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사랑 8
다시 던지는 니퍼트를 응원한다.
이제 한 시즌을 마무리하는 스포츠들이 있다.
야구, 골프 이런 야외에서 경기를 하는 종목들은 대부분 추워지면 더 이상 시합을 하기에 힘들기 때문에
한 해 마무리를 11월이면 하게 된다.
더울 때 하는 운동도 매우 힘들지만 추울 때 하는 운동은 부상 위험이 너무 크고
또 관객도 함께 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올해 야구 관람객은 천만이 넘었다고 한다.
아무리 매니아층이 두터워도 천만명이라는 숫자는 참으로 큰 숫자이다.
여유로운 주말인 오늘, TV 에서는 막바지로 향해가는 스포츠 중계가 많이 있다.
그러나 딱히 내가 열렬히 응원하는 팀이나 사람이 없는 중계는
가슴떨리지도 않고 진땀이 나지도 않고 담담하게 경기 그 자체를 객관적으로 보게 된다.
오늘은 우리나라 전자업계 양대 산맥의 야구 시합이 있고, 남자와 여자 프로골프 시합에다가
LPGA 시합 중 유일하게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시합도 열리고 있어서(요새 우리나라 여자 골프 선수들이 약간 부진한데 힘을 내 주었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
여러 스포츠 채널을 돌리면서 보는 재미가 있다.
스포츠 경기에서처럼 명과 암이 극명하게 나뉘는 경우가 또 있을까 싶다. 이긴 자는 모든 것을 갖는다.
야구 공 한 개가 파울볼이 되느냐 홈런볼이 되느냐처럼 큰 차이,
골프에서 하나의 퍼트를 넣고 못넣고의 차이는
어느 시합에서라면 로또 1등 당첨과 낙첨의 차이만큼이나 중요하다.
그런데 우리나라 야구를 볼 때 외국 선수들의 기량에 의해서 승부가 좌우되는 경우는 기분이 약간 묘했다.
물론 잘하는 외국 선수를 영입하는 것이 구단의 힘이며 프런트의 실력인 것은 맞지만
외국 투수의 힘있는 공을 공략하지 못하여 끝나는 게임을 보면 허탈해지는 마음을 감출수가 없었다.
미국에서 뛰는 우리나라 야구 선수들이 잘한다는 소식에는 그렇게 기분이 좋으면서 말이다.
이런 공평하지 못한 마음은 무슨 경우인가 말이다.
그런데 이런 마음을 조금은 변화시켜준 계기가 올해 있었다.
대부분의 외국 선수들은 계약이 끝나면(아니면 시즌이 끝나기가 무섭게)
본국으로 돌아간다. 물론 가족도 그곳에 있고 집도 그곳이니 당연하다.
그런데 계약이 끝나고도 한국에 남아서 한국사람처럼 살아가는 레전드가 한 명 있었다.
물론 야구 관련 일을 하고 종종 방송에도 나왔지만(이것은 생활을 위한 본업이니 당연하다.)
진정으로 한국 야구를 좋아하고 한국 음식과 생활을 즐기는 것 같은 레전드 니퍼트 선수를 보고 나서이다.
사실 나는 니퍼트의 전성기를 열심히 찾아본 사람은 아니다.
물론 스포츠광이니 기본적인 것은 알고는 있었지만 말이다.
오히려 아들과 막내동생은 전성기때의 니퍼트에 열광했었다고 한다.
내가 다시 그를 눈 여겨보기 시작한 것은 그 레전드가 스포츠 예능 프로그램의 선수 선발 과정에 참여하였다는 소식을 듣고 나서부터이다.
그것은 마치 나처럼 오랫동안 수업의 달인이라 자칭하면서 교사 생활을 한 사람이
사립학교 기간제 교사 채용을 위한 수업 시연에 참여한다는 것과 같은 의미이다.
레전드니 테스트없이 그냥 모셔가는것을 당연하게 생각할수도 있다.
내가 그 팀에 가주는걸 영광으로 생각해라는 다소 건방진 마음을 가질 수도 있다.
야구는 팀으로 하는 운동이고, 나이도 이제 40을 훌쩍 넘었고, 체력은 당연히 한계가 있을 것이나
다시 한번 몸을 준비하고 테스트를 본다는 것은 정말 쉽지않은 일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더더욱 놀란 것은 한국에서의 야구 선수 마감 과정이 명예롭지 못했었다는 점이다.
대부분 마무리를 멋지게 해주어도 섭섭함은 남기 마련인데
그 과정에서 정말 많이 속상했을터인데
그리고 마음만 먹으면 한국을 떠나는 것도 어렵지 않았을터인데
이런 기회에 다시 나오기까지의 아팠던 그의 마음을 조금은 이해할 것 같았고
그 동안 외국인 선수에게 닫혀있던 나의 마음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지금은 다문화시대이다.
우리학교만 해도 다문화학생들이 많이 있다.
주위에도 국제결혼을 한 커플들이 점점 많아진다.
외국인에 대해 조금이지만 편견을 가졌던 나의 속좁음을 니퍼트가 콕 찔러서 알려준 것이다.
그리고 그의 마지막 야구에 아낌없는 격려와 응원을 보내게 되었다.
비록 전성기때의 구위가 나오지는 않더라도(구속은 나오는데 안타깝지만 구위는 쉽지 않다.)
선발투수가 아니라 1~2이닝만을 담당하는 역할로 변경되었다하더라도
그의 노력과 에너지와 진심에 응원을 보낸다.
다시 승리투수가 되는 날이 오기를, 경기 MVP가 되는 날이 오기를 기다려본다.
(어제 야구는 외국인 투수들의 선전으로 양팀 모두 점수를 내지 못하고 있다가 홈런 한 방으로 경기가 끝났다.
일요일 저녁에는 한때 세계 축구를 주름잡았던 레전드들이 우리나라에서 이벤트 경기를 하고 있다. 앙리와 드록바라니.
아이고 이 아저씨들도 늙었다. 늙어가는것처럼 공평한것은 없는 모양이다. 나만 늙는게 아니라는게 이렇게도 위안이 될수가 있다. 그러고보니 나는 니퍼트 개인을 응원한다기보다는
이제는 늙어버린 한때의 우상에게 격려를 보내는 것일수도 있다. 누군가가 나에게도 격려와 응원을 보내주기를 바라는 마음의 다른 표현일수도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