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최근 혼밥 리스트 대공개
혼밥을 잘 세팅해두고 사진을 찍어 정리해보려 마음먹었었다.
책을 출판한다고 가정하면 꼭 필요할 것도 같아서였다.(순전히 희망사항이다.)
그런데 사진을 찍고 보니 오래된 그릇이 신경 쓰인다.
푸드스타일링이라는 이름이 괜히 나온게 아니다.
그릇을 사던가 아니면 혼밥용 급식판을 하나 사던가 해야 할 것 같다.
푸드스타일링도 그렇고 음식 사진 촬영도 그렇고
그냥 내 마음대로 해보는 것이긴 하다만...
이번 주 마침 아들 녀석이 휴가를 몰아서 쓰는 주간이라 진정한 의미의 혼밥이 이어지고 있다.
참치를 간장과 고춧가루 조금 넣고 양파나 대파 잘라 넣고 간간하게 해서 쌈싸 먹었고(야채를 좋아하지 않아서 이렇게 쌈이라도 싸먹어야 먹는다.)
걸쭉한 카레라이스에 김치 올려 먹었고
낫토 올리고 잘 비벼서 김에 싸서 김치 올려서 먹었고
두부 넣은 슴슴한 아욱된장국에 밥말아 김치 올려서 먹었고
오늘 아침은 다이어트식으로 인기몰이 중인 양배추랑 양파 오일에 달달 볶다가 가운데 달걀하나 풀어서 익혀먹었다.
저녁은 미역국과 두부 신김치 볶음
내일 아들이 돌아오면 고기 잘게 썰어넣은 콩나물무밥과 달래장 예정이다.
이러고보니 혼밥은 모두 밥과 국이나 찌개, 그리고 김치가 기본 포맷이고 기타 밑반찬 1~2개 정도인 셈이다.
이제 맛났던 그리고 어느 음식과도 어울렸던
배추 김장 김치가 마지막이다.
어쩔까나 싶다.
친정어머니가 그러셨듯이 나도 이렇게
김치의존도가 높은 사람이다.
그런데 혼밥보다는 하루 한번의 외식이 임팩트가
더 큰 것은 사실이다.
월요일 발령동기들과 먹은 민물메기매운탕
(생선은 내 취향이 아니라 국물과 미나리 야채 그리고 수제비만 먹었다.)
화요일 막내 동생과 먹은 가지장어덮밥
(가지의 달달함과 장어 비린맛을 잡은 과하지않은 양념이 맛있었다.)
수요일 학생들과 먹은 미나리 김치 삼겹살
(정신이 없어서 삼겹살 다섯점이 어디로 들어갔는지 모르겠다. 달걀찜은 많이 먹었다.)
오늘 미국 연수 동기들과의 전복솥밥과 굴전
(물을 부어 먹는 솥밥 마무리가 깔끔했다. 굴전은 약간 비린 듯.)
하루 한 끼는 제대로 된 밥을 먹었으니 벌크업이 되었을라나 모르겠다. 되었으리라 믿는다.
금요일은 온전히 나의 공직생활 마지막 날은
집에서 조신하게 혼밥으로 보낼 예정이다.
그런데 더 문제는 연휴가 되어버린 3월 1,2,3일이다.
3일동안 온전히 나의 음식 솜씨에 의존하는 날이 될까 조금 부담스럽기는 하다.
특단의 메뉴 선정 계획을 세워야 할 것 같다.
3월 4일에서 6일까지의 퇴직 기념 제주 여행은
가보고 싶은 곳보다 먹고 싶은 것을 더 우선시하는 계획을 수립 중이다.
일단 맛나보였던 해장국집을 가고 싶고(술도 안먹는데 말이다.)
뷰가 맛보다 백배는 더 우월할 것이 틀림없는 빵을 먹으러도 가고 싶고(달디 단 빵일것이 분명하지만)
비릴 것이라고 생각되는데 절대 아니라는 고등어회를 딱 한 점만 먹어보고 싶고
딱딱할 것 같은데 부드럽다는 문어 숙회도 딱 한 점만 먹어보고 싶고
마지막 날에는 오랜만에 호텔 조식 뷔페도 먹어보고(물론 두 접시 이상은 절대 못 먹겠지만)
절대 시도하지 않을 먹거리는 한번 호되게 놀란 기억이 있는 딱새우, 몸국, 갈치국, 각재기국, 멜국 등이다.
중학교 가정 시험에 나와서 나를 놀래켰던 갈치국이 제주에 진짜 있더라.
세상에나 갈치는 조림이거나 구운 것만 먹어봤는데 국을 만들다니 나는 아직도 믿어지지 않는다.
한번 먹어본 딱새우는 너무 비렸고
몸국은 사실 뭐가 뭔지 모르겠는 맛이었다.
접짝뼈국이나 고사리해장국과 사진이나 영상으로 봤을때는 비슷해보인다.
오늘은 갑자기 날씨가 어제와 전혀 다르다.
이게 웬 횡재인가 싶어서
점심 약속이 있었던 이촌역과 신용산역 사이를 열심히 걸어다녔다.
점심 먹은 것이 재빨리 소화가 되었을 정도로
비싼 아파트 사이 사이를 걸어다녔다.
그리운 나의 옛 산책 코스이다.
그런데 슬며시 걱정이 된다.
너무 많이 걸었나도 싶다.
자다가 발가락에 쥐가 날까 두렵다.
저녁보다도 마그네슘을 먹어야 할 모양이다.