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지않은 혼밥요리사의 비밀 레시피 85
삼시세끼는 누구에게나 쉽지 않다.
한 주일의 중간인 수요일에 공휴일이 있다는 것은 참으로 기쁜 일이다.
그런데 쉬는 날 하루에 세끼의 식사를 오롯이 준비해야 한다면 그것은 그리 기쁘지는 않을 듯 하다.
아무리 요리하는 것에 거부감이나 두려움이 덜 한 사람이라도 말이다. 오늘이 그런 날이었다.
일단 아침.
핫케잌 가루가 조금 남아있어서 계란, 우유타서 작은 핫케잌 세 장을 구웠고
(핫케잌이 맛난 것인지 살짝 뿌려준 메이플 시럽이 맛난 것인지는 구별이 쉽지 않았지만)
사과, 자두, 바나나와 우유를 넣어 쥬스인지 슬러시인지 구분이 안가는 건강 음료를 만들었고
샐러드 남은 것을 곁들여 먹었다. 괜찮았다.
조금 쉬다보니 점심시간이다.
용량이 큰 소시지를 사서 어제 개봉한 관계로 야채 가득 넣어서 부대찌개 당첨이다.
치즈 한 장을 마지막에 위에 얹어 녹여서 걸쭉한 국물을 만들었더니
다른 반찬은 별로 먹지를 않아도 되는 일품요리가 되었다. 설거지 거리를 줄였으니 되었다. 만족이다.
문제는 저녁이다.
말은 안했으나 나도 쉬고 기분 전환도 되는 무언가를 먹고 싶었다.
다행히 아들 녀석이 간단한 운동도 하고 산책도 하고
평양냉면을 먹으러 가지 않겠냐는 훌륭한 제안을 해주었다.
오늘은 썸녀와의 데이트가 없는 모양이었다.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지만 마지못한 듯 오케이를 했다.
아들 녀석이 운동을 하는 동안 나는 아차산 근처를 산책하며 식물의 변화를 살펴보았다.
산에는 절대 올라가지 않았다. 혼산은 위험하다. 든든한 가이드와 함께가 아니면 산에 오르지 않는다.
생태계 교란종인 서양등골나물로 뒤덮인 언덕들이 많이 보이던데
저것을 다 제거하기에는 힘도 많이 들고(서양등골나물은 다른 식물의 뿌리나 줄기와 이리 저리 얽혀서 자란다. 등골을 빼먹는다는 표현이 어울리기도 한다. 뿌리까지 제거하는데 힘이 많이 든다.)
그 내용을 잘 알거나 파악하고 있지도 못할 것이고 제거에 사용할 예산도 아마 없을 것이다.
구청에 의견이라도 넣어야하나를 고민중이다. (고민만 했다. 내가 또하나의 일거리를 추가하는 것이 아닐까 싶어서 말이다.)
한 시간 정도의 가벼운 운동이 끝난 아들과 근처 맛집 탐색에 나섰다.
올해 갑자기 평양냉면에 꽂힌 아들 녀석이다. 그렇게 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짐작은 간다.
평양냉면과 고기 삶은 것이 세트로 나오는 메뉴를 하나 시키고 나는 비빔면의 형태를 띄는 메뉴를 골랐다.
비빔냉면은 따로 메뉴가 있는 것으로 보아 무언가 소스가 다를 것이라 생각되었다.
새로운 것을 좋아하지만 다소 맛에 있어서는 보수적인 내가 오늘은 용기가 조금은 나더라.
그리고 그 소스는 된장베이스였는데 고추 잘게 다진 것을 많이 넣어
뒷맛은 매콤함이 올라오고 김가루와 무채 썬 것과 콩가루를 섞어서
다시마 식초를 한 두방울 부어준 후 먹으니 개운한 달콤한 맛이나는
어디서도 먹어보지 못한 유니크한 맛이 났다.
성공이다. 이 정도 퀄리티의 새롭고 맛난 음식을 먹었으면 오늘 하루는 보람찬 날이다.
아들이 열심히 보고 있는 <흑백요리사>의 경연에서 한 챕터를 멋있게 끝낸 기분이랄까?
음식은 이렇게 기분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 중 한 가지이다.
그러므로 데이트를 준비하는 젊은이들이여...
식당과 메뉴를 잘 살펴보고 고르는 일이 몹시 중요한 것이다.
애정이 없다면 대충 고르게 된다.(음식을 중시하는 나의 생각이다.)
나에 대한 애정도는 함께 먹는 음식의 맛에 따라 결정될 수도 있다.
그녀가 나처럼 음식맛에 예민하다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