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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생적 오지라퍼 Nov 21. 2024

늙지않은 혼밥요리사의 비밀 레시피 97

배고픔과 화남의 연결  매카니즘

어젯밤에는 글을 쓰지 못했다. 루틴을 깰만큼 매우 힘들었다는 뜻이다.

아니다. 힘든 것보다 화가 났다는 것이 더 맞는 표현일 수 있겠다.

배가 많이 고팠고 그 과정과 결과의 끝은 화가 나는 것으로 귀결되었다.

나는 왜 배가 고프면 화가 나는 것일까? 다른 사람도 그럴까?


어제는 교육청에서 진행하는 학생과 교사 밴드의 경연날이었다.

우리학교는 이제 겨우 2년차 밴드이므로 이런 곳까지 나갈 생각은 못하였지만

우리의 공연을 위해서 무대 매너도 배우고 의상도 보고

무엇보다도 자신감을 심어주기 위해서 공연 구경을 가볼까 했다.

마침 시기도 고사 등 중요행사와 관련이 없고, 왕복 차량도 보내준다고 하길래 신청했더니

생각처럼 별로 신청한 학교가 없어서(수업을 2시간 정도 빼고 가야하니 쉽지 않다.) 당첨이 된 것이다.

이 행사 인솔을 위하여 나는 내부 결재 3번과 학생들에게 안내하기 3회

그리고 어제 수업을 변경하여 1,2,4,5교시 수업과 중간 점심시간에 강당 안전지도 등을 수행해였고

이미 파김치가 된 채로 차량에 탑승했다.

그리고 어제 서울 시내 중심은 대형 시위가 있었고 간신히 행사 시작전 콘서트장에 도착하였다.


공연은 기대했던것보다는 내용이 충실했고

우리 밴드 동아리 학생들의 호응은 참으로 T 그 자체였다.

잘하는 팀에게는 호응과 박수를, 별로인 팀에게는 냉냉함을 보여주어

MZ 세대의 특성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고

앞으로 있을 우리의 공연(크리스마스 버스킹과 축제 공연)에 많은 시사점을 주었을 것이라 생각다.

초등학교 한 학급이 모두 다 나온 이쁜 무대와,

우리 밴드 공연곡과 겹치는 <그대에게>를 연주한 열성적인 무대,

그리고 차원높은 우아함과 간결함이 엿보이는 무대가 눈에 띄었다.

여기까지는 나쁘지 않았다. 긍적인 경험을 주는 행사라고 생각했다.

공연이 다 끝나고 축하 무대가 있을 것도 예상했던 바다.

(마치 최강야구 마지막 직관 경기가 끝나고 불꽃놀이가 있을거라는 것을 예상했던 것과 같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발생했다.

실제 락밴드가 와서 축하공연을 하는데 밴드는 사실 호불호가 극명하다.

락밴드 자작곡의 노래는 대부분이 아는 노래가 아니고 길이가 길다.

(그 분들은 물론 대단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겠지만 말이다.)

한 곡이 끝나고 두 번째 곡으로는 모두가 아는 <여행을 떠나요>를 불러서 함께 떼창으로 기분좋게 마무리하는가 했다.

이미 공연 시간이 3시간째를 채우고 있었다. 여기서 마무리했어야 한다. 누가봐도 그랬다.

그런데 또 다시 자작곡 한 곡을 부르기 시작했다. 이때부터이다. 배가 고파오기 시작다.

공연 중 음식 흡입 불가라는 에티켓은 잘 알고 있다.

따라서 학생들에게도 줄 간식도 준비해가지 않았는데 시간 이미 6시를 향해 가고 있다.

이곳으로 오는 길도 시위로 막혔는데 가는 길은 퇴근길 정체에 걸릴 것이 틀림없다.

조바심이 나기 시작한다.

드디어 찬조 공연이 끝나고 상 이름은 틀리지만 모두에게 상을 수상하고 사진을 찍는데

시간이 또 걸리고(공적인 행사는 증거사진이 중요하다) 차량에 탑승해서 학교로 되돌아가려하니 이미 시간은 6시이고 날은 어두어졌다.

학생들은 저녁 시간에 학원등으로 더 바쁘다.

저녁 먹을 시간을 확보해주어야 한다.

나는 그래도 행사가 끝나고 나면 빵이나 음료수 하나 정도는 간식으로 줄 것이라 생각했다.

버스에서 먹으면서 허기를 달래고 갈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이 시간에 학교로 돌아가면서 길도 막히는데 세상 쓸모없는 검은 로고박힌(학생들이 질색한다) 비닐가방 하나를 줄 것이라고는 생각해보지 못했다.

이 많은 예산을 들여서(프리랜서 이름있는 아나운서를 사회자로 섭외까지 할 정도로)

이 행사를 준비한 사람들의 세심하지 못함이 나의 화를 불러일으켰다.

6시에 끝나고 돌아가는 시간을 고려하면 누가 생각해도 배가 고플 것인데

나오는 길에 빵과 음료 하나씩을 놓으면 다들 행복하게 행사를 추억하며 돌아갈수 있다는 생각을

그 많은 장학사들 중에 아무도 못했단 말인가?

자기 자녀라고 생각해보면 된다. 먹을것 하나로 의가 상하는 경우를 못봤나다. 서운함의 끝판왕이 된다.  

정녕 모든 행사의 시작과 끝은 간식이라는 것을 모른다는 말인가?

아무튼 그때부터 배는 고프고 화가 부글거리는 시간이 돌아오는 길의 버스 속에서 불꽃놀이처럼 계속되었다.


학교에 내려서 참가한 아이들에게는 햄버거, 음료, 치즈 스틱을 사주고

(물론 나는 학교에 1인당 간식 예산 5,000원을 받아갔지만

이럴 줄 알았으면 식사 예산 9,000원을 받을 걸 그랬다. 그 중에서 치즈스틱은 내돈내산이다.)

내 배는 도저히 햄버거를 먹었다가는 얹힐 듯 하여(평소에도 햄버거는 영 부담스럽다.)

꾸역꾸역 참고 집에 와서 집 앞 식당의 갈비탕 국물에 밥을 조금 말아 신김치와 먹었다.

그 시간이 20시 30분이다.

그리고는 오늘 행사 담당자 생각의 모지람에대해

아들에게 투정을 하고(아들도 비슷한 일을 하니 조심하라는 뜻에서)

고양이 엉덩이를 두어번 두드려주고 눈꼽을 닦아준 후

스래드에 푸념을 한 줄 쓰고는 잠을 청했다. 그래야만 화가 풀릴것 같았다.


<생각없이 일 하는 사람 참 싫다.

더 큰 문제는 자기가 일을 잘하는 줄 알고 있다는 점.>

내가 스레드에 최대한으로 미화해서 쓴 글이다.

자고 일어났더니 이게 웬일인가? 스레드 조회수가 100회가 넘었단다. 그럴리가 없는데...

그리고 답글이 두 개 달렸는데 이른 아침의 나를 빵 터지게 했다.

<어! 저랑 같이 일하는 사람인데요. 크크크> 이것은 귀여운 답글,

<그 사람이 생각이라는 걸 하는 순간 큰일난다. 그 정도를 다행으로 알자.> 이것은 무서운 답글이다.

맞다.

생각이 없으면 배고파서 화나고 늦게 갈비탕 먹고 나 혼자 씩씩대는 것에서 끝나지만

이상한 생각을 하면 것은 그 정도에서 마무리 되지 않을 수 있다.

어제의 교훈...

그런데 오늘 이 글이 과연 음식 관련인걸까?

햄버거 세트, 갈비탕이 등장하기는 하지만 말이다.

그리고 왜 나는 배가 고프면 기운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화가 치솟는 것일까?

그 매카니즘이 정녕 궁금하다.

어제 학원에 늦었다고 햄버거를 안 먹고 간 3명의 학생들에게는

오늘 내 돈으로 샐러드빵을 사다 주어야 겠다. 오늘은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을 것이다. 결단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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