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늙지않은 혼밥요리사의 비밀레시피 70

후화해도 소용없다.

by 태생적 오지라퍼

너무 성급했다.

꿀고구마 맛나게 구운것을 화드득 한 개 다 먹고는 입맛이 돌기 시작했다.

이제 되었다 싶어서 저녁에는 냉동실에 있던 오징어를 꺼내어 볶았다.

그리 맛있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 삶은 그리 호락호락하지는 않다.

항상 그랬었는데 또 잊어버렸다.

백화점 푸드코트를 돌고 돌다가 제주음식파는 곳에서 고기국수는 차마 못먹고(컨디션이 나쁘면 물에서 냄새가 날 때도 가끔 있어서 두려웠다)

고민끝에 불백 세트를 시켰었다.

사진도 있었는데 자세히 보지도 않고 말이다.

불백은 당연히 간장 베이스라 생각했고 수육을 같이 주는 세트를 먹으면 불백이나 수육 둘 중 하나는 먹게 되려니 생각한 것이다.

그리고 고기를 먹어주어야 힘이 날거라는 생각도 있었다.

조금 먹는데 아뿔싸 불백이 매운 양념이었다.

그것도 몇 숟가락 먹고 나서야 알아차린것을 보니 진짜 미각 일부를 잃었나보다.

그것이 점심 그리고 저녁으로 오징어볶음.

먹을때는 괜찮았다. 분명히

이제 입맛이 돌아왔다 즐거운 생각을 했는데 얼마지나면서부터 배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센 약을 먹느라 약해진 소화 능력을 간과한 것이다.

코로나 19 치료제의 부작용에 설사가 있다고 안내는 받았었으나 그렇다고 보기에는 너무 시간이 지났다.

결국 다음날까지 나는 화장실을 들락달락하느라 간신히 챙긴 기운을 다 빼고 기력 회복에 완패했다.

너무 과한 것은 모자란 것보다 못한 법이다.

매번 알고 있는 일이었는데 또 놓쳤다.


새로운 한 주는 퇴직 연수를 3일간 받는다.

퇴직후 변경되는 건강보험이나 퇴직연금관련 연수이고 체 2의 인생을 담담하게 맞는 방법에 대한 사전 연습이라 할 수 있다.

신청한 이유는 단 한 가지이다.

연수 장소가 제주도이다.

대부분 퇴직 이후 제주 일년 살기나 한달 살기를 희망한다. 외국 일년 살기는 못할지라도 말이다.

나도 막연하게는 그런 희망이 있다.

그것이 가능할런지 오늘부터 철저하게 혼자가 되어 보기를 준비중이다.

가급적 아들이나 지인들에게 톡도 안하면서 말이다.

그리고 그 기간동안 나는 남이 해주는 맛난 음식을 즐겨보려 한다.

때가 되어 고민없이 누군가가 음식을 제공해준다는 것만으로도 힐링이다.

하물며 맛나기까지 한다면 댕큐이다.

그런데 아뿔싸. 점심이 또 매운 양념의 불백이다.

오늘 불백을 먹을 줄 알았으면 그날 당연히 안 먹었을텐데 연수 일정표에 식단은 없었다.

간신히 다스린 나의 위장이 버텨낼 수 있을지 모르겠다.

너무 성급했다. 나의 시도가...

후회해봤자 이제는 아무 소용이 없다.

철지난 유행가 가사가 이다지도 마음에 와닿는구나.

keyword
작가의 이전글늙지않은 혼밥요리사의 비밀 레시피 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