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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생적 오지라퍼 Oct 10. 2024

늙은 과학 교사의 수업 이야기 82

나의 힘듬이 학생들의 기쁨으로 거듭난다.

오늘 6, 7교시 창체활동 시간은 봉사활동으로 진행된다.

예전에는 거의 20시간 정도 봉사활동을 학교에서도 하고 개인으로도 했던 시기가 있었으나

코로나 19 이후로 개인 봉사활동은 거의 불가능해졌다.

사실 개인이 하는 봉사활동은 학부모님들께서 구해주는 자리가 대부분이라

정보도 없고 잘 알지 못하는 중학생들이 스스로 봉사거리를 찾는 일은 불가능하였던 것이 사실이다.

학교에서 진행하는 봉사활동도 폭이 넓지는 않았다.

쓰레기를 주우러 공원에 가면 깨끗한 공원에 쓰레기를 버리고 오기도 하고

캠페인 활동을 하러 거리에 나서면 뻘쭘해서 길목만 보다가 오기도 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가면서 봉사라는 것이 왜 필요한지에 대한 생각을 정립하는 과정은 꼭 필요하다.


올해는 어떻게 진행할까 고민했었다.

2022년에는 금연캠페인으로, 2023년에는 세계시민교육으로 진행했었고

올해는 다른 테마인 생태전환교육을 주제로 결정했다.

그리고 학기초 공문을 열심히 살펴보다가 모 청소년센터에서 운영하는

<우유팩으로 무드등 만들기> 프로그램을 선정했다.

외부강사님 11명을 모시고 한 학급씩 맡아서 이론과 실습을 진행하는 시스템이다.

어제 최종적으로 대표 강사와 통화를 하면서

가급적 이론은 최소로,  만들기 시간을 최대로 해달라고 간곡히 부탁드렸었다.

중학생들은 그렇다.

20분을 넘어가는 이론 강의에 웬만한 스타강사의 명강의가 아니면 집중하기가 쉽지 않다.


우유팩은 학기초부터 영양 교사 선생님께 협조를 받아 사용하고 남은 것을 깨끗이 씻어 말려두었었다.

스파게티를 만들거나 기타 우유가 포함된 음식을 만들 때 마다

잊지않고 챙겨주신 영양 교사 선생님이 오늘 활동의 수훈갑이다.

가위랑 딱풀은 우리학교 것을 사용하고 기타 LED 등과 한지 등의 준비물은 강사님들께서 준비해왔다.

오늘 강의를 들어보니 다같은 팩이 아니었다.

냉장보관이 꼭 필요한 우유나 음료는 일반팩이고, 상온보관이 가능한 두유나 소주팩은 멸균팩이었다.

일반팩 재활용을 위해 꼭 해야할일은 비헹분섞이란다. 비우고 헹구고 분류하고 섞지 않아야 한다.

일반팩보다 더 시급한 것은 멸균팩 재활용인데 그것은 더 쉽지 않은 일이었다.

나만해도 이것을 잘 정리해서 화장지나 친환경제품이나 포인트로 교환한 경험이 전무하니 말이다.

오늘 우리 학생들은 준비된 우유팩을 자르고 자신만의 무늬를 만들고 색깔 다양한 한지를 붙이고 LED 등을 넣어서 나만의 무드등을 만들어 신나게 흔들면서 집으로 갔다.

우리학교에 강의를 나온 11명의 강사님들은 우리 학교가 가본 학교 중 가장 열심히 했다고 많은 칭찬을 남기면서 기분 좋게 집으로 가셨다.


그것으로 나의 준비과정은 해피엔딩이 되었다.

음료수를 준비하고 안내문을 붙이고

사전방문서류를 작성하고(10월 이후로 학교 방문하려면 사전에 방문 내용과 시간 등을 고지해야 한다. )

대표강사와 준비물 등을 위하여 여러번의 전화 통화를 하고

강의전 범죄경력조회를 경찰서에 보내고 회신을 받고

강사비 지급 결재를 받고 주민등록증사본과 통장 사본을 수거하는 일들은

기분 좋은 결과로 모두 다 보상받았다.

이렇게 직접 만들어봐야만 새활용에 대한 생각의 변화가 조금은 일어날 수 있는 것이다.

생각의 변화란 어쩌면 짧은 시간에 섬광처럼 일어날 수도 있고

긴 시간에 걸쳐 조금씩 변화가 일어날 수도 있지만

그 변화를 위한 노력계속되어야 한다.

교육은 그런 것이다.

결과와 변화와 공적이 실시간으로 드러나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렇지만 지속적으로 무언가가 쌓이면 그때는 결코 무너지지 않는 탑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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