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는 것과 차별화 전략과의 차이
머리를 같이 하는 초등학교 동창이자
(나는 초등학교가 아닌 시절인데 자꾸 자동으로 초등학교로 변환된다는 것을 지금 처음 알았다.)
미래학교 동료 교사였고 퇴직은 선배님인 친구가
퇴직하고 제일 처음 하게 된 일이
모든 종류의 유튜브를 다 섭렵하게 된 것이라고 했다.
그 말을 들었을때는 웃었었는데
2월이 지나가는 이 시점에 무슨 말인지 알 것도 같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시간에도
노래가 연달아 나오는 유튜브를 틀어놓았으니 말이다.
음악을 들으면서 일을 하는 형태는 내게는 너무도 익숙하다.
중고등학교때부터도 늘상 그랬던 것 같다.
엄마는 질색하셨었지만 나는 몰래 몰래 들었다.
그리고 대학생이 되어서부터는
내가 라디오 방송의 DJ 인양
짧은 멘트의 글을 쓰고 어울리는 노래를 뽑아보곤 했다.
그때쯤은 <별이 빛나는 밤에> 같은 프로그램 작가가 꿈이기도 했고
실제로 라디오에 다양한 글을 투고하기도 했고
몇 번은 사연이 채택되어 방송이 되기도 하고
작은 상품을 받기도 했었다.
직접 출연한 적도 있었다.
송승환, 차인태, 황인용 이런 당대 최고의 DJ들과 방송을 했었다. 물론 1회성이지만.
좋아하는 노래만 적어서 음반 가게에 가져다주면
음질 좋게 녹음하여 테이프 하나를 만들어주기도 했었고
좋아하는 친구에게 줄 테이프를 직접 만들기도 했었다.
물론 저녁잠이 많은 나는 절대 할 수 없는 선물이었다.
한 밤 중 가족들이 모두 취침한 후에야 녹음이 가능하니 말이다.
나에게 그 정성스런 선물을 주었던 친구는 지금 무얼하려나.
나처럼 늙고 사방이 아프고 잠이 일찍 깨는 아침을 보내고 있을것이다만...
지금까지 내가 봤던 유일한 유튜브는 <최강야구> 하이라이트 영상이었다.
보는 시간은 주로 지하철 출퇴근 시간이었고.
2월 들어서 유튜브를 집에서 주로 본다.
내용도 조금은 다양해져서
지금처럼 글을 쓰면서 음악을 듣거나
며칠전부터 무턱대고 보는 제주 여행 관련이거나
맛집을 찾아가는 아직은 몇몇 주제에 한정되어 있긴하지만.
맛집은 먹잘알인 유명인의 것을 주로 보게 되지만
제주나 음악은 그냥 보이는대로
썸네일이 눈에 들어오는대로 클릭하는 편이다.
그것도 아니면 그냥 틀어놓은채로 왔다갔다하기도 하고 다른 일을 하기도 한다.
그러다가 문득 저것을 만든 유튜버들의 수입이
그렇게 높다는데 정말 그럴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제주편이나 음악은 물론 그 유튜버는 심혈을 기울여 만든 작품이겠지만
설렁설렁 보는 나의 입장에서는 모두가 비슷비슷하다.
퀄리티도 그렇고 내용도 그렇고 보는 것마다의 차별화가 느껴지지 않았다.
고작 유튜브 영상 시청 입문 한 달 남짓인 사람이
할 말은 아니라고
잘 찾아보면 백만, 이백만 영상을 찍는 것은 다 이유가 있다고 한다면 반박할 말은 없다.
그러나 어느 분야이건 신입의 이야기와 눈이 정확할 때도 있는 법이다.
특정 목표와 시선으로 다르게 구성한 것은 눈에 띄게 되어있다.
유튜브나 TV 프로그램이나 영화나 사실 넓은 범위에서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튀어야 산다>라는 용어를 그리 좋아하지는 않았지만(좋은 방향으로 튀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 듯 하여)
볼거리는 무언가 다른 점이 있어야 하는 것은 맞다.
그리고 그것은 만든 사람의 주장보다는
보는 사람이 스스로 찾아내게 만드는 것이
잘 만든 작품이다.
오늘 오전은 시상식에 간다.
물론 서류 작업은 내가 다 했지만
수상자는 학교와 동아리 이름이다.
수상도 마찬가지이다.
우리보다 열심히 한 학교들이 많지만
그 내용을 잘 기록하고 구성하여 일단 서류를 제출하고
그 서류에 독특함과 차별화가 느껴져야 수상자가 되는 것이다.
열심히 함께 활동한 학생들과
묵묵히 그 활동을 지지해준 교장 선생님 이하 교직원들
그리고 그 내용을 힘들지만 꼼꼼하게 기록해서 재구성하여 제출한 나.
모두가 수상자임에 틑림없다.
상을 받는 것은 즐거움이다.
유튜버가 자기가 만든 영상이 조회수가 올라가는 즐거움에 비길 만하다.(안해봐서 그 즐거움은 모른다만)
그런데 상금은 없는 상이다. 영광일뿐이다. 괜찮다.
학교가 상금을 받으면 내가 없으니 다른 누군가가
그 상금을 사용하느라 어려워진다.
상패로 충분하다.
이미 보도 자료 기사는 나와서 모두와 공유했고
아마 오늘 수상 사진은 나의 마지막 공식 업무 사진이 될 것이다.
11명의 멋진 학생들을 만나러 나서야 하는 오늘 아침. 기분이 참 좋다.
오늘의 축하 꽃은 내가 나에게 그리고 우리에게 주는 꽃다발이다. 잘했다. 멋진 마무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