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지않은 혼밥요리사의 비밀 레시피 86
국만 끓이면 된다.
더위가 사라지면서 나에게는 곧장 국의 계절이 왔다.
옷도 벌써 골덴 바지를 꺼내 입었고 출근길에는 경량 조끼를 하나 챙기게 될 정도로 추위를 무서워한다.
따라서 여름에는 거들떠보지도 않던 국을 저절로 찾게 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과정일 것이다.
이번 주는 특히 더 <국 강조 주간> 이었다.
잘 끓인 국이나 찌개 하나가 있으면
맛난 김치와 함께 집밥 백반을 완성하게 된다.
이번 주 시작은 소고기무국이었다.
지난 주말 재래시장에서 무 하나를 사가지고 온 것이 그 발단이었다.
소고기무국과 총각김치, 맛났다.
그 다음으로는 신김치를 넣은 부대찌개 백반, 괜찮았다.
다음날은 국거리 소고기와 대파를 길게 썰어넣은 육개장, 괜찮았다.
그 사이에 무 채썰고 알배기 배추 길게 찢어서 겉절이 스타일 김치를 한 팩 담았다.
그리고 어제는 굴 한 봉지 사서 무 조금이랑 달달 볶아서 조금은 이른 듯한 굴국을 끓였다.(오늘 아들 녀석에게 맛있다는 칭찬을 들었다.)
그래도 남은 무는 깍둑 썰기해서 고구마순 잘게 썰은 것과 김치 양념으로 한 통 버무려 두었다.
내일은 아욱과 알배기 배추 남은 것을 조금 넣은 된장국이다.
물론 내가 끓이는 국은 작은 냄비 하나의 사이즈이다.
나와 아들이 먹고 나면 반 그릇쯤 남게 되고 그것은 주로 나의 혼밥용이 된다.
주말에는 남편도 오고 별식도 먹고 싶어지니 오늘 온라인으로 장을 봤다.
오랫만에 호박잎이 보여서 잘되었다 싶었고
호박잎이 있으니 청국장을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꼬리를 물었고
국만 먹다보니 한번은 고기를 구워먹어야겠다가 기본 구상이다.
그리고 요새 새로 맛들인 연유 크림 카스텔라와 데니쉬빵은 아침용이다.
새벽 배송을 시켰으니 주말 메뉴 걱정은 그만해야겠다.
그런데 이렇게 하루의 많은 시간을 먹고,
먹는 것을 위해 사용하는 것이 맞는 것일까 하는 근원적인 생각이 드는 것은 왜 일까?
음식 준비하고 설거지 정리하고 하는 내 노력 대비 효율성은 그리 높지 않아 보이는데 말이다.
또 식비에 사용되는 엥겔지수가 아직도 이렇게 높아도 되는 걸까 싶다.
요새 장보기가 두려울 정도로 고물가이고 나는 대형마트 세일 물품을 우선적으로 사고 있지만 말이다.
합리적인 소비생활 못지않게 합리적인 식생활이 되었으면 좋겠는데
맛있는 한 끼를 위한 나의 노력을 줄일 생각은 아직은 들지 않으니
전생에 나는 궁에서 식당일을 맡아서 하던 공노비였음에 틀림없다.
아니면 공사장 함바집에서 쉴새 없이 반찬하던 식당아주머니였음에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