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지않은 혼밥요리사의 비밀 레시피 69
집나간 입맛 찾으려 눈물겨운 노력 중
코로나19로 집나갔던 입맛은 아직 돌아올 기세가 보이지 않는다.(해외까지 간 모양이다.)
며칠 동안 물냉면 한 젓가락과 국물 조금으로 버티어왔다.
그랬더니 살이 조금 더 빠지고 당연히 많이 늙었다.
지난주에 했어야하는 염색도 못했더니 더 그렇게 보인다.
화장실 거울 속에는 이제 누가 봐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할머니 한 명이 있다.
늙으니 왜 그렇게도 아팠던 친정 엄마와 지금도 많이 아픈 동생과 꼭 닯았는지
예쁘기만했던 엄마와 동생의 모습은 기억도 잘 나지 않는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아프고 늙은 모습으로만 기억에 남는다는 일은...
거의 10일째 음식이라고는 할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배달 음식에 기대어 살았다.
물냉면, 냉모밀, 떡볶이, 해장국, 평양냉면, 갈비탕, 쌀국수, 파인애플볶음밥 그리고 부라보콘까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나의 입맛을 돌려놓은 음식은 없었다.
무언가 딱 맞는 것을 먹고나면 배가 깔끔해지면서 소태같은 입맛이 싹 사라지는 신기한 경험을 해야하는데
그러면 이제 식욕과 의욕이 함께 생기게 되는데 그것이 전혀 안되고 있다.
어제 저녁에는 더 이상 배달시킬 음식조차 생각나지 않아서
냉장고에 있는 소고기와 내가 아픈 사이에 열심히 자란 대파 잘라서 굽고
찬물 말아서 오징어채볶음과 깻잎, 부추김치를 함께 준비했다.
10일만에 한 식사 준비였다. 그러나 역시 많이 먹지는 못했다.
아예 먹고 싶은게 생각조차 나지 않는 깜깜한 상태여서(이런 적은 수술 이후 정도에서나 나왔던 상태이다.)
오늘은 극한 처방으로 백화점 푸드코트를 가볼까한다.
설마 그곳에 가면 먹고 싶은게 나타나겠지 싶어서 말이다.
여러 바퀴를 돌다보면 하나는 건질 수 있을거다 기대하면서 말이다.
물론 마스크는 착용이 필수이다.
그리고 단순히 음식 탐방 그 것 때문에 길을 나서는 것은 아니다.
(근처에서 에듀테크 박람회가 있다.
한 학기 남은 원로교사가 그런 것을 왜 보러 갈까나 하겠지만 난 여전히 새로운 것이 좋다.)
그리고는 시도 때도 없이 영상 치료를 시도하고 있다.
음식이 나오는 프로그램이나 유튜브 돌려보기와 인스타 검색 중이다.
보통은 영상을 보면 먹고 싶어지는 것이 나오기도 하는데 아직까지는 영상 치료도 효과가 없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많이 먹는 먹방 프로그램은 절대 보지 않는다.
역효과가 나기 때문이다.
많은 양의 음식을 꾸역꾸역 먹는 것을 보는 일은 소식좌에게는 힘든 일이다.
정성스럽게 만든 맛난 것을 소량 맛나게 먹는거.
그것이 나의 음식 모토이다.
오늘은 딱 맞는 음식을 찾을 수 있으려나.
한끼를 맛있게 먹는다는 것은 소소하지만 매우 중요한 행복이고 삶의 기본이다.
(이 글을 쓰고 백화점 푸드코트를 다섯번은 왕복했으나 딱히 눈길을 끄는것은 없었다. 마라탕류가 대세인듯.
억지로 억지로 먹을것을 조금 사고 돌아설때쯤
이거다 하는걸 찾았다. 꿀고구마를 구워둔 것이다. 그 옆의 옥수수 찐것도. 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