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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생적 오지라퍼 Oct 15. 2024

스포츠 사랑 7

나는 패배요정이 아니고 싶다. 격렬하게...

지난 주 부터 고난의 주일이다.

내가 즐겨 보는 세 종류의 스포츠 예능 프로그램 결과 때문이다.

먼저 지난주 수요일에는 <골 때리는 그녀들> 프로그램에서는 여자축구 한일전이 방송되었다.

물론 정식 축구 선수들은 아니고 방송인들이 축구를 연습하여 아마추어로써 붙는 것이긴 하지만

한일전이 주는 압박감과 승리에 대한 기대감은 어디에서나 존재한다.

그런 중요한 게임을 하면 평소 실력보다 더 멋진 실력을 발휘하는 사람이 있기도 하고

자신의 실력을 영 발휘하지 못하는 안타까운 사람도 있고

사소해보이지만 행운이 따르는 사람도 있고 반대로 불운의 연속인 사람도 있다.

다들 정말 열심히 하는게 보였으나 결과는 아쉬운 패배였다.

아들 녀석은 열심히 보았으나 나는 자꾸 질 것 같아(슬픈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설거지를 하다 세탁물을 개다가 이리 저리 피해보았으나 결국 지고 마음이 울적했다.


일요일에는 <뭉쳐야 찬다> 프로그램을 가끔 본다.

스포츠 프로그램을 주로 보는 성향이 있기도 하지만

어려서부터 봐왔던 나와 친한 후배의 아들이 출연하는 프로그램이라 더 애정이 간다.

작년 어느 더운 여름 날 효창운동장 직관에 가서

출연자 엄마보다 더 큰 소리로 응원을 하고 안타까워했던 경험도 있다.(모르는 사람이 보면 내가 엄마였다.)

그런데 일요일 방송에서는 골게터인 친한 후배 아들도 영 힘을 못썼고 뭉찬팀도 고전 끝에 지고 말았다.

주말 저녁이 왠지 쓸쓸해지고 갑자기 피곤과 졸음이 몰려왔다.


그리고는 이번 주 월요일 나의 최애 프로그램인 <최강야구>도 여러 곡절 끝에 패배하고 말았다.

잘 나가던 올 시즌이었는데 더워지면서 나이가 발목을 잡는 일이 벌어지게 되었다.

올 여름은 사실 가만히 있어도 참기 힘든 더위였는데

3시간 이상을 야외에게 극한 경기를 하니

40대 선수들은 머리도 아프고 어지럽고 정신줄을 놓게 되는 것도 당연한 일일 것이다.

그리고 이상하게 게임이 꼬이는 날은 이렇게 해도 안되고 저렇게 해도 안되고

지금껏 본 일이 없는 말도 안되는 실수들이 나오기 마련이다.

이해는 한다만 그래도 패배의 아픔은 쓰라리기만 하다.

또 이번 주말에 야구 시합을 한 우리학교 1,2학년들도(정식 시합출전은 처음이었다)

이기고 있던 시합을 어이없이 역전패 당하고

실수를 기억하자는 의미로 모두 머리를 짧게 깎고 나타나서 보는 내가 마음이 아프기도 했다.

물론 학생들에게는 머리가 짧아지니 인물이 난다고 위로의 말을 건네기는 했지만 말이다.


인생이란 참으로 어려운 것이며 스포츠란 그것 못지 않게 힘들다는 것을 다시금 알게 된 한 주일이다.

그런데 이런 스포츠 결과에서의 아쉬움은 다른 스포츠의 신나는 결과를 보면 기분 전환이 가능하다.

오늘이 바로 그날이다. 그간 경기 외적인 면에서 말썽이 많았던 축구 대표팀의 경기날이다.

보란 듯이 최선의 기량을 보여주면서 골잔치를 벌여준다면

이번 주 나와 같이 풀죽은 스포츠 매니아들이 다시 신이 날 것도 같다.

지금까지 가 본 경기들은 스포츠 예능 아니었던가? 이렇게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있을 수도 있겠다.

그런데 그 스포츠 예능을 찍는 사람들은 스포츠 경기만큼 진심을 다한다.

그것이 보이니 나같은 사람도 한마음으로 응원하며 보는 것이다.

그것이 보이니 인기도 있고 승패에 안타까움도 생기는 거다.

오늘은 국가대표가 붙는 진정한 스포츠 경기이고 뭐니뭐니해도 우리 국민들은 축구에 가장 열광하는 민족이다.

붉은 옷이라도 꺼내서 입고 있어야 할 것인가 고민이 되지만

패배 요정의 경험이 많은 나로서는 그냥 무심하게 보는 듯 안보는 듯 신경안쓰는 것처럼 응원을 해보려 한다.

빨래를 개키면서, 고양이와 놀아주면서, 그리고 수행평가 문항을 검토하면서

프로야구와 축구를 번갈아가면서 시청할 것이다.

그러나 축구대표팀이 지난주부터 지금까지의 내 패배 이력을 지워주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

이제 한 시간 남았다.


(야호 쉽진 않았지만 이겼다. 축구광인 아들은 친구집에서 모여 합동 응원 및 관람을 하신 모양이다. 이제 귀가중이시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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