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지않은 혼밥요리사의 비밀 레시피 92
아들 녀석의 식단관리가 나에게 미치는 영향
지난 주 출장을 다녀온 아들 녀석이 식단 관리를 하겠다고 선언했다.
가끔씩 다이어트 식단을 하곤 했지만(바디 프로필을 찍은 적이 있었다.)
이번 시도에는 분명 썸녀와 상관관계가 있는 듯 했으나
자세한 이야기는 묻지 않았다. 묻는다고 곧이곧대로 이야기해주지도 않을 테지만...
사진을 찍으려는지 아니면 지인들에게 인사를 다니려는 건지 도통 그 목적을 알수는 없지만
얼굴에 신남이 묻어있고 생기가 도는 것으로 보아 긍정적인 시그널이라 짐작해본다.
그리고 식단을 사진찍어 어디론가 보내는 것으로 보아 나쁘지 않은 조짐이라 생각해본다.
아들 녀석이 다이어트 식단을 한다고 하니 나는 신나기도 하고 살짝 기운이 빠지기도 한다.
어제 저녁은 닭가슴살 굽고 양배추 스테이크와 버섯구이 그리고 달걀말이를 준비했다.
이름은 알 수 없지만 구워놓으니 고기맛이 나는 흰색 버섯이 심플하니 맛있었다.
그렇지만 나는 이렇게만 먹으면 뻑뻑한 느낌이 든다.
그래도 옆에서 대놓고 찌개를 홀짝거리지는 못하겠어서(다이어트의 힘듬을 뼛속까지 잘 알고있다.)
김치찜 남은 것을 살짝 살짝 얹어서 먹어주었다.
식사 후 커뮤니티센터 헬스 클럽까지 가는 것을 보니 마음을 굳게 먹기는 했나보다.
오늘 아침은 스스로 과일 샐러드를 조금 싸가지고 나갔다.
아들 녀석은 다이어트 식단하는 기간 동안에는 밥과 국, 찌개 등을 먹지 않는다.
탄수화물과 짠 음식이 피해야 할 음식인 것은 맞지만 나는 그렇게만은 못 먹겠다.(양을 줄이는 것은 가능하다만)
오늘 저녁은 역시 닭가슴살 조금 굽고 국물은 뺀 가지 탕수와 시금치 달걀볶음 그리고 구운 알감자 작은 것 두 알을 준비했다.
그러면서 나는 함께 끓인 시금치 된장국에 밥을 조금 말아먹고
가지 탕수 자작한 남은 국물에 밥을 조금 말아서 갓김치랑 먹었더니 속이 개운하다.
그리고는 길거리 트럭에서 사온 쌀과자(친정아버지 최애 오꼬시라고 부르시던)를 바스락거리며 디저트로 먹었다.
부른 배로 최강야구 미공개 유튜브를 보는 행복한 금요일 저녁이다.
찌개나 먹음직스러운 메인 디시를 안해도 된다는 부담감에서는 약간 벗어낫으나
이제 비슷비슷한 저녁 식단을 어떻게 차별화할 것인가의 문제가 도래한 것이다.
오늘 퇴근길 갑자기 생전 보지않던 카카오톡 쇼핑하기에서 눈에 번쩍 뜨인 메뉴가 있었다.
내가 해먹기는 매우 힘든 족발과 편육이다.
이 메뉴는 시도조차해본적 없다.
거기에다가 비빔막국수와 새우젓소스를 함께 하여 적당한 가격의 톡딜이 보였던 거다.
순간 아들 녀석이 식단 중이라는 생각을 까맣게 잊어버리고
정신을 차려보니 벌써 주문을 완료한 상태였다. 어쩔까나...
족발과 편육은 기름기를 쏙 뺀 것이니 다이어트식이라고 회유해볼까?
그렇다고 쳐도 비빔막국수는 어쩔 것인가? 탄수화물에 양념 범벅인데...
할 수 없다. 나랑 주말에 오는 남편이 모두 다 해결하는 수 밖에 없겠다.
새우젓 소스는 남으면 김치할 때 넣으면 되고
그래도 혹시 남거나 양이 많으면 주말에 동생네 집에 갈 때 가져다주는 것으로 해야겠다.
순간적인 쇼핑의 끝은 항상 비극적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1년에 한번쯤은 갑자기 생각나는 메뉴가 있기 마련이다.
내일 아침 아들은 건강 쥬스와 사과, 바나나를 챙겨서 조기축구를 간다했고
나는 오늘 학교에서 받아온 에그타르트와 사과를 먹고
하얗게 뿌리가 드러난 머리카락을 염색하러 다녀와야겠고
그 길에 다행히 이쁜 단풍을 볼 수 있으면 더 좋겠다.
아들 녀석의 저녁 다이어트 식단은 양상추 손으로 잘게 뜯어놓고 고구마와 당근, 그리고 양파를 굽거나 쪄서 내놓을 예정이다.
일요일은 하루 치팅 데이하라고 꼬셔보련다.
너무 빡센 식단은 거부감을 불러오니 말이다.
오늘 충동 구매한 족발과 편육으로 치팅을 하면 성공적이고 로맨틱할 것 같다.
그나저나 아들 녀석이 어디서 선물 받아와서 냉장고에 쟁여둔 맥주는 어쩐단말이냐.
술도 딱 끊는다는데 말이다.
얼마나 오래 지킬지는 모르겠다만 사랑(아니면 아직은 썸?)의 힘은 위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