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추억의 음식은 있기 마련이다.
어제는 올해 첫 호빵을 먹었는데 데우기를 잘 못했는지 딱딱하게 굳어버렸다.
호빵에 대해 너무 무지했나보다.
편의점에서 따끈따끈한 상태로만 먹어보다가 날 것을 받으니 어찌해야할지를 모르겠더라.
세상에 쉬운 일은 하나도 없다는 것이 맞다.
아버지는 팥호빵을 좋아라하셨다.
그 뜨거운것을 입 크게 벌리시고는 몇번만에 다 드셨다. 내가 채 한입만을 외치기도 전에 말이다.
물론 내가 아주 어렸을 때 기억이다.
지금은 흑백영화가 되어버렸지만
오늘 점심은 오랜만에 낫또를 준비했다.
사실 낫또는 내가 그다지 좋아하는 메뉴는 아니다.
미끌미끌 거리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나의 스타일에다가
친정아버지가 엄청 좋아하시는 음식이라서
그걸 먹을때마다 옛생각이 안날 수가 없어서 피하고 싶기도 하다.
아들 녀석과 남편은 낫또를 좋아라 한다.
낫또 위에 날달걀을 올리지는 않지만 말이다.
친정 아버지는 날달걀도 올리고 그 위에 일본식 양념도(이름도 모르는데 다양한 얇은 가루 조각들이 많이 있었다. 무슨무슨 부시 종류였던것 같다.)
올리고 비비신 후 생김이나 생다시마줄기에 싸서 드시곤 했다. 미끈덕거림의 총체이다.
아마 일본 유학때의 기억이 있으시리라 짐작하였을 뿐 굳이 물어보지는 않았다.
아버지가 낫또를 드시면 엄마는 옆에서 생마를 갈았다.
나는 낫또에서도 실이 나오고 생마에서도 진득한 실이 나와서 그걸 보는 것만으로도 니글니글 거렸는데
아버지는 낫또 한 공기를 드시고는 생마 갈아 주스로 만든 것 반잔을 드시는 것이 일주일에 한끼 메뉴였다.
물론 잘 드셨을때의 이야기이다.
어제 퇴근길 장을 보다가 생선가게에서 도루묵이 있는지 한참을 찾았는데 결국 없었다.
낫또를 사는 김에 도루묵까지 사서 구워 친정아버지 친화적인 밥상을 차려볼까했는데
작년부터 도루묵이 잘 잡히지 않는다더니 올해 아직 구경도 못해봤다.
도루묵은 바싹 구워도 맛있고(알이 꼬득꼬득 씹히고 여기도 역시 실 같은 것이 나온다.)
무 깔고 도루묵 찌개로 칼칼하게 끓여도 맛난데(술은 안먹지만 소주 안주일것 같은 느낌이다.)
재료가 있어야 솜씨를 발휘해보는데 재료가 통 없다.
위 사진은 3년전 아들이랑 유명한 을지로 도루묵구이집에서 줄 서서 기다리다가 먹은 도루묵구이 사진이다.
사진 찍어두길 잘했다. 사진으로 대신 그 맛을 되새겨 볼수 밖에 없다.
친정 엄마가 좋아하신 음식은 아무리 생각해봐도 딱히 생각나는게 없다.
그냥 남은 것, 있는 것을 주로 드시던 딱 그 시대 어머니들의 모습이다.
치매 초기이실 때 주말마다 점심을 함께 하고 공원 산책을 하는 것이 내 몫의 효도였다.
점심 메뉴는 미식가인 아버지는 매번 달랐지만 엄마는 초밥 정식으로 매번 같았다.
치매 환자가 되면 자신감도 함께 없어지는지 식사하는데도 머리를 박고 시간이 오래걸렸다.
초밥과 같이 나온 알탕 조금 드시는 것이 한 주일을 마무리하는 식사셨다.
드시던 초밥의 개수는 처음에는 8개였다가 7개가 되었다가 나중에는 5개도 채 드시지 못하셨다.
엄마가 남긴 5개의 초밥을 꾸역꾸역 내가 먹으면서 눈물을 참았던 날들이 얼마전이었는데
지금은 아득한 옛날인 것 같고 이 글을 쓰면서도 눈물이 조금 나려 한다.
한때는 호텔 뷔페에서 본전을 뽑아야 한다고 초밥만 가져다가 한 접시를 드시던 엄마였기 때문이다.
이런 곳까지 와서 김밥과 김치만 먹고 있다고 나를 흘겨보시던 엄마셨기 때문이다.
오늘 저녁은 1년에 한번쯤 있는 남편이 돈을 내겠다고 먼저 외식하자고 한 날이다.
보통은 매번 지방에서 혼자 먹거나 사먹는 밥이 많아서 절대 외식을 하지 않는다만
오늘은 웬일로 먼저 나가서 먹자고 하였다. 댕큐이다.
무엇을 먹을까하다가 내가 집에서 하기는 조금 번잡스러운 메뉴를 골랐다.
해초쌈 정식...
다양한 해초에 생선구이와 고기 삶은 것을 같이 준다고 한다.
내가 하려면 해초 씻어야하고 생선 구어야 하고 고기 삶아야 하니 너무 복잡한 음식이다.
해초는 일단 씻다가 기운이 다 빠진다.
얼마만큼 씻어야 다 된 것인지 가늠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리고 생선 냄새는 가급적 집에서 안맡고 싶다.
내가 이 메뉴를 선택한 이유이다.
그런데 하필 오랫만에 먹은 낫또가 맛나서 많이 먹었다.
저녁이 잘 들어가려나 다소 걱정이 되기도 한다.
점점 먹는 양이 줄어드는 것은 늙어간다는 엄청 정확한 지표이다.
우리 부모님이 그러셨듯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