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과학교사의 수업 이야기 97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 에너지편

by 태생적 오지라퍼


언제부터인가 나는 교과와도 연계되면서, 학생의 삶을 중심으로 하면서, 교과 융합적인 활동이 없을까?

그러면서 재미도 있고 의미도 있는 내용을 과학교과와 연계하는 시도를 고민하였었다.

그 시작점이 뚜렷하게 무엇이었는지 계기가 있었는지는 이제는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만

그 고민 해결의 하나의 방안으로 생태교육을 떠올리게 되었었다.(예전에는 환경교육이었고 이제는 지속가능발전교육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학교에서의 생태환경의 의미를 알려주고 지속가능한 시스템에 대한 고민도 함께 하고자 했다.

관련 자료를 찾고, 전문가의 자문을 반영하고, 시스템을 만들어 나가고, 학생들의 수업에 반영하는 이런 활동들이 기반이 되어 서울시에서 지정하는 2019 초록미래학교 수상의 영광도 안게 되었었다.

생태전환교육이란 기후위기시대를 맞아 인간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 인간과 자연의 공존과 지속가능성을 위해 생각과 행동의 총체적인 변화를 추구하는 교육이라고 정의된다.

자연을 아끼고 소중하게 관리하는 일의 중요함에 대한 인식과 다양한 활동과 내용을 학생들에게 미리 알려주는 일이라고 나는 나름대로 정의내렸고 이것은 미래사회에서 꼭 필요한 일이라고 믿는다.

오늘은 지속가능발전교육에 대한 1년간의 자료를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다.

간단한 공모전 출품을 위한 것이지만 나의 꽤 오래된 노력을 정리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먼저 학교의 에너지 문제 해결 노력 사례를 적어본다.

학교 건물이 가지고 있는 대부분의 취약점은 노후화로 인한 단열, 추위, 결로 현상이다.

이 문제 해결 방법은 전면적인 창호교체 공사이지만 이는 많은 예산이 소요된다.

이를 대체할 방법으로 이전학교에서는 교실마다 있는 앞쪽 베란다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였다.

물론 내가 주도적으로 자료 조사와 실측 업체 선정등을 담당했었다. (10년 전이니 내가 많이 젊었었다.)

전국은 모르겠지만 서울시교육청에서는 처음 시도한 것이다.

시뮬레이션을 통해 햇빛을 최대한 받아들일 수 있는 입사각을 결정하고

1일 발전량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 할 수 있는 장비도 구축하고

실시간 측정 데이터를 통계적으로 활용하는 저탄소 녹색성장 및 에너지교육의 기회를 제공했다.

과학 시간에 에너지 단원을 다룰 때 학생들과 함께 실시간 데이터를 활용하여

실제 전기 사용량을 그래프를 그려 변화를 관찰하고 그 원인도 분석해보았다.

이런것이 살아있는 그리고 지속가능한 교육이라고 생각했다. 지금 생각해도 조금은 대단하다.


이때 태양광 패널 발전량이 층별로 많은 차이가 난다는 점을 발견한 훌륭한 학생 몇 명은 팀을 이루어 수업 후에도 자발적인 연구를 확장해 갔다.

(어디든 훌륭한 학생들은 있기 마련이다. 조금만 이끌어주면 엄청 발전해간다.)

발전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변인을 조사하고 가설을 설정하고, 관련 탐구를 진행했고, 과학, 수학 교사들은 그 과정에서 많은 자문을 해주었다.

이 연구를 통해 학생들은 구름의 양과 태양광 패널에 붙은 먼지의 양이 발전량에 영향을 많이 준다는 점을 알아내었고 이를 반영하여 학교에서는 태양광 패널을 주기적으로 청소하기로 하였으며, 청소 전 후 발전량 변화도 비교할 수 있었다.

학생들은 이 연구 과정과 결과를 정리하여 아시아태평양화학교육학회(NICE)에서 <태양광 패널의 효과에 관련된 변인 조사>라는 포스터 발표를 무려 영어로 진행하였다. 대단했다.

그들은 지금은 모두 당당한 자연계 전공의 대학 졸업반이다.

그때 나와 같이 어설프게 시도한 연구가 그들에게는 의미있는 첫 발걸음이었고

그리고 실생활과 연계한 주제였으며 일반화가 가능한 이야기였다는 점이 중요하고

자신감과 함께 진로를 결정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을 것이라 생각한다.(그들도 그리 이야기해주었었다.)

우리의 이런 노력 이후 얼마지나지 않아서 태양광장치는 정치적으로 많은 찬반 논리가 발생하였다.

그러나 정치적인 논리를 떠나서 노후화된 학교 에너지를 대상으로 실제적인 논의를 해본 그 경험은 소중한 것이다.


아직도 학교는 다른 장소보다 춥고 먼지가 많고 냄새와 소음에도 개방되어있고

무엇보다도 에너지 절약이 쉽지 않은 것이 형태라는것이 현실이다.

학교 운영 예산의 많은 부분이 냉난방비로 지출되고 있다.

학교의 냉난방비가 가스비인 경우와 전기료인 경우로 나뉘는데

대부분 오래된 학교는 가스비로 취급되고 이 비용이 전기료에 비해서 훨씬 부담이 크다.

작년에 학생들과 전기 부분 수업을 하면서 다루었던 과정에 알게된 사실 중 한가지이다.

이런 불합리한 제도를 바꾸기 위해서는 학교 대상의 에너지 절감에 대한 연구가 필요한데

아무도 그런 연구는 시도하지 않는다. 교육청 차원에서나 가능한 연구이기 때문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소중한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고 아끼는 방법에 대한 교육인데

그것도 잘 이루어지지는 않는 형편이다.

내 집이라면 그렇게 냉난방이 되는데 창문을 열거나 문을 열고 다니지는 않을텐데 말이다.

내년부터는 모든 교과에서 지속가능발전교육이 진행된다고 교육과정에 못박혀있으나

어느 부분을 어떻게 녹여낼지는 미지수이다.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고 더 중요한 것은 아무도 하고 싶지 않아한다는 점이다.

나의 10여년간의 노하우를 기록 차원의 의미로 이곳에라도 적어보려 한다.

날이 추워지니 학교에서 이곳저곳으로 새어나가고 있는 에너지 생각이 나서 우선적으로 적어보았다.

올해, 아직 집에서는 난방을 가동한 적이 없는데 학교에서는 지난주부터 난방을 틀고 있다.

그리고 학생들은 뛰어다니고 땀을 흘리고 반팔을 입고 있다. 감기 걸리기 딱 좋은 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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