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지않은 혼밥요리사의 비밀 레시피 101

방산시장, 광장시장, 인현시장 사이 어디쯤엔가

by 태생적 오지라퍼

1월말 종업식까지 나에게 남아있는 업무 중 먹거리와 관련된 것들은 다음과 같다.

12월 5일(목) 밴드부 동아리 연습 후 이른 저녁 식사

12월 6일(금) 융합과학 동아리 티처블 머신 특강 후 이른 저녁 식사

12월 14일(토) 인천 지역 과학관 답사 활동 시 점심 식사

12월 21일(토) 융합과학 동아리 서울대 특강 점심 식사

1월 16일(목) 동아리 활동일(리허설 포함) 전체 학생 및 교사 간식

1월 17일(금) 동아리 축제 전체 학생 및 교사 간식이다.

간식과 식사를 제공하는 행사가 이렇게도 많이 남았다는 것은

나의 방학이 아직은 멀었다는 이야기와도 통한다.


똑같은 간식이나 똑같은 메뉴의 식사를 제공하지 않는 것과(같이 먹어야는데 내가 싫다)

내가 먹어보지 않은 간식이나 식사를 제공하지 않는 것 또한 나의 일처리 원칙이다.

오늘은 위 먹거리에 대한 일처리를 해야겠다 마음먹었다.

우선 아침출근길에 유명 디저트점을 방문하여 단체 주문(거의 200개이다.)에 대한 논의를 했다.

학생들이 그 가게의 초코 조각케잌을 먹고 싶다고 이야기했었던 기억이 나서 말이다.

아침이라 너무 달아서 차마 조각케잌을 사서 먹어보지는 못했지만

패킹이 간편해서 1인용으로 나누어줄 수 있는 베이글 2종류와 소금빵 2종류를 사서 시식을 해보았다.

조각케잌 말고 떠먹는 케잌은 개인 패킹해서 배달 가능하다했는데 그리고 괜찮아보이는데 문제는 가격이다.

학교의 학생 간식 예산은 1인당 5,000원인데 그 케잌은 6,500원이다.

이 금액을 가지고 맛나면서 개인 포장이 되어 있는 것을 찾는 일은 정말 쉽지않다. 게다가 맛도 있고 모양도 멋져야한다.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점심 시간에는 광장시장에 있는 유명 베이커리에 통화하여 17일 교사용 10,000원 상당의 간식이 가능한지를 문의했다. 물론 개인용으로 상자 포장을 해주어야 한다. 그래야 힘든 축제를 마치고 집에 가져갈 수 있다.

그곳의 시그니처 빵에다가 가격을 맞추어서 빵하나를 더 넣고 배달도 가능하다고 하니 우선 1순위로 점을 찍어놓았다.

오후에는 축제 초대장 인쇄를 의논하여 인쇄업체에 들르는 김에 주변 베이커리 카페도 들러보았는데

거기서도 역시 5,000원으로는 줄 수 있는게 크기가 너무 작은(과자 수준) 것이었다.

어른들은 양보다 질이라고 생각하는데 중학생들은 양도 포기못한다. 성장기의 나도 그랬던 것 같다.

그러러면 샌드위치나 햄버거가 우선이 되는데 겨울이라 추워서 딱딱하고 먹기 버겁다는 단점이 있다.


다시 지하철역을 찾아 퇴근하는 길에는 3년만에 처음으로 인현시장을 둘러보았다.

우리학교는 광장시장, 방산시장, 인현시장, 중부건어물 시장이 있는 가운데쯤에 위치하는

시장친화적 학교이다.

그 중에 인현시장은 오늘이 처음 방문이다.

12월 5일에 삼겹살을 먹자고 학생들과 구두 약속을 했었는데

주변에 빠다삼겹살을 하는 식당이 있다고 해서 둘러보았다. 괜찮아보였다.

빠다삼겹살이라는 새로운 유형의 삼겹살을 먹는 것이 나을지

잘 알고 있는 맛인 냉삼과 김치찌개를 먹을 것인지는 학생들의 선택에 맡기도록 하겠다.

나는 선택이 쉽지않다.

약간의 어둡고 좁은 길 양 옆으로 다양한 식당들이 있는 인헌시장 한바퀴에서

내 마음을 움직인 매뉴는 병어조림이었다.

양념 잘 배인 병어조림은 밥 한공기 뚝딱일 것 같다. 부산 출신인 친정 아버지가 좋아하셨다.

나는 아래 깔린 무를 더 좋아한다만...


12월 6일은 아마도 지하철역 근처에 새로 생긴 수제버거집을 갈까한다.

지나가는데 외국느낌의 식당 구성도 멋졌고 함께 파는 옥수수구이 위의 소스와 양념들이 맛나보였다.

내 사심이 조금은 반영된것이나 값이 꽤 비싸다.

패티 한 장짜리가 7,400원이다.

매번 브랜드가 아닌 버거만 먹었었는데 이번에는 바꿔보려한다.


12월 14일 인천 식당은 이미 전화 예약을 마쳤다.

4인 1테이블에 해물칼국수 2인분, 회덮밥 2인분 그리고 해물파전 1개를 주문해두었다. 인천 앞바다를 보고 먹으니 뷰가 더해진 맛일게다. 그리고 친구들과 함께이니 최고의 맛일수 있다.


12월 21일 서울대는 학식을 먹을 예정이다.

과학을 좋아라하는 그들에게는 서울대 방문과 특강만으로도 기억에 남을테지만

학식 한번 먹으면 더욱 뿌듯하고 목표의식이 생기리라 믿는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말이다.

그리고 서울대 마크가 찍힌 노트 한 권씩 주려한다. 훈장처럼말이다.


오늘 하루 먹거리에 대한 머리 정리를 어느 정도 했더니 배가 많이 고팠다.

집에 와서는 어제 글에 등장한 그 양념갈비 국물에 밥을 조금 볶아먹고(혼밥이니 그럴줄 알았다)

학교 행사에서 받은 올해 첫 호빵을 데워서 반씩 먹었다.(팥과 야채인데 나는 팥을 더 선호한다)

오늘 알아본 내가 준비해야 하는 것들은 간식이나 식사냐의 차이가 있지만 여러 행사의 공통점이 한 가지 있다.

그 예산으로는 먹을 수 있는게 없다는 점이다.

학생에게 제공할 수 있는 간식은 1회 5,000원 식사는 최대 9,000원이다.

할 수 없다. 늘상 그랬듯이 내돈을 보태고 발전기금을 냈다고 생각하는 방법밖에는 해결책이 없다.

그래도 학생들이 맛있게 먹어준다면 그것으로 나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다고 생각하면 된다.

맛있는 것을 먹으면 그 날 행사가 모두 다 멋진 것이 되니 말이다.

먹는게 이리 중요하다.


(밴드반 냉삼은 성공적, 과학동아리 수제햄버거는 브레이크타임때문에 돈가스로 변경, 인천은 예약완료, 서울대는 그날 상황 봐서 강연장 근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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