수 교육과정이 아니라는데서 출발한다.
선택인데 해도 탈이고 안해도 말이 많은
게다가 아무리 준비해도 사고가 날 위험성은
도처에 존재하고 있는
한마디로 하고 싶지 않은 사업인 셈이다.
그 사업을 잘 진행하고 나서
보너스를 받는다거나 특진의 대상이 된다거나 하는 일은 절대 없고
잘 안되었을 경우 사고 경위서나 시말서를 쓰게 될 확률만 있고
일개 개인인 교사가 법적인 책임을 져야하는 현실이 되다보니
참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는 경우가 되어버린다.
뭐라뭐라 뒤에서 말이 오가는 정도라면 그나마
참을 수도 있고 다행인데 말이다.
내가 교장이라도 할까말까를 수십 번 고민할 듯하다.
그래도 내 학창 생활을 돌이켜보면 기억에 남아서 추억으로 자리 잡은 것들은
소풍이나 수학여행, 체육대회 그리고 합창대회 사생대회 백일장 그딴 것들이다.
물론 불편한 교통에 잠자리에 음식에 이런 것들이 수반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런데 나의 그때와 지금 학생들은 성향이나 환경이
많이 다른 점이 있기는 하다.
우선 친구들과 무언가를 함께 하는 일 자체에 대한 선호도가 떨어진다.
조별 활동도 하고 싶지 않아하는 시대이다.
어떻게 마음 맞는 사람들하고만 같이 지낼것인가만
나 혼자 내 마음대로의 성향이 엄청 강한 시대이다.
그래서인지 어렵게 들어간 회사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서
일주일만에 그만두는 사례들이 엄청 많더라.
SNS에서 보면.
그 회사도 내가 마음에 들지 않을 수 있는데 말이다.
내가 너무도 중요해서 남이나 조직이나 단체나 학교가
나의 중요함이나 스타일보다 더 클 수는 절대 없는
그런 사회가 이미 되어버렸는데
갑자기 단체 생활에서의 배려나 공동 생활의 의미등을 알려준다는
수학여행이나 소풍 및 기타 행사를 진행하는 일은 시작부터 쉽지 않다.
물론 하겠다는 희망자만 받아서 이루어지는 일들도 그러하다.
무료로 진행되는 행사도 그러한데
하물며 내돈을 내는 수익자 부담 행사는
그래서 더더욱 힘들고 부담스럽기만 하다.
업무 담당자 입장에서는 말이다.
그 한 건의 행사를 위해 회의와 기안과 기타 등등의 업무는 수도 없이 많다.
그리고 애석하게도 그런 업무 담당자를
각종 민원과 법망에서 보호해줄 조력자와 장치는 아무것도 없다.
아직은. 그것이 현실이다.
업무가 많으면 업무를 도와주는 사람들을 추가로 쓰라고?
예산은 어디서 나올 것인가?
학교 예산은 쥐꼬리만하다.
한시적 아르바이트 담당자가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은 무엇인가?
그들이 책임을 나눠서 질 수는 절대 없다.
그들을 채용하고 교육시키느라 업무 담당자의 업무는
5개쯤은 늘어나고 혹은 그것이 그 사람들이 일을
더 힘들게 만들수도 있다.
아무래도 팔이 안으로 굽는다고
수학여행이나 다양한 행사 운영이 얼마나 힘든지를
잘 알고 있으니
심적으로는 중립이라기 보다는 교사편이 된다만
나는 수학여행도 학년별 체험학습도 다양한 과학 캠프도 당일 행사도
엄청 많이 계획하고 운영한 사람이다.
아마 최고 횟수일 것이다.
통계를 낸 적은 없다만.
어제도 대학생 대상의 1일 답사를 운영할 정도이니 말이다.
이런 활동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가끔은 추억 만들기가 필요하다는 점에도 백번 동의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그 준비와 운영에서 마음의 짐을 가볍게 만드는 법을 찾지는 못했다만
그래도 한조각 위안이 되는 것은 즐거워하는 그들의 모습을 보는 것, 좋았다는 말을 듣는 것이다.
그것 때문에 나는 또 힘을 얻어서 다음 행사를 준비하고는 했었다.
그런데 모든 선생님이 나 같은 성향은 아닐 것이다.
나보다 훨씬 더 힘들어하고 하고 싶지 않은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학창 생활을 돌이켜보면 찐추억으로 남는 것은 행사일이었을 것이다.
합창을 하면서 서로 싸우거나 다투고 체육대회 준비를 하면서 투닥거리고
그러다가 마지막에는 결국 울음이 터지던 그런 날들이 추억으로 남았지
매일 매일 같은 날은 어떤 특별한 이슈가 없다면 추억으로 남기는 쉽지 않다.
당신의 추억을 위해서 그 뒤에서 고생한 선생님들이 있었음을 생각한다면
(그것이 그들의 업무이자 밥벌이라고 이야기한다면
할 말은 없지만)
조금만 지켜봐주면 좋겠다.
법적으로 꼭 해야 하는 행사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교육적인 의미에서 그리고 추억만들기에 동참하기 위해서 그 행사를 하겠다고
선생님들이 손드는 그 날이 올 것이라 믿는다.
내가 그랬듯이 말이다.
아침부터 너무 무거운 주제의 글을 썼나보다.
(오늘 대문 사진은 후배가 AI로 만들어서 나보고
그림 그리는데 써보라고 보내준 것이다.
나는 보자마자 어제 공룡 수목원에 다녀와서인지
어린 공룡인가 했는데
자기 집 푸들을 그려달라고 했다는 거다.
세상이 그런거다.
원 뜻과 결과가 똑같지는 않고
하물며 외부에서 보는 눈은 더 다르다.
수학여행의 본 취지와 현실은 다른 것처럼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 이뻐서
오늘 드로잉 연습 작품으로 당첨 예정이다.
내 실력으로는 약간 버겁지만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