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지않은 혼밥요리사의 비밀 레시피 71

모든 것은 내돈내산인것처럼...

by 태생적 오지라퍼

2박 3일의 제주 연수 기간은 혼밥요리사로서의 나의 역량을 키울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남이 해주는 밥을 먹는다는 것은 내 요리를 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는 과정임에 틀림없다.

아직 회복이 덜 된 미각과 후각 탓에 제대로된 맛을 느낄 수 없었다는 한계점이 있기는 했지만 말이다.

그런 의미로 메뉴 복기를 해보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마치 시험을 본 후 오답 노트를 적어보는 과정과 비슷하다.


첫날 점심은 기본 반찬에 매운제육볶음, 미역국이 제일 맛있었다.

첫날 저녁은 기본 반찬에 뚝배기불고기, 양은 많았으나 아는 맛 그 정도를 넘어서지는 못했다.

2일차 리조트의 아침은 조식뷔페가 대세가 된지 오래이다.

파인애플과 복숭아 통조림 조금, 미니 와플과 소시지 반쪽, 그리고 브로콜리 스프.

아직도 혀 끝에는 짠맛과 쓴맛이 남아있다.

2일차는 외부 체험연수이므로 현지 식당을 갔다.

점심은 무와 감자가 깔린 갈치 조림, 저녁은 흑돼지 오겹살 구이

제주스러움을 담은 식단은 이것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3일차 아침은 역시 조식이었고(같은 리조트에 오래 묵는 것은 비슷한 아침 때문에 안될 것 같다.)

마지막 점심은 기본반찬에 돼지김치찌개

출발하기전 공항에서는 냉모밀과 미니 돈가스를 먹었다.


이번 기회에 2017년 내가 운영한 제주 연수 식단의 기억을 되살려보았다.

물론 1끼당 식사비는 내가 운영한 연수가 더 낮게 책정되었을 것이다.

이번 연수는 사교육기관 주체이고 나는 공무원 식비 규정을 따라야 했기 때문이다.

제주 도착 후 바다를 보면서 유명한 전복이 들어간 김밥과 한라봉쥬스를 먹었다.

제주 출신 동료 교사가 예약도 받지 않는 곳을 섭외해준 결과였다.

점심은 바다가 보이는 로컬 보말 칼국수집. 보말의 맛을 처음으로 느끼게 해주었다.

저녁은 역시 바다가 보이는 회와 오겹살이 반반씩 제공되는 식당(특이한 곳을 찾아서 모두가 만족했다.)

2일차 아침은 비즈니스호텔의 조식(웬만한 호텔 조식은 다 거기서 거기이다. 5성급을 제외하고는 말이다. 전복죽이 특식이다.)

그리고 점심은 공항으로 나가는 길목의 갈치와 고등어조림 반반 식당이었다.

갈치조림만 시키면 가격이 너무 비싸서 반반을 섞어야했다.

그리고 식당만 덩그러니 있는 곳은 절대 선택하지 않았다.

밥을 먹고는 그 주변의 볼거리가 있는 곳으로 정했다.

식후 20여분 정도의 바다 산책은 비공개 연수 일정이었던 셈이다.


위 2박 3일 연수와 내가 운영한 1박 2일 연수 식단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나는 제주스러움과 제주다움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 음식에서도 말이다.

넉넉하지 않은 예산에서 최대한 대접받는다는 기분이 들게 해주고 싶었다.

내가 생각하는 행복한 연수나 여행의 기본은 숙식이다.

숙소의 퀄리티와 식사의 맛남이 모든 연수 평가를 좌우하게 된다.

자랑이라 쑥스럽지만 내가 운영한 연수 만족도는 모두 100%였다.

그럼 많은 예산이 아닌데 좋은 숙소와 식당을 확보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그 연수 두 번을 위해서 나는 자비로 답사를 다녀왔고

동선사이의 예상 식당을 방문하여 미리 먹어보았으며

교육청 할인이 되는 호텔을 샅샅이 검색하였고(전화만 수십번 하였다.)

더 나은 정보를 위하여 제주 출신 혹은 제주 일년 살기를 하는 후배들을 모두 동원하였다.

무엇이든지 노력없이 이루어지는 일은 없다.

연수 만족도 100%와 나의 사비와 시간을 맞바꾼 것이지만

지금 연수를 진행하려해도 나의 선택은 똑같을 것이다.

사람 잘 안변한다. 입맛이 잘 안 바뀌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나의 미각은 이제 75% 정도 돌아온 것 같다.


이 글을 쓰고 오늘 을지로 4가역 주변에서 유명한 제주해장국을 아침으로 주문하고 대기중이다. 정작 제주에서는 먹지 못했던 음식이다. 세상은 그래서 아이러니한 일들의 연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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