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
이번 주는 내가 스스로 만든 학습 주간이다.
어제는 에코스쿨 관련 전시와 공간구축 회의가 하루 종일 진행되었고
(오랫만에 미래학교 공간 구축 회의때 기분이 났다. 그때는 매일 매일이 회의 또 회의였다. 초과근무라는 것을 그때 처음해보았다.)
나름의 노하우와 전문 역량을 끄집어내는 기회였다.
오늘은 AI와 미래교육, 내일은 IB 교육 그리고 목요일은 STEM 교육 관련 행사들에 참석하려한다.
서울시교육청의 업무담당부서는 모두 다 다르고
행사 장소도 모두 다르지만
교육청에서 주관하는 행사는 대부분 비슷한 매뉴얼에 따라 진행된다.
그런데 나만의 행사 준비 및 진행 철칙도 있다. 나도 행사 진행 짬밥이 꽤 된다.
오늘 행사는 대학교에서 진행되었다.
캠퍼스는 아직 방학이라 한산했고 유명한 호수물은 반은 얼고 반은 녹아가더라.
일단 대학교는 교내에 비슷비슷한 건물이 많다.
아무리 교내 게시판이 있고 안내 지도를 보냈더라도
건물 중간 중간에 어디로 가라는 친절한 안내판을 만들어놓으면 참 좋을 것이다.
나같은 본태성 길치들을 위해서 말이다.
그래도 오늘은 많이 헤매지 않고 잘 찾아갔다.
내가 하는 행사는 일단 장소 안내표지판을 무지 많이 세운다.
10시에 심포지움 시작이라고 안내가 되었었다.
심포지움이란 학문적이거나 전문적인 주제를 중심으로 여러 전문가들이 모여 발표와 토론을 진행하는 공식적인 회의를 말한다.
워크숍이 아니라 심포지움이라고 이름을 붙인 이유는 주제 발표를 하고
지정 토론자를 통해 주제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주고 받는 형식으로 진행하겠다는 뜻인데
이런 행사는 대부분 시간이 늘어나기 마련이다.
10시에서 12시까지라고 명시해두었지만
이야기를 하다보면
점점 주제가 산으로 가기도 하고
생각지도 못한 토론의 불씨가 생기기도 한다.
그러므로 끝나는 시간을 확정할 수는 없지만 시작하는 시간은 맞춰주는 것이 마땅하다.
나는 예고된 행사 시간을 꼭 지킨다.
그것은 다른 사람의 시간도 매우 소중하다는 생각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오늘 행사는 10시 시작이었으나 10시 20분이 되어서야 시작이 되었다.
그 이유는 아마도 고위급 귀빈의 도착이 늦어졌기 때문이라는 합리적 의심을 해본다.
그 귀빈은 시작해서까지도 도착하지 못했다.
그럼 왜 시작을 늦춘 것일까?
이 무슨 구시대적인 작태란 말인가?
아직도 귀빈에 연연해하는 행사 진행은 옳지 않다.
왜 그 자리에 함께한 내빈 소개는 매번 하는 것일까?
그 분들의 한마디는 왜 필요한 것일까?
그 내용 또한 비슷비슷한데 말이다.
행사는 귀빈을 위한 것이 아니다.
행사 참가를 신청한 그 분들이 주인공이다.
20분이나 지나서 행사가 간신히 시작되었는데 이번에는 마이크가 말썽이다.
장학사도 최소 5명 이상
주무관도 5명 내외가 출동한
소위 핵심적인 교육청 한 부서 전체의 행사인데 이렇게 허술하게 마이크 성능도 확인을 해보지 않았다고?
화가 나기 시작한다.
물론 처음 빌려서 사용하는 대학 공간이라
그 공간에서의 마이크 시스템에 대해서 모를 수는 있다.
그렇다면 미리 대학의 담당자를 정중히 모셔서 확인하는 작업이 이루어졌어야 마땅한 것이 아닌가?
사회자 마이크가 간신히 작동되는가 싶더니
이제 발제를 맡은 교수님의 마이크에서 잡음과 소음이 함께 나오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것을 처리한다고 많은 인원이 총출동하고 행사는 일시 중단되었다.
내 행사 진행의 기본은 마이크 빔 컴퓨터 정상 구동 확인에서 출발한다.
10시 40분까지 기다리다가 나는 더 이상은 참지 못하고 일어나서 나왔다.
나의 참을성이 가장 모자라는 듯 하다. (장점은 결코 아니다.)
입구와 출구도 한 곳 밖에 없는 공간에서 당당하게 걸어나왔다.
입구에 줄줄이 서있는 관계자들은 내가 과자와 음료수 간식을 가지러 나오는 줄 알았나보다.
관계자들에게 일부러 들리도록 나지막하게 한 마디 혼잣말을 했다.
<행사 준비가 너무 소홀하네.>
분명 들렸을것이다.
들리라고 반성하라고 창피하라고 한 말이다.
그리고 같은 조직내에 있으니
이런 쓴소리도 할 수 있는 것이다.
나같은 일개 교사도 이렇게 행사를 준비하지는 않는다.
서울시교육청 담당자들이여 각성하라.
핑계는 있겠지만 그것은 핑계일뿐.
사전에 확인하고 또 확인하지 않은(기계는 언제 배신을 때릴지 모르는 법이다. 디지털교육을 담당하는 부서가 그것을 모른다는게 말이 되나)
담당자 여러분들의 명백한 잘못이다.
이렇게 행사를 진행하고도 잘했다고 맛난 점심을 먹고 있다면 그것은 잘못된 것이다.
굶어야 마땅하다.(너무 했나?)
오늘 발제 및 토론 내용이 얼마나 값어치 있는 것일지는 몰라도
나의 소중한 시간 40분을 그대로 날릴 그 정도는 아닐 것이다.
초반 발표 PPT 를 보면 4차 산업혁명이야기에서 시작하더라.
너무 구태의연하다.
너무 많이 들었다.
내부 고발의 의미를 강하게 담은 이 글을 쓰면서도 나는 아직 화가 풀리지 않는데
교육청 소속이 아닌 외부인들은 그 40여분을 앉아있으면서 속으로 얼마나 한심했었겠는가.
그리고 교육을 무조건 믿어달라고 해서는 안된다.
잘하는 것을 보여주면
믿어달라고 애원하지 않아도 믿게 된다.
왜 그런 단순한 이치를 모르는 것인가?
내일은 운영 설명회라는 명칭의 행사이다.
설마 오늘같은 일이 또 생기지는 않으리라 믿고 싶다.
그런데 약간은 불길하다.
참석자 명단 공문도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
나의 예감이 보기좋게 틀리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