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단추는 끼워졌다.
갑작스런 제주 여행을 결정하고 혼여를 해보겠다고 큰소리는 쳤는데
사실 아직까지 머릿속에 정리된 것은 별로 없다.
일단 가보고 싶은 곳을 메모해두었다가
파일로 정리하는 과정을 거치면 정교화가 된다.
나의 작업 스타일이다.
그런데 사실 제주를 크게 동, 서로 나누는데
아직 서쪽과 동쪽을 잘 구별하지도 못하는 수준이다.
태생적으로 길치에 동, 서, 남, 북 방향을 잘 구별하지 못한다.
그러므로 지도 및 지질도를 보는 것에 취약점이 있다.
일단 공항에서 먼 곳(서귀포나 안덕쪽)은 피하고 가까운 곳 위주로 가려하고(뚜벅이다.)
여행의 핵심은 힐링과 쉼을 표방하나 그 와중에도 무언가 얻어가는 포인트 하나쯤은 있기를 희망하고 있다.
원래 목표는 창대한 법이다.
오늘 점심에 지난 주에 픽해두었던 캐리어가 배송되었다.
가장 작은 사이즈를 희망했고 기존에 내가 쓰던 캐리어를 대략 손 한뼘으로 재어갔고
그것보다 더 작은 사이즈라해서 그림만 보고(물건이 없다하여) 주문했었으나
오늘 배송된 실제 물품을 보고 나니 원래 것과
별 차이가 없어보였다.
(원래 쓰던 것은 노란색이고 새로 산 것은 은색이다. 가로냐, 세로냐의 차이만 조금 있다.)
역시 물건은 보고 사는 것이다.
난 온라인 쇼핑을 선호하거나 믿지 않는다.
완전 구식이다.
앞으로 3박 4일까지의 여행은(여름일 경우만. 겨울은 불가능하다. 옷의 부피가 커서)
이 캐리어가 책임져 줄 것이다.
그럴 목적으로 구입한 것이다.
사실 노란색은 바퀴와 지퍼 하나가 약간 고장났다.
그리고 무언가 새출발을 기념하고 싶긴 했다.
간단한 네임택 하나를 걸어주고
비밀번호를 세팅해주는 것으로
제주 여행 준비를 시작했다.
그리고는 12시를 기다려 나의 최애 프로그램인 <김성근의 겨울방학>을 시청한다.
마침 일행이 제주 여행 중이다.
그 프로그램에서 지난 주에는 복집에 가서 맛난 식사를 했었고(친정 아버지가 엄청 좋아하시던 복국이다. 나는 좋아라 하지 않는다. 아들 녀석도 먹어봤다는데 진짜 맛있다 했다.)
오늘은 점심으로는 연습을 시켜준 제주 초등학교 야구부들과 함께 양념갈비와 된장찌개를 먹었고
(운동 후라 그런지 엄청 먹더라. 이쁜 감자같은 아그들이 잘 먹으니 이뻐보였다.)
그리고는 수제 버거를 또 먹고
중간 중간에 녹차아이스크림과 빵과 차를 마시고 마지막에는 회를 먹었다.
이번 나의 제주 여행에서 <김성근의 겨울방학>에 나온 경로 따라잡기를 해볼까하다가
지금도 오타쿠라고 놀려대는 아들이 알았다가는 스토킹이라고 몰아붙일 것 같아서 쿨하게 포기한다.
사실은 그렇게 많이 먹을 수 없어서라는 것이 맞는 이야기이다.
오늘 저녁 약속은 같은 학번, 같은 학교에서 근무한 교사들과의 모임이다.
그 모임에 마침 국내 여행 전문가님이 2명 있으니 조언을 받아보려 한다.
첫날은 오후 다섯 시에 친구와 만나기로 했으니
그 날만 일정이 결정되면
사실 나머지 이틀은 순서가 바뀌어도 되고
갑자기 경로가 변경되어도 큰일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리고 그날의 날씨에 따라 실외가 가능할지 아니면 실내로 가야할지를 결정해도 된다.
어제와 오늘.
제주에는 마지막이라고 추정되는 눈이 꽤 내린다고 한다.
그리고 전반적으로 내일부터는 점점 기온이 조금씩 올라갈 것이라는 예보이다.
아, 갑자기 4일 제주 비예보가 떴다.
기온은 8℃에서 10℃ 내외이다.
따뜻하다고 할 순 없겠으나 오늘보다는 훨씬 낫다.
어쩌겠나. 또 날씨 여신님에게 기도하는 방법 밖에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