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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생적 오지라퍼 Nov 04. 2024

너무나도 이기적인 유전자

오늘도 나는 수련중

사람은 태생적으로 이기적이다. 이타적인 생활을 하는 사람은 종교적인 레전드급 아니면 쉽지 않다.

나는 성선설을 믿지 않는다. 착하게 태어나는데 어찌 그런 중범죄가 많이 일어나는가 말이다.

태어나기는 성악설이 맞는데(그렇지 않다고 하면 도저히 설명되지 않는 일들이 있다.)

많은 수련을 통하여 그리고 인내와 노력의 힘으로 악하지 않게 살고자 노력하고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선하게 산다기보다는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살면 그게 최선이라고 믿는다.

나의 이런 생각에 기름을 붓는 일들이 몇 가지 있었다.


우선 어제 일이다.

어제는 환경골든벨 대회에서 받은 100만원의 상금을 학생들과 사용하기 위해서

인천 지역의 과학관 두 곳과 그 주변을 답사한 날이었다.

오랜만에 공항철도를 타고 바다냄새를 맡으니 기분이 좋아졌다.

날씨도 최고였다.(어떻게 하루만에 이렇게 달라질수가 있을까, 내일은 한파주의보급이라 한다.)

나의 답사의 주된 미션 중 한 가지는 학생들을 인솔해서 점심을 먹을 식당을 찾는 것이다.

20여명의 학생들이 한 번에 들어가야 하고

가격은 그다지 높지 않아야 하고(식사비로 최대 12,000원 정도가 가능하다.)

식당은 위생적으로 깔끔해야 하고(학생들과 노포 스타일의 식당에 가기는 조금 그렇다.)

그러면서도 맛있는 곳을 찾아야하는 어려움이 있다.

미리 맛집을 검색해서 대강 3곳 정도를 찜해두었으나 막상 가보면 영 아닌 곳들이 있기 마련이다.

어제가 그랬다.

한 곳은 입구의 청결이 마음에 걸렸고

다른 한 곳은 너무도 바다 입구라 술 드시는 분들이 많을까 걱정이 되었고(막걸리가 기본으로 나오는 곳이었다.)

그래서 결국은 마음속으로는 3순위였던 식당에 들어갔다.

나는 맛도 중요하므로 꼭 미리 먹어본다. 물론 내돈내산이다. 답사 출장비에 식비는 포함되어 있지않다.

학생들에게는 해물칼국수 혹은 해물라면 혹은 회닾밥을 메뉴로 하겠다고 이미 안내한 바 있어서

(가격이 적당한 것은 사실 그것밖에 없다.)

해물라면이냐 해물칼국수이냐를 결정하려고 회덮밥까지 3가지를 모두 한 개씩 시켰더니

주문을 받는 언니의 얼굴과 말에 기분 나쁨이 너무 티가 났다.

비싼 조개구이나 회를 안 시키니 그랬나보다.

주말 점심에 비싼 음식에 술을 시켜줘야하는데

달랑 해물라면 2개에 회덮밥 1개를 시키는게 못내 싫었나보다.

아.. 여긴 아니다 싶었지만 앉았다가 나갈수는 없었는데(그 정도로 독하지는 못하다. 나는)

이미 입맛은 잃은 상태가 되었다.

반찬으로 나온 오랜만에 보는 번데기만 괜찮았을뿐(그것도 차가웠지만)

회덮밥의 밥은 질어서 비벼지지가 않았고

해물라면은 그저 그랬으나 음식 담는 것이 손님에게 주는 형태가 아니었다.

누가봐도 대강 담은 것이었다.

(내가 아들에게 해물라면을 끓여준다해도 그렇게 성의 없이 담아주지는 않는다.)

단골 손님을 상대하지 않는 뜨내기 관광지 식당의 표본을 본 느낌이다.

요새는 별점 테러도 있는데 말이다. 나는 별점 테러는 하지 않겠으나 재방문 의사는 제로이다.


바다가 보이는 카페를 가서 무화과가 올라간 크림 케잌과 커피를 마시고 수다를 한 시간쯤 떨었을때야

아까 식당에서 무시당한 불쾌감이 조금은 사라졌다.

무화과가 어떤 맛인지 지금까지는 몰랐는데 오늘에서야 알 것도 같았다.

특별한 맛이 없는 게 특징이더라.

오랜만에 본 서해바다는 여전히 그림처럼 이쁘고

바람도 잔잔했고 날씨와 하늘, 구름은 최고였고

다양한 주제로 수다를 함께한 메이트인 후배와 지인도 최고였다.

옥의 티는 그 식당 언니의 얼굴과 말투뿐.

다른 좋았던 것으로 그 불쾌함은 덮어버렸다.


다음은 지난 주 금요일 부장회의 시간에 일어난 일이다.

내년도 학사일정을 결정하는 시기이다.

언제 시험을 보고 수련회를 다녀오고 이런 대체적인 틀을 짜는 것이다.

그런데 미세하게 의견들이 다르다.

먼저 수능 다음날이 이슈가 되었다.

시감하느라 힘드니 하루 재량휴업일을 하자는 의견에는  3학년 담임들이 그때쯤 진학 자료 제출이 있으니 싫다고 한다. 쉬는 날에 학교에 나와야 할 것이 불보듯 뻔하다는 이유이다.

다음으로 중간고사와 기말고사 사이에 수업을 해야하니 텀을 조금 두자고 하는 것은

주로 시험을 매번 보는 국, 영, 수 과목 선생님들이고

상관없다고 하는 사람들은 수행평가로 점수를 내는 과목 선생님들이시다.

시험 문제 출제와 서술형 채점 등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아예 모르는 사람들도 있다.

마지막으로 공휴일을 끼고 시험을 보자는 사람들은 대부분 학부모가 아니신 분들이다.

(공휴일인데 자녀가 시험 기간이면 그 것은 학부모 입장에서는 휴일이 아닌거다. 근로자의 날에 시험보자하면 하루 쉬는 날이 벌서는 날이 된다. )

이렇게 저렇게 고쳤더니 크리스마스 이브에 기말고사를 보게 되었다.

나는 사실 내년 퇴직이나 아무 상관이 없다만 크리스마스 이브에 기말고사는 조금 아니지 않은가?

190일의 수업 일수는 모든 학교가 다 똑같다만 이 수업일을 어떻게 구성하는가는 그 학교마다 다 다르다.

그렇지만 어디든지 기본과 상식이 존재하는 법이고

그 기본에는 교육 서비스의 대상자인 학생 편의를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

교무부장 경험이 있는 내 생각이다.

그러나 한 마디만 했다.

“크리스마스 이브에 시험보는 것은 너무 가혹하네요.”

나는 내년에 학교에 있지 않는 사람이니 관심을 안 가져도 되는게 아니고

더 객관적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 팩트이다.

이기적이지 않으려면 팩트 체크가 꼭 필요한 법이다.

그리고 이기적이지 않기 위해서는 부단한 노력이 필요한 법이다.

조금은 이기적이지만(그것까지 없애라는건 절대 아니다.  그렇게 되지는 않는다.) 결코 과하지는 않게 나는 오늘도 수련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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