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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생적 오지라퍼 Oct 16. 2024

또 한번의 선거를 하러 나서기 직전

배가 많이 고프다.

아침 출근길 학교 정문 앞에 잘 모르는 얼굴 두 명이 인사를 건넨다. 어리둥절하다.

아뿔싸, 달고 있는 표찰을 보니 선거 사무를 보러 나오신 분들이었다.

서울시교육청 소속 교사인 내가 교육감 선거일을 놓친 것이다.

왜 그랬는지 내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오늘 20시까지 선거이니 퇴근 후 집 옆 초등학교로 가면 될 것 이다.

부랴부랴 아들 녀석에게도 톡을 보냈다. 정시퇴근해서 선거 가능하냐고?

다행히 아들 녀석은 선거의 중요성에 공감하고 빠지지 않고 선거를 하는 것에는 생각이 나와 일치한다.

나는 정시 퇴근했고

각종 야채를 잘라 넣고 차돌박이를 살짝 데쳐 먹을 샤브샤브도 준비해두었고 새 밥도 밥솥에 올려두었다.

아들 녀석의 퇴근만 기다리면 된다.


사실 선거 이야기는 누구와 의견을 나누기에 적합한 주제는 결코 아니다.

각각의 생각이 다 다를 것이고, 믿는 정보가 같지 않고, 후보자를 판단하는 기준도 천차만별이다.

그런데 교육감을 꼭 선거로 뽑아야만 교육의 독립성과 고유성이 인정되는 것일까에 대한 생각은

조금씩 비슷한 점도 있는 듯 하다.

다음은 철저히 개인의 의견이다.

각 지역사회의 특수성을 고려하는 일은 물론 중요하지만

그래서 시장이나 도지사를 선출하는 일까지는 당위성을 인정하지만

교육감은 교육부 장관의 임명이나

정 안되면 시장이나 도지사와의 러닝메이트 식으로 함께 선출하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하는 것이 내 생각의 요지이다.

다시 임명제로 돌아가면 꼭 후퇴하는 것일까? 선거라는 명분이 꼭 필요해서 그런 것은 아닐까?

이번 보궐 선거에 들어가는 수십억의 예산도 너무 아깝고

(그 돈이면 서울시교육청 산하 학생들에게 무언가 훨씬 값진 것을 해줄 수 있을 것 같은데 말이다.)

이 선거를 위해 불철주야 애쓴 해당 직원들의 노고도 너무 안타깝고

(한 번 사용하고 버리는 선거 관련 여러 물품들을 준비하느라 고생이고

오늘 선거 사무 종사 및 개표까지 초근을 해야 하는 분들이 많다. 물론 소정의 수당은 받는다만은)

더 중요한 것은 다음 교육감 어느 누가 또 무슨 일로 법률적인 제재를 받아서

보궐 선거를 또 해야할지도 모른다는 위험성이 존재한다는 그 점이 제일 아쉽다.

그런 사태가 벌어지지 않게 리더들은 더 조심하고 투명하고 청렴한 생활을 해주었으면 한다.


교육은 백년대계이고, 금방 표도 안나고, 효과도 안보이고

누가 교육감이 되던지 관심도 없고

누가 되어도 달라지는 것도 없다고 생각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일선 교사로서

“아니다 교육감이 참 중요하다, 그러니 꼭 선거를 통해서 훌륭한 사람을 뽑아야 한다. 교육감이 달라지면 서울 교육이 훨씬 좋아질 것이다. ”

이렇게 당당하게 이야기 할 수 있는 바람직한 상황이 온다면 참 좋겠다.

그런 상황이라면 예산이 투여되고 관련자가 많은 일을 하게 될지라도 선거 자체의 존엄성을 인정해야 맞다.

그런데 아직까지는 그런 상황은 아니다.

교사인 나도 받아들여지지 않는데 다른 사람들이야 어떻겠는가?

그러니 투표율이 높을 수가 없다.

나보다 더 똑똑하신 높은 분들은 이 내용을 모를까? 그럴리 없다.

자신이나, 자신이 속한 정당과 단체의 유불리 때문에 이야기를 못할 뿐이다.

같이 투표하러 갈 아들 녀석의 퇴근을 기다리며 속상한 푸념을 써보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가 되던간에 더 나은 서울교육을 이끌어 주었으면 하는 바램은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교육의 중요성에 대해 모두가 공감해주는 것이다.

오늘 학교에서의 수업 한 시간이 학생의 일생을 변화시킬 수 있는 터닝포인트가 될 수 있으니 말이다.  

아직 투표를 안하신분들이 있다면 이제 나서야 할 시간이다.

배가 많이 고프기는 한데 조금 참고 투표하고 여유롭게 저녁식사를 즐기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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