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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퇴직이라는 큰 파도가 불러오는 것들

휴대폰과 자동차 바꾸기

by 태생적 오지라퍼


휴대폰은 얼마만에 바꾸는 것일까?

정답은 없겠지만 다들 얼마만에 바꾸는지 궁금하기는 하다.(휴대폰을 패션으로 생각하는 사람들 말고)

오늘 아침 아들 녀석이 싸게 하는 곳을 알아놓았다고 약정이 끝난 나의 휴대폰을 바꾸자고 했다.

2021년도에 산 것이니 5년차이다.

아마 나의 퇴직기념으로 선물삼아 휴대폰을 바꿔주려 생각했나보다.

사실 나는 휴대폰에 커다란 의미를 부여하는 편이 아니다.

지금껏 고장나서 바꾼 적은 없고

대부분 새로운 모델이 좋은 조건에 나오면(아들 녀석이 그것을 인지하면)

그리고 여유 시간이 맞으면 바꾸었는데

대략 최소 5년 주기였다.

나에게 휴대폰이란

오는 전화 거는 전화 잘 되고

문자 잘 보이고 톡 잘되고 사진 잘 찍히면 된다.(특히 달 사진이 잘 찍히면 최고이다.)

게임을 하는 것도 주식 거래를 하는 것도 아니고

간단한 시장보기, 입출금 거래 정도를 하니

새로운 폰의 기능에 그다지 민감할 필요가 없었다.

이런 이유로 난생 처음 동묘역을 방문했다.

늘상 출근하는 길목에서 한 블록 옆길로 들어서면 동묘역, 신설동역등의 표지판이 나타나고

익숙한 옆 길과는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그리고 옆 골목위로 창신동 언덕길이 아스라이 보인다.


창신동을 방문한 적이 딱 한번 있었다.

코로나 19에 처음 걸리고 난 후 3주일쯤 지났던 2022년 여름 즈음이었다.

아직도 기력은 별로 없었으나

이제 살았다는 것을 확인하고 싶었는지

그 즈음 함께 코로나19에 걸렸던 후배와

창신동 멋진 카페에서 약속을 잡았더랬다.

초행길이면 항상 그렇듯이 나는 약속 시간보다 일찍 그 주위에 도착했고

마을 버스 대신 운동삼아 언덕길을 올라가는 것을 택했는데 그 언덕길 경사가 보통이 아니었다.

숨을 헐떡이며 올라가다 쉬다를 반복했다.

코로나 19로 호흡기 기능이 나빠져서 더 그랬을 수도 있다.

아마 지금 올라가도 헐떡거릴게 분명하다.

초행길인데 용감하게 차를 가지고 온 후배는 언덕길의 경사 각도와 주차할 곳이 없는 곳에 놀랐었다.

그 높은 곳에서 서울을 내려다보는 뷰는 놀랍고도 멋졌지만

한편으로 나는 그곳 근처에서 통학하는

우리학교 학생들의 어려움을 조금은 이해했다.

오늘.

휴대폰을 바꾸러 가서

창신동 언덕위의 그림같은 집들을 보면서

그때 그 기억이 떠올랐는데

차마 아들 녀석보고 그 카페에 가보자고는 할 수 없었다.

그 경사 언덕길에 눈이 안 녹았다면

상상할 수 없는 어려움이 존재한다는 것을

이제는 알기 때문이다.


자동차는 얼마만에 바꾸는 것일까?

2016년 출고이니 이제 바꿀 때가 충분히 되었다.

올해 다시 보험도 들었고 정기검사도 받았고 자동차세도 납부했는데(자동차는 아무 문제가 없다.)

자동차를 바꾸고 싶다는 생각이 슬슬 들기 시작한다.

물론 이제는 나보다 아들이 주 운전자인 상태이다.

자동차도 고장이 나거나 사고가 나서 폐차한 적은 없는데 10년 정도 탄 차는 처음이지 싶다.

이 자동차로 나는

네비만 보고 운전해서 찾아가는 모험을

처음 시도했었고

동네 한바퀴가 아닌 장거리 고속도로 운전도

처음 시도했었고

어머니와 아버지 장례식장과 납골당에 울면서 운전해갔었다.

첫 자동차는 아들 녀석 때문에 샀었고

(친정집으로 아들을 맡겨놓고 학교에 나갔었다.)

이제 마지막 자동차는

아들 녀석이 주 운전자인 상태로

나는 비상 운전자로 역할바꾸게 되

자동차만 보아도 세월의 흐름을 알 것 같다.

슬슬 새로운 모델의 자동차가 나오는 시기이니

한 번씩 시승해보고 예산도 맞추어보고

결정해도 될 것 같다.

내가 나에게 주는 정년퇴직 선물이라고나 할까.

남편이나 아들이 나에게 주는 선물이었다면

훨씬 좋았겠지만 말이다.

인스타에 보면 자동차 선물 받은 인증샷이 엄청 많더라.

세상에는 복많은 사람들이 많다.


그러고보니 정년퇴직이라는 큰 파도가 불러오는 연결고리가 생각보다 많다.

아니다.

모든 것은 정해져있는 시기가 있는데

내가 정년퇴직과 연결고리를 찾으려는 것일지도 모른다.

다음 주는 공부를 열심히 하는 한 주가 예정되어 있다.

공부는 정년퇴직한다고 끝이 아니다.

내 생각은 그렇다.


(요즈음 저 작가님의 조형물이 사방에서

자주 보인다. 유행인것일까?

아빠 어깨 위에서 세상을 신기하게 살펴보던

나를 떠올리게 한다.

나도 저러고 찍은 사진이 한 장 있었던 것 같다. 유치원때 친할머니가 돌아가셔서 방문했던 부산에서의 사진이었다.

우리 아버지는 키가 크셨으니

나는 꽤 높이 올라갔었을 것이고

무섭기도 신기하기도 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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