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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 놀랍고도 감사한 일

어제와 오늘 아침

by 태생적 오지라퍼

정년퇴직을 1년 앞둔 작년 이맘때가 지금보다도

더 마음이 싱숭생숭했던 것 같다.

모든 일이 그렇다. 막상 닥치고 나면 그냥저냥 받아들이게 된다.

예정이 되어 있으면 이 생각, 저 생각 끝도 없는 생각의 나락에 들어서게 된다.

교사에게 방학이란 그런 생각의 나락에 빠지는 유일한 시기이다.

<Threads> 라는 SNS를 가끔 방문해보면

새 학기를 앞 둔 교사들의 걱정이 자주 올라온다.

새로운 1년의 업무분장은 아마도 이번 주쯤 결정이 될 것이고

새로운 업무와 새로운 학년과(교육과정이 바뀌는 학년도 있으니 더 심하다.)

새로운 학생과 학부모님들과의 만남이 얼마남지 않았으니

걱정이 될 수 밖에 없고 그 걱정의 끝은 나쁜 생각으로 정점을 찍게 된다.

차라리 3월이 시작되면 업무도 학생도 새로운 학급도 이제 변수가 없게 되어

운명이겠거니 하고 받아들이게 된다.

체념이나 수용이 일단 되어야 거기서 발전과 도약이 시작되는 법이다. 순서가 그렇다.


작년 이맘때의 나도 비슷했을 것이다.

더 이상 걱정도 설렘도 없는 올해의 나보다는 더 힘들었을 수도 있겠다.

이때쯤 나를 구원해준 것이 있었으니 그것이 바론 <브런치 스토리> 글쓰기이다.

평소에 글쓰기를 좋아하기는 하였으나(어려서부터 쭈욱이다. 태생이 오지라퍼와 선택적 수다쟁이이다.)

자주 쓰는 것은 멈춘지 꽤 오래되었었다.

아마도 박사과정을 하면서 논문을 쓰는 일의 힘듬에 빠져든 다음부터였다.

논문이 주는 글쓰기의 치밀함과 논리적인 전개에 허덕이고 나니 한 줄 글쓰기도 쉽지 않았다.

그냥 나의 삶과 생각을 드러내는 것 자체가 힘들었다.

그렇게 글쓰기는 나에게서 멀어졌고

연구 계획서를 쓰거나 결과보고서를 쓰는 형태에만 익숙해졌다.


작년 이맘때 교사로서의 마지막 해를 의미있게 마무리하고 싶었다.

나의 수업 노하우를 기록으로 남겨두고도 싶었고

나의 관심사와 일상을 치매 예방용으로라도 적어보고 싶었고

아버지의 자서전을 쓰고 싶으시다는 마음을 조금은 이해하게도 되었고

혼자 쓰고 혼자 읽는 것 말고 누군가 함께 읽고 고개를 끄덕여주었으면 좋겠다는 욕심이 생겨났다.

그래서 정말 아무런 기대없이 <브런치>의 문을 두드렸는데

놀랍고 감사하게도 그 소망이 이루어졌던 것이다. 이제 막 1년이 되어간다.

아직도 <브런치>의 시스템에 대해서도 잘 알지 못하고

다른 작가님들의 글을 읽어볼 여유도 많지 않은 날들이었으나

이제는 글쓰기 못지않게 글읽기도 가능한 시점이 되어간다.

올해는 쓰기 못지않게 읽기를 수행하고자 계획을 세웠다.

그리고 암묵적으로 세웠던 나와의 약속 1일 1글쓰기도

아주 바쁘거나 아픈 날을 제외하고는 지켜낸 것 같아 뿌듯하기도 하다.

내 마음 비우기에서 출발했으나 좋아요를 많이 받거나(20개가 아직은 최고이다.)

그날 나의 글을 읽은 사람의 숫자가 많은 경우(200개 정도가 아직은 최고이다.)를 만나게 되면

너무도 놀랍고 감사한 마음이 든다.

어제와 오늘 아침이 바로 그런 날이다.

어제 나의 글을 읽어주신 분이 200분이 넘고

신기하게도 오늘 아침 6시 30분 현재 178명이

내 글을 읽어주셨다니

월요일 아침 이른 기상 효과인지 무엇때문인지 원인은 알 수 없으나 잠시 당황스럽기도 하다.


사람이란 누구나 격려받았다는 느낌을 좋아라하기 마련이다.

하루 일상의 소소한 글쓰기와 생각 정리가

더 반응이 좋다.

조금 전문적인 이야기를 쓰면 여지없이 좋아요가 10개 미만이다.

그렇지만 그것도

나의 마음이 흘러가는대로(지금처럼)전문적인 내용을 써야하면 그것 또한 쓸 것이고

나의 하루 이야기는 진솔하게 보태지않고 써나가라는 격려라고 생각한다.

1년 전 막막한 마음으로 <브런치>의 문을 두드렸을때보다

지금은 나를 위로해주고 격려해주는 익명의

많은 분들이 계시다는 것 만으로도

참으로 놀랍고도 감사한 일을 체험한 1년이었다.

내가 받은 격려와 따뜻한 마음을 올해는 돌려드리는 그런 시간으로 활용하겠다.



월요일 아침은 새롭다.

다들 멋지고 신나는 새로운 일주일을 만나시길 바란다.

나의 이번 주는 학습의 주이다.

독자님들은 반응이 없으신 내용이지만

AI, IB, STEM을 기반으로 한 미래교육에 대한 전문적인 역량을 높여보겠다.

아. 오늘 출장가는 생태전환교육과

교육공간 리모델링도 함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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