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골목 투어 열네번째
북창동에서 명동과 을지로 입구까지
오늘은 누구나 가보았을 곳인 명동에 오랜만에 들렀다.
정확히 이야기하면 북창동 골목에 있는 작은 호텔에서 정말 오랜만에 점심 뷔페를 먹었고
(음식 가짓수는 많지 않았지만 깔끔하고 골라먹는 재미에 실속있는 가격이 좋았다.
역시 젊은 세대가 탐색해서 할인 가격으로 예약까지 하니 좋더라)
그 곳에서부터 더위를 뚫고 살살 걸어서 명동과 을지로 입구까지 돌아보았다.
북창동은 사실 자주 갔던 곳이 아니다.
미국에서 처음 북창동 순두부집에 갔었을때도 북창동이 서울 어디쯤인지도 몰랐었다.
얼마전에야 가본 남대문 뒤편의 북창동은 정말 많은 맛집 옆의 맛집으로 가득찬 곳이었다.
먹고 싶은게 그리도 많은지 여기도 저기도 다 가고 싶은 식당 투성이었다
그러나 솟구치는 식욕과는 달리 요즈음 내 뱃속은 편치 않다. 계속 배가 살살 아픈 중이다.
명동까지 걸어가는 길은 추억의 길이다.
어머니가 고향 친구분들이랑 두달에 한번 정도 계 모임을 하시던 일식집이 조선호텔 맞은편에 있었고
(가끔 심부름을 하곤 해서 기억이 난다.)
아버지가 일본 손님들께 준다고 인삼과 선물을 사시던 지하상가가 있고
(아직도 여전하더구만 손님은 별로 없어보였다.)
결혼을 앞두고 시어머님이 분홍색 예복을 맞춰준 양장점과
(나는 영 그 옷의 스타일이 마음에 들지 않았었다. 꽃분홍이 웬말이냐 말이다.)
대학 졸업식을 마치고 가족들끼리 식사를 했던 식당이 있으며
(그 당시에는 제일 좋았던 호텔 중식당이었다. 이제는 꿈도 못꾸게 비싼 곳이다.)
어린 아들 녀석 손을 잡고 크리스마스이브 저녁에 명동에 나갔던 기억이 있는 곳이다.
(무슨 생각에서였을까나 그 사람이 많던 날 그곳을 가다니...아들 녀석은 마냥 좋아했던 기억이 있다.)
명동쪽에 갔을 때 나의 최종 목적지는 항상 같다. 명동 성당이다.
세례는 받았지만 냉담인 나도 가끔씩 기도를 하게 만드는 곳이다.
아픈 동생이 중환자실에 있을때는 정말 간절하게 살려달라고 기도를 했었건만
지금은 오히려 아픈 고통 속에서 동생을 구원해달라고 기도를 하게 된다.
자신의 힘으로 아무것도 하지못한 채 누워만 있는 동생을 보는 것만으로도 너무 고통스럽다.
주말에 한번씩 보는 내가 고통인데 누워있는 동생은 어떻겠나 그 마음을 헤아릴 수 조차 없다.
외삼촌, 어머니, 아버지에 이어서 동생마저 그렇게 누워있는 것을 보고 있으니
명동성당 성모상 앞에 서게 되면 눈물이 절로 난다.
그리고는 충무김밥을 먹는다.
1년에 한 두 번은 먹는 중독성 깊은 충무김밥의 매운 맛은 차올랐던 눈물이 쏙 들어가게 만들어준다.
눈물 대신 버틸 수 있는 힘을 주는 매운 맛이다.
명동은 그렇게 추억과 기원과 용기를 주는 장소이다.
어제 점심을 먹고 걸어오던 그 길에서, 이 글에 썼던 그 언저리 골목에서 저녁에 믿기힘든 큰 사고가 났다. 참으로 안타까운 죽음이다. 이제 당분간 그 길을 마음편히 걷기는 힘들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