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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생적 오지라퍼 Oct 10. 2024

내 하루의 시작

세 알의 약먹기로 하루를 연다.

내 하루의 시작은 약을 먹는 일이다.

갑상선 호르몬약, 본태성 고혈압약, 고지혈증약이다.

갑상선 전절제 암수술을 하여 호르몬이 나오지 않으니 대체제로 먹여야 하고

유전적으로 고혈압(아래 혈압이 높다)과 고지혈증을 예방하는 약을 먹는다.

2주전부터 내 생활 패턴이 약간 이상하다는 글을 썼었는데

어제에서야 그 원인이 변경된 혈압약 때문인 것 같다는 합리적인 의심이 들었다.(너무 둔한것일까?)

2주전 혈압약을 받기 위해 다니던 내과를 방문했고

마침 나를 봐주시던 의사 선생님이 출장으로 안계셨는데

다른 의사 선생님께서 혈압이 너무 지속적으로 낮다고(100에 70수준)

어지럽지 않냐고 물어보셨고

더위때문인지 코로나19 이후 떨어진 체력 때문인지 몇 번 과학실 청소를 위해 쪼그리고 앉았다가 일어설 때 살짝 어지러운 적이 있었다고 대답하니

혈압약 용량을 조금 줄이자고 했었다.

그래서 오래 먹었던 용량에서 다른 약으로 변경했던 것이 2주가 되었다.


몸의 변화는 이랬다.

평소 일어나던 시간보다 한 시간 쯤 일찍 일어난다.

바깥의 해도 이제 환하지 않은데 말이다.

그런데 일어날때쯤 뒷머리쪽으로 기분나쁘게 미세하지만 끌어당기는 느낌이 들었다.

아마 그 느낌 때문에 깨는 것도 같다.(나는 통증에 예민하다.)

그리고 같은 양의 수업을 하는데 퇴근 즈음에 심한 두통이 생긴다.

처음에는 방학 때 쉬어서 생기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곰곰이 따져보니 고혈압의 최고점을 달릴 때 느꼈던 그 느낌의 통증이다.

뒷머리와 목 덜미가 뻐근하고 자꾸 무거운 느낌인거다.

다행히 10월에 휴일이 많았어서 충분히 쉰다고 쉬었는데도

이런 통증이 계속되어 머리가 깨끗하지 않는 것을 보니 혈압때문인 것 같다.

그리고 그 통증과 약간의 메스거움 때문인지 별로 저녁을 먹고 싶지가 않아졌었다.

하루 2끼의 패턴으로 변화하나 생각했을 정도였다.


그런데 어제에서야 이 모든 변화의 기점에 혈압약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제 오후에는 내 생애 최고의 혈압을 찍고 아팠을때의 그 느낌까지 들어서 공포스러웠다.

최고로 혈압이 높았을때는 머리를 들기가 어려울 정도였다.(머리가 돌덩이처럼 무겁게 느껴진다.)

박사과정 논문을 위한 실험과 그 데이터 처리로 힘들었을 때였다.

150을 훌쩍 넘는 혈압으로 동네 병원에서 큰 병원을 가라고 했고 결국 대학병원에 입원까지 했다.

병실이 없어서 첫 날은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는 중환자실에 있었던 경험이 있다.

화장실도 혼자 못가게 하던, 제대로 의식이 있는 사람이라고는 나밖에 없어보이던, 그 곳에서 나는 계속 잠만 잤었다.

그리고 하루 뒤 일반 병실로 올라갔다가 이틀 뒤 퇴원을 했고 그 때 이후로 고혈압약을 계속 먹게 되었었다.

잠시 잊었었던 그 아픔이 느껴져서 어제 오후부터는 계속 두려운 시간을 보냈다.


오늘 1,2 교시 후 점심시간까지는 수업이 없다. 내과 방문 예정이다.

다시 용량을 올려줄지 어쩔지는 의사 면담 후 결정 나겠지만

약에 따라 달라지는 나의 몸의 반응은 어찌보면 당연한 것일지 모르겠다.

완쾌라는 병은 어쩌면 없을 수 있다. 약으로 조절하고 대비하고 있는 것일 수 있다.

내 경우처럼 말이다. 그래도 어쩌겠나 약을 잘 먹어서라도 예방과 조절의 역할을 다할 수 밖에...

한 알의 약도 안 먹는 분들을 부러워하며 존경한다.

수십알의 건강보조제를 먹는 삶을 지양한다.

지금은 세 알의 약이지만 나이들수록 그 약의 갯수가 늘면 늘었지 줄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금은 우울한 아침이다.

그래도 원인을 찾았으니 괜찮다고 스스로를 위안하는 아침이다.


(역시 오전 병원에서 잰 혈압은 135에 100 이었다. 의사 선생님은 아무 말없이 이전 용량으로 약을 다시 바꾸어주었다. 어제가 제일 안좋았는데 공휴일이라 다행이었던 셈이다. 원인을 찾고 대책도 마련했으니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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