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과학 교사의 수업 이야기 98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 학교 옥상 분투기편

by 태생적 오지라퍼

오래된 학교일수록 비밀의 장소가 있다. 학교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에만 나온다. 바로 옥상이다.

평소 학교 옥상은 커다란 자물쇠로 잠겨져있다. 안전사고 대비이다. 그게 맞다.

나도 지금 현재 다니는 학교의 옥상은 올라가 본 적도 없다. 이 글을 나의 이전 학교 미래학교 이야기이다.

그곳에서도 특별한 경우에만 교사와 함께 옥상을 오픈할 수 있었다.


옥상 텃밭이 나를 이전 학교로 이끌었을지도 모른다.

학교에 있는 텃밭 관련 자료를 찾아보다가 옥상 텃밭을 만들었다고 나온 홍보 기사를 보았으니 말이다.

물론 지자체의 홍보 프로그램 일환이었고 지자체에서 만들어준다는 것을 학교에서 오케이했을뿐

관리는 잘 되지 않은 상태였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이 노후된 건물에 많은 양의 식물에 물을 주었을때의 하중을 견딜수 있을지 아무도 실험하지도 고려하지도 않았다는 점이었다.

학교를 멋지게 리모델링했는데 한쪽 천장면에서 비가 새기 시작했다.

옥상방수도 1년전에 했다고 한다.

어느 부분에서 물이 새는지 찾기도 쉽지 않고 이전 공사업체에게 클레임을 하기도 쉽지않다.

방수업체를 운영하던 제자의 힘도 빌렸으나 대공사가 될것같은 시점이었다.

중요한건 예산은 없다는 점이다.

이때 또 나의 오지라퍼 기질이 발동된 것이다. 2016년 가을 이야기이다.


앞의 글에서 썼던 베란다형 태양광 패널 설치를 위해 여러가지 연수를 찾아다니고 있던 중이었다.

서울시 모 공무원의 발표를 듣는데 옥상에 설치하는 에코쿨루프라는 것이 있다고 하더라.

국내에서 새롭게 시도되고 있는 방수 및 단열시스템인데

과도한 태양열이 실내로 유입되는 것을 방지하는 효과가 있다고 했다.

어차피 우리학교에는 추가 방수가 필요하고 학교 4층은 여름철마다 더위와의 싸움인데 그걸 동시에 해결해준다고?

나는 발표 담당자에게 명함을 받아와서 얼마 후 전화를 걸었다. 무식하면 용감한 법이다.

학교 사정을 설명하고 작업이 가능한지를 물어보았다. 지금이 지자체 예산 지원 기간이라고 했기 때문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현장을 살펴본다고 업체 및 지자체가 두어번 방문하고(학교가 서울시청에서 매우 가깝다.)

거짓말처럼 어느 주말 에코쿨루프가 칠해졌다.(모르는 사람이 보면 그냥 방수 페인트 칠한 것이다. 다른 것은 기존의 방수 페인트 색이 녹색이라면 에코쿨루프는 흰 색이다.)


이후 이 내용을 수업에 적용하고 싶었다. 그리고 효과적인지를 직접 확인하고 싶었다.

공사 과정에서도 적외선 열감지 카메라로 온도를 측정하여 비교했을 때에는 큰 차이를 보이긴 했다.

여름철 옥상의 표면온도는 보통 40℃를 육박하는데 공사 이후에는 20℃ 선까지 낮아짐을 나타냈다. 다음해에는 뉴스에 이 내용이 소개되기도 했다. 물론 나는 나오지 않았다.

학생들에게 적외선 열감지 카메라를 활용하여(요새는 어플리케이션도 있다.) 측정하는 시간을 주었다.

1년에 딱 한 번 학교 옥상에 함께 올라가 보는 시간인데 여학교니까 가능했을수도 있다.

옥상정원은 돌보는 사람이 없어 야생화의 천국이 되었고(그것도 의미있는 관찰의 대상이 된다.)

에코 쿨루프 주변의 열을 측정하고 정동 주변을 위에서 쓰윽 한바퀴 둘러보고 내려오는 날이다.

학생들은 무지 무지 좋아했다. 나도 좋았다.

옥상에 또 올라가자고도 했다.

그리고는 측정 수치등을 가지고 연관성이 있어보이는 학교 여러 곳의 온도를 추가 측정해서

같은 학교 공간이지만 이렇게 차이가 나는 이유는 무엇일까에 대한 토론학습을 통해

학교 에너지 절약에 대한 아이디어를 제공하였다.

보통 학교의 건물 최상층은 여름에 매우 덥고, 겨울에 매우 춥다. 하지만 그곳에서는 그런 느낌을 거의 받지 못했다. 체감상 말이다.

4층 과학실을 주로 쓰는 내가 극단의 더위를 느끼지 못한 것은

틀림없이 무언가가 효과를 발휘했던 것이라 생각한다. 그것이 에코 쿨루프일 확률은 매우 높다.

물론 그 뒤로 비가 와도 비가 새는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열이라는것은 여름에는 덜 덥고 겨울에는 덜 춥게 만드는 기본 요소이다.


물론 하나의 사례로 모든 것을 단정할 수는 없다. 그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운이 좋았을 수도 있다. 그래도 최초로 무언가를 시도해보는 노력은 가상하다. 그리고 그것을 계속 유지하는 일은 더 가상한 일이다.

지속가능하게 수업과 연계하는 방법은 과학과 후배 선생님에게 이야기 해두었다.

계절에 따른 매년의 측정값을 확보하게 되면 정보 시간등의 빅데이터 활용 교육등을 통하여

에코쿨루프 효과 및 날씨 등 기타 변인과의 관계도 조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시스템 관련 업무는 기술 선생님께 이후 일을 맡기고 학교를 이동했으나 요즈음 어떻게 되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

공립학교는 5년에 한번씩 이동하므로 이런 노력과 히스토리가 지속되지 않을 수 있다는 어려움이 존재한다. 그리고 이동한 학교에 감놔라 배놔라도 할 수는 없다.

옮긴 학교에서도 똑같은 현상은 존재한다. 여름이면 4층 교실에서 너무 덥다고 아우성이다.

이 학교도 중구 한복판의 오래된 건물이다. 옥상까지 건드리자고 하면 일이 너무 커진다.

그리고 나는 이제 퇴직이 석달 남은 늙은 과학교사이다. 내가 감당할 시기가 너무 짧다.

그리고 요새도 에코 쿨루프가 시공되는지, 지자체에서 예산을 지원받을 수 있을지도 알 수 없고 우리학교는 현재 다행스럽게 물이 새는 곳도 없다.

일을 크게 만드는 것은 아무리 오지라퍼라고 해도 지양하는 바이다. 필요한 일에만 집중한다.

기술 선생님께 이 내용을 전달해놓기는 하겠다만(이런 현상이 벌어지면 그 때 아는 척 하시라고)

A가 첫 눈 온 날 손이 빨개질 정도로 만들어서 수줍게 주고 간 눈사람이 그리 오래 버티지 못한 것처럼

나의 학교 옥상 분투기도 오래토록 전달될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공립학교에서는 하는 일을 다시 또 하고 늘상 하던 이야기를 또 하고 그렇게 시간과 노력이 낭비되기도 한다. 아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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