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하게 부실한 나의 왼쪽
왼쪽 무릎과 갈비뼈 그리고 볼따구
내 신체의 오른쪽과 왼쪽의 힘이 다르다는 것을 느낀 것은 오래전이다.
초등학교 체육 시간에 몸풀기로 한발로 서서 버티기를 했는데
왼발과 오른발의 버티는 정도가 눈에 띄게 차이가 나서 당황했었다.
왼발로만 서면 채 10초도 안되어서 부들부들거려지고 몸의 중심이 무너졌다.
왼손으로 하는 모든 일도 부실하고 오른손과의 역량차이가 뚜렷했다.
친구들은 그 정도는 아닌 것 같았는데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소에는 잘 못느끼고 지내는데 이상하게도 왼쪽을 자꾸 다치게 되는 일이 생겼다.
먼저 왼쪽 무릎이다.
왼쪽 무릎은 외국에 갔을 때 호텔방에 휴대전화를 두고 온 것이 생각나
분실의 위험을 걱정하여 구두를 신고 아스팔트길을 전력으로 뛴 다음에 이상이 나타났다.
몸의 충격이 무릎으로 전달되었는지 곧 왼쪽 무릎이 부어오르고 쑤시고 뻣뻣해지기 시작했다.
귀국길에는 무릎을 펴기조차 힘들어져서 병원 진료를 다녔었는데 염증 반응 정도여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지금도 많이 걷거나 한 날에는 그 곳이 뻣뻣해짐을 느끼게 된다.
PT를 받을때는 이런 상황을 이야기하고 무릎 주위의 근육량을 늘리고자 노력했다.
그리고 지금은 천천이 잊지 않고 걸어주는 것으로 근육량을 유지하고자 노력 중이다.
왼쪽 갈비뼈에 금이 간 것은 1년에 몇 번 되지 않는 손님맞이 대청소를 하던 날이었다.
그날따라 자꾸 더러운 부분이 보여서 청소에 시간이 꽤 걸렸고
음식 준비할 시간이 촉박해졌는데 화장실 욕조 저 편에 물때가 보였다.
시간 여유가 있으면 욕조안에 들어가서 닦았을 터인데 시간이 없다고 생각해서 조급한 마음에
욕조 바깥에서 손과 목을 길게 빼고 건너편 욕조를 닦는데 갑자기 뽀각 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날 밤 정신없이 손님 접대가 끝나고 지쳐 잠들었는데 왼쪽 갈비뼈쪽이 쏙쏙 쑤시는거다.
잠결에 만져보니 따뜻하다. 아니다 뜨끈뜨근했다.
다음 날 당시 입원 중이셨던 친정 엄마 병문안겸 대학병원에 간 김에 응급실에 가서 엑스레이를 찍어보았다. 그래도 혹시 했었다.
그런데 7번 갈비뼈에 금이 갔다고 그러나 해줄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가급적 움직이지 말라고...
아니 갈비뼈가 그리 약한 것인가 충격이었다.
한참이 지난 지금도 가끔씩 그 갈비뼈가 쑤셔올 때가 있다. 장마가 시작되거나 급추위가 올때이다.
옛말은 그른게 거의 없다. 몸이 쑤시니 비가 올라나보다는 맞는 말이다. 내 경험상.
그리고는 작년부터인가 왼쪽 볼이 아프기 시작했다.
대상포진은 아니라던데 (내과 문의 결과) 잊어버릴만하면 가끔씩 따끔따끔 거린다.
이빨인것도 같고 악관절인것도 같고 피부인 것도 신경통인 것도 같다.
여름 한창 더울때는 괜찮은 듯 하더니, 그래서 깜빡 잊어버렸더니,
기온이 갑자기 낮아진 환절기가 되니 슬며시 그 증상이 다시 나타났다.
이 현상의 연속인지는 모르겠지만 왼쪽 눈 밑이 떨리는 현상도 가끔 있다.
이 증상을 낫게 하려면 피부과, 내과, 구강외과 등에 모두 진료를 봐야할 것 같은데
지금 같은 의료 상황에서는 쉽지 않고 그럴만한 시간과 의지도 없다.
마그네슘을 먹고 밥 잘 먹고 컨디션을 올리는 방법에 의지해보려 한다.
총체적으로 이렇게 나는 왼쪽편이 부실하다.
현재 상태를 잘 인지하고 있는 것은 컨디션 유지의 기본이다.
사실 한번 크게 아팠던 부위의 완쾌란 없는 것 같다.
다른 곳에 비해 약하고 혹은 질병 유발 사유가 미비하게라도 남아있는 상태인 것이다.
아픈 곳을 존중하고 살살 달래고 조심하는 수 밖에는 없다.
바쁜 일이 없으면 자꾸 아픈 것에 민감해진다.
10월 공휴일이 있어서 몸과 마음이 조금 편했나보다.
나의 부실한 왼쪽을 잘 다스리고 나가보자.
이제 공휴일은 한글날 하나 남았다.
출장에서 돌아오는 아들 녀석 반찬을 위해(나도 먹고 남편 주중 반찬도 한다만)
나의 무릎 건강을 위해 두 정거장 거리의 재래 시장 장보기에 나설 참이다.
재활의 목적을 포함하여 산책하기 딱 좋은 이 날씨가 조금 더 길게 내 곁에 있어주기를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