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과학 교사의 수업 이야기 80
수업활동에서의 내 스타일
내일은 참으로 오랜만에 3학년 야구부들과 함께 완전체로 수업하는 날이다.
지난 주 금요일에 학교에 왔길래 정규 수업 후 월요일에 진행한 온실효과 실험을 추가로 했었다.
아마도 금요일 야구부들은 그 사이에 하지 못했던 수행평가를 하느라 힘들었을 것이다.
이번 주도 마찬가지일 듯 하지만...
내일 수업은 나도 처음하는 수업이라 오늘 이 글을 쓰면서 머리를 정리해보려 한다.
기상학 단원을 어떻게 마무리할까 고민하다가 연수에서 처음 본 온실효과 실험을 했었다.
교과서에는 없지만 특별히 필요한 내용이 있으면 나는 주저하지 않고 진행하는 편이다.
다른 것에는 겁이 많지만 수업하는 것에는 다분히 진취력 만랩이다.
돌격대장 스타일이다. 한번 해봐야 좋은 내용인지 아닌지, 필요한지 아닌지를 정확하게 알 수 있는 법이다.
그런데 지난 주 온실효과 실험은 생각했던대로(아마 그 내용을 기록한 누군가도 이런 결과는 모르지 싶다.)
멋지게 결과가 나오지는 않았다.
왜 그런지 어떻게 해야 그런 결과가 나올지를 함께 이야기해봐야겠다고 마음먹었는데
마침 그 실험 내용과 아주 유사한(거의 동일하다.)
실험과 결과가 2028년도부터 운영될 이번 주에 발표된 과학탐구 수능 평가 예시 문항에 있는 것이 아닌가?
갑자기 흥미로운 마음이 생겼다.
내년 중1과 고1부터 교육과정이 바뀌고 2028년부터는 수능의 형태가 일부 변하게 된다.
그 변화의 중심에 사탐과 과탐이 있다.
현재 과탐은 물리학, 화학, 생명과학, 지구과학의 내용학에서 몇 가지를 선택하여 시험을 보는 형태인데
2028년부터의 과탐은 네 가지 내용학이 융합되면서
실제 현상과 연계한 문항을 중심으로 출제되는 것으로 변화한다고 발표하였었다.
그 예상 문항을 이번 주에 공개한 것인데 마침 내가 월요일에 한 실험과 거의 유사한 문항이 있으니
아이들에게 같이 풀어보고 안내하는 기회를 제시하려 한다.
중 3 학생들이 풀 수 있는 몇 개의 문항이 있었고
특히 기상학 영역에 해당하는 2문항은 모두 맞출 수 있을 듯 한데(정상적으로 수업을 들었다면)
내일 수업에서 함께 풀어보자고, 수능 두려운 것이 아니라고,
그러나 지금부터 관심과 준비는 필요하다고 이야기를 해주려 한다.
대부분의 중학교 3학년은 진학 관련 성적 마감일이 있는 관계로 11월 초에 고사를 마무리하게 된다.
그 이후는 어떻게 보면 정상적인 수업 활동이 쉽지 않게 되는데(물론 정신력의 문제이고 분위기의 문제이다. 나는 이 시기에 재밌는 실험을 준비중이다.)
이런 전환기 시기에 고등학교 생활을 어떻게 준비하느냐가 사실 엄청 중요하다.
현재는 뮤지컬 활동이나 진로 활동을 학교별로 열심히 준비하기는 하지만
선행학습을 시킬수도 없고 어느 고등학교를 진학하는가에 따라 준비해야할 내용이 천차만별이라
일반적으로 무언가를 해보자고 하기에는 다소 어려움이 따른다.
그런데 이 시기를 보람차게 보내면 고등학교에서의 위치가 달라지게 된다.
남들이 놀 시기라고 열심히 놀 때, 내가 공부를 하면 그 차이는 생각보다 크다.
남들도 다 공부할 때, 나만 놀면 정말 뒤처지게 되고 따라잡기는 매우 힘들다.
이 내용은 수학을 반영한 것이고 삶의 공평성 문제와도 직결된다.
내일 수업은
첫째, 기상학 마지막 부분의 온실효과 실험 리뷰와 실험 결과 넘버스로 그래프 그리기
둘째, 새로 시작한 천문학의 성단, 성운, 그리고 은하에 대한 내용 탐색과 캔바라는 프로그램을 활용한 AI우주그림 그리기
위 두 가지가 진행될 예정이다.
학생들이 이 수업의 의미를 그리고 나의 의도를 오래토록 기억해 주었으면 한다.
(중3 생명과학 부분의 수업은 유전학의 기초 내용이 진행중이다. 그 내용도 만만치는 않다. 요새 주변을 둘러보면 멘델실험에 쓰였던 분꽃이 만발했다. 어제 한강공원에서 그 이야기를 해주었더니 분꽃 싫다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쁘기만 하구만. 오늘 사진이 그 분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