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 일어난 새는 그냥 바빴다.

딱히 소득은 없다.

by 태생적 오지라퍼

화요일은 장거리 운전의 날이 끝났다는 안도감으로 일찍 졸려온다.

일찍 잠자리에 드니 아무 일도 없는 수요일은

일찍 일어나게 된다.

하루가 매우 길게 느껴질 수 밖에 없다. 아니 매우 길다.

아침부터 감바스를 해서 먹고

(물론 밀키트에 집에 있는 양배추, 당근, 애호박 썰어서 함께 볶은 것이다.

감바스 밀키트에는 오일이 너무 많다.

빵을 찍어 먹어도 먹어도 많다.)

점심은 맛집이라고 소문난 가게의 밀키트 떡볶이에다가 또 양배추 섞어서 자가 조제식으로 먹으면 되겠다.

저녁은 동생이 맛난 꽃게찌개를 아침에

이미 끓여두었다.

꽃게탕과 꽃게찌개의 차이점은 국물 양의 많고 적음 차이인가 모르겠다만.


아침에 산책 겸 읍사무소 방문에 나선다.

남편이 국가유공자인 시어머님 몫으로 종량제 쓰레기 봉투와 수도세 할인 카드가 나온다고 받아오라했다.

나는 이제나 저제나 숙제와 미션 수행에 철두철미한 편이다.

읍사무소는 버스 3정거장 거리이고(여기는 버스 정거장 거리가 서울 같지 않다. 그리 멀지 않다.)

올 때는 걸어서 주변 꽃을 보고 오면 되겠다 싶었다.

그런데 읍사무소 어디가 담당인지 도통 알 수는 없었다.

그럴때는 일단 민원 안내 데스크에 질문을 한다만

그 분이라고 어찌 많은 사업 내용을 다 알겠냐만

1층 복지 파트를 가보라 한다.

갔더니 2층 도시안전으로 가란다.

가라는 대로 한다.

쓰레기 봉투와 도시안전이 무슨 연관성이 있는지는 모르겠다만.

여하튼 삼 세 번만에 담당자를 찾았는데 당사자가 직접 오거나 당사자의 주민등록증을 가지고 와야한단다.

세상에나 94세의 국가유공자가 먼거리를 직접 오다니? 가능한 일일까?

시어머님은 현재 입원중이라고 답변을 했더니 가족관계증명서를 1층에서 떼어오란다.

다시 1층인데 행정 업무 담당방에 들어서기전에 무인 서류 발급기가 있다.

이걸 한번 사용해보자했더니(처음이었다.) 지문 인식에 세 번 실패하고

간신히 500원을 주고 내 가족관계증명서를 떼었으나

시어머님은 안나온다.(그럴 것 같았다. 예전의 예로 보아)

할 수 없이 담당자에게 들어가서 이야기를 하고 그 가족관계증명서를 보여주고서

1,000원을 주고 시어머님이 나오는 증명서 발급에 성공했다.

이제 되려나 2층으로 업무담당자에게 다시 올라갔는데 한참을 무언가 확인하더니

그제서야 쓰레기 봉투를 읍사무소에서도 확보가 어려워서

나중에 확보가 되는대로 이장님을 통해 배부하겠단다.

일찍 일어나서 사람 많지 않은 시간에 읍사무소를 방문한 내가 무색하게 말이다.

처음부터 그 이야기를 했더라면 내가 생돈 1,500원을 안써도 되는건데 말이다.


할 수 없다 하고 읍사무소를 나오려는데

고유가 지원금 안내문이 보이고 또 갑자기 시어머님 생각이 났다.

시어머님 몫을 내가 가족관계증명서를 뗀 김에 신청할 수 있을까 3층으로 올라가 봤더니

오늘이 출생연도 3번의 날이라 신청은 가능한데

나보다 더 일찍 일어난 새에 속하는 20여명쯤이

이미 대기 중이다.

저 대기 인파속에 들어갔다가는 점심 떡볶이와 산책이 날라갈 판이다.

물론 위임장도 써야하고 말이다.

에라 모르겠다하고 남편 몫의 일로 남겨둔다.

어차피 그 돈을 받아서 남편이 시어머님을 위해 사용할 돈이니 말이다.

읍사무소 방문은 이번이 두 번째인데(이사온날 전입신고하러 왔었다.)

규모가 꽤 크고 공무원들이 엄청 많은데 모두가 바빠 보인다.

공무원은 바쁜게 맞다만.


기차가 다니는 철길 두 개를 건너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철길을 직접 보고 건너는 건 생전 처음이다.)

이 글 대문 사진을 포함한 이쁜 꽃들을 보았으니

일찍 일어난 새가 되어 모이를 찾았으나

소득은 하나도 없는 오전이 그리 아깝지만은 않다.

조치원은 복숭아의 도시가 맞나보다.

곳곳에 복숭아 나무가 있다.

이번 여름 맛난 복숭아가 나를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

내가 좋아하는 과일 베스트3 안에 든다.

일찍 일어났더니 이제 겨우 12시가 되어가려 하고 있다.

떡볶이나 해볼까나.


작가의 이전글어떤 추억이 남아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