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골목 투어 열아홉번째
8월 제주에서 퇴직연수라니(제목과 다른 내용이다.)
오늘은 서울이야기는 아니다. 퇴직연수차 다녀온 제주도 이야기이다.
제주도에 대한 글들은 차고 넘쳐서 내가 한 장을 더 보탤 필요가 있을까 싶기도 하지만
같은 곳을 가더라도 각각 다른 생각은 그 사람의 몫이므로
나의 제주스러움에 대한 생각을 적어본다.
여름에 제주를 갔던 일은 내 기억으로는 없었다.
휴가철이라 미리 예약하지 않고서는 비행기도 없고 가격도 만만치 않고
무엇보다도 사람이 엄청 많을 것이라 지레 짐작하면서 엄두를 내지도 못했다.
더 중요한 것은 아마도 적당한 시간을 확보하기 어려웠기 때문이기도 했을 것이다.
교사의 삶에서 여름 방학은 참으로 짧은 기간이다.
학부모의 입장에서 여름 방학 기간은 길고도 긴 시간일 것일 수 있지만(나도 그랬었다.)
총 3주 정도의 시간에 꼭 해야할 일과 미루어왔던 일을 하기에도 부족한 시간이다.
이번 방학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여름방학 기간이 길다.
여름 방학 기간에 오래된 학교의 창호공사가 진행중이다.
9월 첫주 개학의 이 기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물론 겨울방학은 매우 짧겠으나 나는 이어서 퇴직이므로 그리 짧다고 아쉬움을 느끼지는 않을 듯 하다.
나는 교사 연수를 운영하는 자리에도 많이 있어봤고
반대로 교사 연수를 듣는 역할도 많이 해봤으니
양쪽의 어려움을 나름대로 잘 이해하고 있는 편일게다.
특히 제주에서의 지질생태연수도 총 3번 운영했던 경험이 있다.
한번은 제주 동편, 한번은 서편, 한번은 제주시를 중심으로
(학기 중 1박 2일 정도로 진행되는 연수이므로 이동 구간이 오래되어서는 안된다.)
관광지 중심이 아니라 지질학적으로 의미있는 장소를 찾아가보는 연수였다.
그러나 과학교사로 연수 대상자를 제한하지는 않았었다.
그러고보니 나는 한참전부터 융합적인 사고를 발휘했던 것 같다.(오늘은 이유없이 자기애 충만한 날인가보다. 일년에 며칠되지않는)
제주는 자연 풍광도 물론 수려하지만
유네스코가 선정한 세계지질공원으로 지질학적으로는 정말 다양한 이야기거리가 있는 장소이다.
지질마을과 지질트레일도 지정하여 운영할 정도이다.
다양한 지층과 화석, 현무암을 기반으로 한 암석 등이 있고 주상절리와 화산지형, 오름등이 곳곳에 있다.
내가 진행한 연수는 이런 곳들을 살펴보는 것이 주된 목적이었지만
퇴직연수는 일반적인 제주 살펴보기 형태였다.
연수는 대상자에 따라 목적이 다르고 컨텐츠도 다를 수 밖에 없다.
그리고 모든 연수 대상자를 만족시킬수 있는 연수란 있을 수가 없다.
연수 일정 중 가장 좋았던 곳은 송당리 동화마을이라고 불리우는 곳이었다.
낮은 동산하나에 흰 수국이 가득한 곳
그 수국을 올려다보면 하늘과 구름과 마주 닿아 있는 곳
연꽃들과의 조화가 자연스러우면서 멋졌던 곳
그리고 처음 가본 곳이었다.
사진만 50여장은 찍은 것 같다.
나는 인물 사진은 절대 찍지 않는다.
꽃과 하늘과 구름과 달 사진이 99%이다.
섭지코지, 사려니숲길, 돌문화공원, 빛의 벙커와 커피 박물관은 한번씩은 들렀던 곳이어서 호기심은 반만 남아있었고
그곳보다 더 좋았던 곳은 제주다움을 보여주던 아침 산책을 한 숙소 주변의 이름모를 풍광이었다.
노란색이 기본이 되는 제주에서만 볼수있는 식물 다양성을 확인할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첫날 연수 시작 시간보다 일찍 공항에 내려서 가장 가까운 이호테우 바닷가를,
모든 연수가 끝나고서는 반대쪽의 삼양해수욕장 바닷가를 잠시 들렀다.
바닷물에 발을 담가본 적이 언제였던지 기억도 나지 않았다.
(아마도 아들 녀석 어렸을 때였지 않을까?)
두 바닷가는 모래의 색도 틀렸고 바닷물의 온도도 달랐지만
그리고 비록 몸 전체를 바닷물에 담그는 용기까지는 내지는 못했지만
발목만 담그고 바다 모래를 거니는 그 행위 자체만으로도 힐링이 된다는 신비한 힘을 느꼈다.
내가 개인 일정으로 바닷가를 찾은 이유는 딱 하나이다.
연수 일정에 바닷가 거닐기가 없었기 때문이다.
여름 제주 연수에 바닷가 거닐기가 없다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무조건 바닷가 한 곳에 가서 자유 시간 한 시간 정도를 주는 것이 예의이다.
그렇지 않는가? 더위가 최고조인 8월의 제주인데 말이다.
연수를 운영할때는 대상자의 연령과 특성, 지위와 교과 등도 고려해야 하지만
제일 중요한 것은 연수 시기와 장소가 주는 상징성이다.
제주하면 바다이다. 내 생각에는 말이다. 그리고 바다는 항상 가득한 그리움이 내포되어 있다.
길거리를 걷는것만이 산책이 아니다.
바닷가 모래와 바닷물 사이를 천천이 걷는것도 산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