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과학 교사의 수업 이야기 81
노력이 바탕이 된 진심은 통한다.
어제는 완전체가 되어서 에너지가 최대치로 뿜뿜한 3학년 과학수업을 하고 나서
극한 두통이 몰려오고 목이 잠겼었다.
중학교에서의 마지막 시합을 치루고 온 그들은
이미 진학할 고등학교도 거의 결정된 데다가
그 기간동안의 각각의 영웅담을 쏟아내며 폭포수같이 쉬지 않고 떠들어댔다.
야구부가 시합으로 빠지면 왜 그런지 알수는 없으나 나머지 학생들도 기운이 빠진 듯 조용해지고
야구부가 돌아오면 나머지 학생들도 기운이 넘쳐나서 함께 떠드는
이런 현상은 무엇이라고 설명해야 할 것인가? 우리학교만의 신드롬이다.
더군다나 수업 내용이 새로운 것이었으니 설명에 더욱 힘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아무튼 어제는 퇴근 이후 손 하나 까딱하지 못하고(아니다. 소고기무국은 끓였구나)
퇴근길 지하철역 앞 트럭에서 파는 순대 5,000원 어치를 저녁으로 먹고는 푹 쉬었다.
일주일에 한번 정도 그 장소에 나타나시는 그 아저씨가 순대 장인이시다.
오늘은 5교시까지 수업 후 남산 생태 투어 연수에 참가했다.
11월 초 중간고사를 보고(외벽 공사 관계로 학사일정이 늦춰졌다.)
외부체험활동으로 잡은 자율 시간 하나의 행사가 남아있는데
이 날 남산투어를 하자는 2학년 담임들의 의견이 있었다.
학년부장의 역할을 다하고자
오늘 그 일정의 사전 답사차 숲 해설사와 함께 하는 남산 투어 연수를 신청한 것이다.
아직 단풍은 채 들지 않았지만 남산은 어느 계절이든, 어느 시간이든 항상 멋진 곳임에 틀림없었다.
나무도 하늘도 구름도 남산 타워도 어느 것 하나 멋지지 않은 것이 없었다.
대부분의 생태 투어는 이것은 무슨 나무, 이것은 또 무슨 나무 이런 이야기만을 전해주는 경우가 많은데
(식물 이름을 많이 안다고 생태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 활동을 준비하는 분들은 꼭 알아두시라.)
오늘의 숲 해설사님은 다양한 준비물을 가져와서(도토리열매, 소나무 열매, 나뭇가지, 큰 보자기, 물비누원액 등등)
우리가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설명과 함께 적절히 제공하였다.
이렇게 열심히 준비하고 강의하는 강사를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아이들도 그럴 것이다.
그리고 누구보다도 잘 알 것이다.
우리 선생님이 지금 열심히 수업해주는 것이라는 것을...
진심은 통하는 법이다.
남녀관계같은 오묘하고 알 수 없는 아주 드문 경우를 제외하고는 말이다.
오늘 많이 걸어서 다리는 조금 아팠고 배가 많이 고팠고 가을 모기에 이마를 한방 크게 물리기는 했으나
인솔교사 점심을 함께 할 가격까지도 만족할만한 식당까지 찾아둔 완벽한 사전 답사였다.
학생들도 오늘 답사에서 준비한 남산 생태 투어를 나만큼만 즐거워해줬으면 정말 좋겠다.
행사일은 11월 초이지만
날씨는 그다지 춥지 않고
햇살은 남산 타워를 환하게 비추며
이쁜 단풍의 끝자락이 손톱만큼이라도 남아있는 그런 날이 되었으면 참 좋겠다.
그리고 늦은 저녁으로 먹은 소고기무국과 새로 담근 배추 김치는 엄청 맛났다.
배가 고프면 웬만하면 맛있기 마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