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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이상한 날

정월 대보름 소원 성취

by 태생적 오지라퍼

오늘 새벽부터 조금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아니다. 정확하게는 어젯밤부터이다.

여느 날처럼 저녁을 먹고

(이른 저녁은 아들 녀석의 닭가슴살 샐러드

늦은 저녁은 항암약을 먹어야하는 남편을 위한 고등어감자조림과 북어국)

숙제인 듯 숙제 아닌 <브런치>에 글을 한편 올리고 하루를 마감하였는데

갑자기 내 글을 읽는 분들의 숫자가 늘어나는거다.

고양이 이야기가 이렇게 반응이 좋은 것인가

아니면 고양이 그림이 이상해서인가 생각하다가

아홉시부터 한 시간 정도 줌 회의에 졸면서 참여하다가 잠을 잤다.

그러다가 여느날처럼 새벽에 잠을 깨어 습관적으로 휴대폰을 살펴보니

오늘 새벽인데 내 <브런치> 글을 읽은 분들이 엄청 많은거다.

그럴 리가 없는데...


오늘은 에코스쿨 구축을 위한 현장 답사 및 워크숍이 있는 날이라

마침 여의도로 연수 출장을 가는 아들과 함께 집을 나섰다.

국회의사당역에는 생전 처음 가보는데 아침 출근길에 유동인구가 엄청 많더라.

거의 밀려다닌다는 9호선의 악몽을 간접 체험하는 듯 했다.

9호선을 타고 오늘의 출장지 가양역까지 가다가 <브런치>를 살펴보니

어라 이것은 내가 생각할 수 없는 숫자가 찍혀있다.

찬찬이 살펴보니 유입 사유는 모두 기타로 되어 있고

기타는 Daum에 내 글이 올라왔다는 뜻이라는 것까지는 알아냈으나 어디에 올라왔는지는

찾지 못했다.

많은 분들이 읽어주었다는 것이 기쁘기도 하고 겁이 나기도 했으나

오늘 출장 일정이 너무 빡빡해서 그 기분을

오래 되새길 여유는 없었다.


폐교를 리모델링해서 에코스쿨을 만들겠다는 계획은 야심차고 의미가 충분하나

사실 새로운 건물을 짓는 것이 더 쉽지(예산도 비슷하다고 한다.)

현재 있는 건물을 멋있고 활동에 어울리게 리모델링하는 일은

더욱 많은 노력과 예산이 필요한 법이다.

오늘 하루 종일 점심도 도시락을 시켜 먹으면서 우리가 고민했던 많은 의견들이

잘 보완되어서 멋진 공간으로 재탄생한다면

참으로 의미있는 일이 아닐수 없다.

지금까지 미래학교, 과학전시관, 그리고 학교의 과학실 등 여러 공간을 구축해봤지만

이번 리모델링은 지금까지 내가 했던것들의 종합편이라고 할 수 있다.

쉽지는 않지만 그래서 더욱 나의 노하우가 필요한 일이라 재밌다.

살아있다는, 아직 나는 쓸모가 있다는 기분이 들었다.


그 회의중에 더욱 기쁜 소식이 들렸다.

지난 3년간 마지막 학교에서 학생들과 열심히 활동한 기후변화와 생태관련 활동의 공로를 인정받아

우리 학교가 녹색기후상 수상학교로 결정되었다는 반가운 메일이 왔다.

내 퇴직 마지막을 이 상을 수상하는 것으로 마무리하고 싶다는 소망이 있었는데

그것이 드라마틱하게 이루어진 것이다.

아침부터 내 글을 읽어준 많은 분들이 나에게, 그리고 우리학교에게 힘을 준 것일까?

하루에 한 가지 좋은 소식을 듣기도 힘든데

(나쁜 소식이 없으면 그것이 최고로 좋은 날이라고 믿는데)

오늘은 두 가지나 믿기지 않는 좋은 소식을

듣게 된 참으로 이상한 날이다.

그리고 그 소식을 듣고 집으로 오는 길에는

정월 대보름달이 멋지게 떠 있었다.

소원을 빌기 전에 이미 소원이 성취된 셈이다.


2023년 생태전환교육UCC 대상 수상자들과

2024년 환경골든벨 대상 수상자들과

그리고 교장 선생님과 함께 멋지게

국회에서 열리는 시상식에 참여하고 싶다.

자세한 것은 내일 줌 회의를 해봐야 알겠지만

내 화려한 꿈은 그렇다.

아주 가끔 꿈은 이루어진다.

오늘이 바로 그 날이고 참으로 이상한 날이다.


(나의 브런치 오늘 조회수는 현재 1,239이고 조회수가 1,000을 돌파한 글이 처음으로 생겼다.

참으로 이상한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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